'브런치'와 '블로그' 사이에서 나는 왜 머뭇거리나?



오늘도 나는 블로그냐, 브런치냐를 두고 잠시 고민을 한다. 블로그를 여는 마음은 가볍고 편한데, 브런치를 여는 마음은 다소 무겁게 다가온다.


디지털카메라가 생기고 나서 사진 찍는 일은 간편함과 함께 재미있는 일이 되었다. 그 사진을 보관하려는 목적으로 컴퓨터에 사진을 올리고 간단한 글을 적기 시작했다.


큰딸 초등 3학년 겨울방학의 어느 날, "엄마도 블로그 해 볼래? 내가 만들어 줄까?" 혼자서 뚱뚱한 컴퓨터를 끌어안고 재미있게 놀고 있길래 호기심을 보였더니 딸이 내게 한 말이었다.

그 얘기로부터 시작된 나는 따져보니 벌써 17년 차 블로거이다.


가족사진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해서 인도로 이사를 가면서 인도 생활과 인도 여행을 기록했고, 세계 여행을 저장했고, 맛집도 공유했다. 귀국 후에는 한국에서의 일상, 내 인생 최초의 덕질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글감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글로 옮겨 두는 오래된 공개 일기장인 내 블로그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곳이 되었다.


형식도 없고, 제약도 없다. 거짓 정보만 아니면 어떤 글이건 개의치 않아도 된다. 글을 쓰고 싶으면 내 블로그를 찾으면 된다.

사진 찍기를 즐기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블로그는 더없이 좋은 공간이 되어 주었다. 내 집 현관문을 열면 긴장이 풀리면서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지는 그런 기분이 드는 곳이 내 블로그이다.








귀국 후에 우연히 '네이버 브런치'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브런치 작가'라고 불리는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소재, 여러 장르의 글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매거진', '브런치북', 뭐가 뭔지는 몰랐지만 나의 인도 생활기와 인도 여행기를 형식에 맞게 제대로 정리해서 글을 써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인도에 첫발을 내디디던 그날의 이야기를 블로그 기록을 참고하면서 써 내려갔다.


그런데 브런치는 아무나 글을 올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해야 했고, 심사에 합격을 해야만 작가라는 이름으로 글을 올릴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작가들의 이력을 보고 났더니 내가 도전할 곳은 아닌 것 같았다.


쉽게 포기를 했고, 내 첫 글은 서랍 문이 꽉 닫힌 채로 작가 서랍에 갇히고 말았다. 이후로 브런치는 잊고 있었다.


1년이 지난 어느 날, 무슨 이유에서 인지 브런치 앱에 손이 간 날이 있었다. 첫 화면에 방송인 전현무가 쓴 글이 소개되어 있었다. 가볍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짧은 에세이였다.

'내 글도 심사나 받아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했고, 1년 동안 서랍 속에서 숨도 못 쉬고 있던 글을 꺼내기에 이르렀다. 작가 신청을 했다. 그 글로 한 번만에 '브런치 작가'에 합격을 해버렸다. 1년 동안 가둬 두었던 내 글에게 너무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여러 번 떨어졌다는 이들의 얘기가 보여서 내 합격이 의아했지만, 많은 작가들의 화려한 이력 앞에 25년 전업주부인 내 이력은 초라해 보였지만 한 번만에 합격을 한 자부심은 열심히 글을 써보자는 다짐을 안겨 주었다.


'열심히 글을 써보리라'했던 처음의 그 마음은 너무 길게 쓴 내 인도 여행기가 요건에 맞지 않아서 브런치북 발행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좌절을 하게 만들었다. 미리 알아보지 않고 글을 쓴 나를 탓하게 되었고, '브런치북'이 아닌 '매거진'에 있는 내 인도 여행기를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그 이유로 한동안 브런치에 글을 쓸 동기가 생기지 않게 되었다.


만만한 곳이 블로그이다. 편한 그곳이 좋다. 내 일상도 가볍게, 맛집 소개도 부담 없이, 덕질이야기도 즐겁게 쓰고 있다.

비번을 누르고 마음대로 들어가도 되는 내 집이다.


따지고 보면 글이란 것이 내가 쓰고 싶은 곳에,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면 그만인데 블로그만 매일 들락거리는 내 마음 한구석에 '블로거'보다 '작가'라고 불리는 곳에 대한 동경이 있는 것 같다.


브런치도 분명 내 공간인데 비번을 자꾸 잊어버려서 현관 앞에서 머뭇거리게 되는 가끔 가는 세컨하우스쯤 되는 것 같다. 관리가 힘들어서 괜히 장만했나 싶은 마음은 있지만 세컨하우스는 마음이 동할 때 가도 되는 또 다른 내 집이다. 갖고 싶은 동경의 집이다.



6개월 전에 쓴 브런치 글이 오늘 아침에 조회수 1000을 돌파했다는 알림을 받았다. 어떤 계기인지 알 수는 없지만, 다녀간 흔적도 없지만, 내 글이 누군가에 의해서 읽히고 있다는 사실이 또 글을 쓰게 되는 동기부여가 되어주었다.


그래서 오늘은 블로그가 아닌 브런치를 찾았다. 불편하지만 새로운 환경의 세컨하우스 비번을 생각해 냈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던 나의 '첫 글' ️

https://brunch.co.kr/@leejprett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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