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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코끼리 이정아 Jul 04. 2023

혼자 차려 먹는 남편의 인도 아침밥

비자 발급을 위해서 잠시 한국에 들른 남편, 그때 나도 남편을 따라서 인도에 갔어야 했는데 한국에서의 중요한 일정들남아 있어서 그러지를 못했다. 두어 달 뒤에나 인도에 들어가야  상황이 되어버렸다.


두어 달 동안 먹을 반찬류를 챙겨서 인도에 돌아 간 남편은 날마다 본인이 차려 먹는 아침 밥상을 자랑스럽게 가족 톡방에 올리는데 그 밥상이라는 것이 아주 눈물겹다.


식탁은 절대로 행주질을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식탁 위에 깔린 신문지에서 보이고, 꼼꼼들여다보지 않으면 어제나 오늘이나 일주일 전이나 같은 사진을 올리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아침상의 모습이다.


냄비 째 올려진 누룽지도, 회사 식당에서 가져온 김치도, 멸치 볶음도, 한국에서 싸 간 반찬항상 같은 위치, 같은 모습이다. 가끔 바뀌는 과일이나 달라진 신문지를 봐야만 다른 날의 밥상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가 있다.


한국 직원을 위한 회사 식당에서 세끼 모두 먹어도 되는데 굳이 아침은 집에서 먹는 이유 또한 눈물겹다.

매 끼니 모두 회사 식당 을 먹는 것이 질리기도 하고, 무엇보다 부하 직원들이 하루 한 끼라도 법인장이 없는 식탁에서 편하게 식사를 하라는 배려가 이유라고 한다. 그러니 어찌 그 밥상 사진이 건조한 눈으로 바라봐지겠는가 말이다.


어찌 되었건 남편은 이런저런 이유로 '혼자서도 잘해요', '혼자서도 잘 먹어요'를 실천하며 매일 아침, 감자, 당근등을 넣어서 끓인 정말 맛이 없어 보이는 누룽지 냄비 사진을 아내와 딸들에게 자랑한다.


그러다가 가끔 인터내셔널(?) 스타일의 아침상 사진이 올라올 때가 있는데 그것 또한 무덤덤하게 바라봐지지가 않는다.

프라이팬 불 조절을 잘 못 했는지 귀퉁이가 검게 탄 식빵과 얇게 썰어야 할 토마토는 반만 썰린 채로 꼭대기만 구워져 있고, 삐뚤빼뚤 계란 프라이와 과일 몇 조각이 바뀐 신문지 위에 올려져 있다.


'나는 혼자서도 잘 챙겨 먹고 있다. 다양하게 먹고 있다'라고 자랑을 하는 듯한 사진에 야박한 작은 딸은 "맛없어 보여!"라는 반응을 보이고, 항상 긍정적인 큰딸은 마지못해 "와우!"라는 짧은 감탄사로 더 이상의 말을 아낀다. 그래서 하는 수없이 내가 억지 칭찬을 해야 한다. "잘했네. 맛있겠다. 나보다 잘 차려 먹네"라고.

3년 쉬는 동안 한국에서 자립심을 키워준 내 덕분이라고 말도 안 되는 공치사도 보탠다.



인도에서 11년 동안 살았던 지난 시간은 새벽에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 주말에는 골프장으로 향했던, 주방에 들어갈 일이 거의 없었던 남편이었다.

전업주부였던 내가 그 일은 늘 내 일이라 생각했었고, 별로 불만 없이 하던 일이었다.

그 남편이 한국에서 아침밥을 스스로 차려 먹는 법을 배운 일은 참 잘한 일이었다.


남편이 퇴직을 했고, 퇴직을 하고도,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새벽 6시면 기상하는 남편의 아침밥 차리는 일은 자연스럽게 차츰차츰 스스로 하는 일이 되고 있었다. 하물며 내 아침까지 차려놓곤 했다.

그렇게 잘 훈련(?)된 남편의 아침밥 차리기는 예측 못했던 인도 법인의 재취업으로 먼저 들어간 그 나라에서 충분히 잘 활용되고 있는 듯하다.


남편의 퇴직과 함께 나도 전업주부 퇴직 선언을 했었다. 남편의 재취업으로 나도 다시 전업주부 재취업이 되었다. 얼른 인도에 가서 전업주부의 일을 시작할 생각이다. 더 이상 신문지 깔린 식탁에서 맛없어 보이는 누룽지는 먹지 않게 할 생각이다.

식탁 위에 금방 끓인 따뜻한 국이나 찌개, 방금 만든 반찬 두서너 개를 차려 놓을 생각이다.

검게 탄 식빵이 아닌 딸기잼과 버터가 발린 적당히 바삭하게 구워진 식빵 사이에 각종 채소와 계란과 치즈가 들어간 토스트와 함께 생과일주스를 내어 놓을 생각이다.


내가 빨리 인도에 갈 이유 중의 하나, 전업주부 복귀, 돈 벌러 가는 남편의 아침밥 차려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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