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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코끼리 이정아 Apr 11. 2023

인도 공장 화단에 초록 망고가 대롱대롱


남편이 인도 첸나이의 주재원으로 나간 지 3주 차가 되었다. 다시는 가서 살 일은 없을 것 같았던 그 나라, 그 도시퇴직 3년, 귀국 3년 만에 다시 가게 되는 일이 생겨버렸다.

남편이 간간이 보내 주는 익숙한 사진들을 보면서 내가 살았던 도시가 한층 가깝게 다가왔다.


11년 동안 함께  인도 직원들이 남편을 환대해 주었고, 덕분기분 좋게 익숙한 자리에서 업무를 시작한 것 같았다. 사진 속의 사무실 한편에 보이는 환영의 화환과 꽃바구니가 내 마음을 일렁였고, 그곳의 남편이 안심도 다.


사진에는 초록 햇망고가 대롱대롱 귀엽게 달려있는 모습도 보였다. 십 수년 전에 공장 화단에 심어 놓았던 망고 나무였다. 그 나무를 보면서 회사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은 남편이 길게 고민하지 않고 답을 한 이유가 내 눈에 보였다. 남편이 인도 법인에서 흘린 땀방울의 개수를 풍성한 이파리를 가지기까지 망고 나무가 자란 날짜만큼으로 세어졌고, 그 11년의 시간이 보였다.


2009년 당시의 인도는 말도 못 하게 열악한 환경이었다. 더위와 여러 악조건 속에서 공장을 지었고, 10년 이상을 가꾼 회사였다. 비록 월급을 받고 하는 일이었지만 내가 낳은 자식 같은 회사이지 않았을까 감히 짐작을 해본다.

그런 회사에 문제가 생겼다니, 첫 법인장이 와야 된다고 했다니, 자존심이고 뭐고 일단 가보자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을까?


그렇게 다시 간 인도, 그 도시, 그 회사에서 업무를 시작한 남편의 목소리는 편안했고, 안정감이 있었다. 그래서 보내 놓은 나도 마음이 놓였다.


화단 사진을 보니까 그것과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가 생각이 났다.

공장 준공이 끝나고 화단에 다양한 꽃나무와 과실수를 심었었다. 작은 묘목이었다. 우기 때가 아니면 비가 거의 안 오는 곳이어서 회사 청소하는 아줌마에게 시간을 정해 주고 화단에 물을 주라고 부탁을 했다고 한다. 비가 오던 어느 날, 창밖을 내다보던 남편이 깜짝 놀랐단다. 잘못 본 줄 알았다고 했다. 그 아줌마가 우산을 쓰고 화단에 물을 주고 있더란다.


그런 나라이다. 인도는.

남편은 혀를 끌끌 찼지만, 나도 그 당시에는 따라 웃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 아줌마의 순박함이 회사를 키운 작은 나사못 하나의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시키는 일은 앞뒤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그 마음을 나는 높이 평가하고 싶다. 학교라고는 다녀 본 적도 없을 가난한 시골의 하층민 아줌마 일 것이 분명하고, 집안의 수입은 아줌마 월급이 유일할 수도 있고, 시키는 일을 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을까 봐 전전긍긍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수년이 지난 이제야 깨달아진다. 그런 직원들이 그 아줌마뿐이었을까?


 남편도 한국의 본사에서 보는 시선으로는 그런 직원이었을까? 묵묵히 열심히 일을 했지만 꾀를 부릴 줄은 몰라서 꾀가 좋은 직원으로 교체를 한 것일까? 그랬다가 그 묵묵함이 이제 와서 다르게 해석이 된 것일까?


융통성이 없고 느리다고 늘 불만이었지만 융통성이 없다는 것은 시키는 일만큼은 한다는 것이고, 느리다는 것은 실수를 덜 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남편이 들으면 또 혀를 차겠지만 지나고 보니 그 나라, 그 사람들이 왜 그런지가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너무 덥고 체력도 약한 그들을, 우리와 다른 문화에서 살아온 그들을 우리식으로 재단하기는 무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다시 가서 만나게 될 인도 사람들은 몇 해 전과는 좀 달라져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지금 그 도시는 더위가 최고조로 치닫는 때이다. 그렇다는 것은 망고가 익는 시기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동남아 망고와는 비교도 안 되는 맛있고 큰 망고가 인도에서 난다. 망고 덕분에 45도가 넘어가는 날씨도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이다. 한창 노랗게 익었을 망고 수확철에 남편 회사 화단의 망고는 여전히 작은 초록색이다. 언제 익어서 언제 따먹을까 싶은 망고가 아주 천천히 익어서 내가 인도에 갔을 어느 날에 노란 망고를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8월, 망고 끝물이 들어가고도 아직 매달려있기를 바라본다.


남편이 꾸려 놓은 인도 법인이 자리 잡아가던 그 세월 동안, 함께 자란 망고 나무가 기특하다. 올해에도 변함없이 대롱대롱 매달린 초록 망고가 대견하다. 남편과 다시 함께 할 회사도, 노랗게 익어 갈 망고도 기대된다.


언제까지일지는 알 수 없지만 정직하고 성실하게 다시 인도에서 최선을 다 할 남편을 응원한다. 아파트 계약이 끝났다고 한다. 나도 한국에서 할 일이 끝나면 따라 들어갈 그 나라에 내가 살 집이 정해졌다고 한다. 다시 시작할 인도에서의 시간이 성큼, 제법 뚜렷하게 다가온다는 느낌이다.

망고가 들어가기 전에 인도에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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