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하기 딱 좋은 나이
어리지 않아서 더 좋아!
'덕질'이라는 용어 자체에 이유 없는 거부감이 들 때도 있었다. 직업이나 직책을 비하하는 의미를 더하는 접미사 '~질'이 붙은 까닭이리라.
'갑질', '도둑질', '정치질'등등처럼 '덕질'도 부정적인 느낌의 단어였고, 그 때문에 덕질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조금의 편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 덕질이란 것을, 그것도 연예인 덕질이라는 것을 나도 하고 있다.
덕질이 어감상으로, 문맥상으로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있고, 그래서 요즘 그 단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지만, 정확한 뜻이 무엇인지 한번 찾아볼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불현듯 그 정확한 의미를 알고 싶어졌다. 사전적인 의미대로 나는 이찬원이라는 분야를 좋아하고, 그와 관련된 것들을 파고드는 중이다.
아이돌 가수의 전유물처럼 여겼던 팬덤 문화가 트로트 가수에게도 생겼다. 그 팬덤의 대다수가 5,60대, 그 이상의 연령층이지만, 아이돌 가수의 어린 팬들 못지않게, 어쩌면 그보다 더 열정적인 '팬질'을 그들은 하고 있다.
덕질이라는 것을 내가 하고 보니, 부정적인 편견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었고, 여느 취미활동과도 크게 간극이 있지도 않은 것이었다.
취미활동이라는 것이 시간적, 경제적, 정서적 여유가 있을 때 더 편히 즐기고 누릴 수 있는 것이라면, 덕질도 위와 같은 요건일 때 더 잘할 수 있는 것이지 않을까?
그들은 육아에서 자유로워졌고, 열심히 산 젊은 시절의 보상으로 경제적인 여유를 가졌고, 갱년기를 겪으면서 감성도 풍부해졌다. 시간적, 경제적, 정서적 여유가 생긴 그들은 누구보다 취미활동에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여러 요건을 갖추었다.
나는 50대이다. 60대를 향해서 가고 있다. 딸들은 내 손이 더 이상 필요 없는 나이가 되었고, 전업주부 30년 가까운 시간을 충실히 보낸 후의 다소 여유 있는 주머니를 가졌고. 다시 사춘기가 온 듯이 웃음도 눈물도 많아졌고, 그때처럼 감수성이 풍부해졌다.
덕질하기 딱 좋은 여러 조건을 갖추었다.
치열하게 자녀를 키워낸 저력이 있고, 이제는 나를 위해서도 돈을 아끼지 않아도 되고, 갱년기를 지나면서 주체하지 못하는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덕질하기 딱 좋은 나이이다.
거기에 덧붙여서 20대에 컴퓨터를 처음 접했던 세대인 나는 덕질에 필요한 인터넷상의 각종 응원법도 쉽게 배울 수 있고, 딸을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신조어나 덕질용어도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고, 혼자서도 콘서트 관람을 위해 전국 어디라도 갈 수 있는 체력이 있다. 젊은 시절에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산 엄마와 아내의 취미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가족이 있다.
덕질하기 딱 좋은 나이이다.
가수 이찬원을 너무 좋아하는 중년, 노년의 팬들 중에는 자신이 좀 더 젊었으면, 좀 더 어렸으면 좋았겠다며 아쉬워하시는 분들이 더러, 아니 많이 있는 것 같은데 모르는 말씀이다. 그랬다면 지금처럼 덕질이 즐거울 수 있었을까? 지금처럼 열정적인 덕후가 되었을까? 지금처럼 이모, 고모, 엄마, 할머니의 마음으로 어린 가수를 품을 수 있었을까? 가족들의 눈치를 안 보고 내 즐거운 취미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었을까?
지금 우리는 덕질하기 딱 좋은 나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