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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코끼리 이정아 Jul 25. 2023

덕질의 순기능, 기부 동참.

태산이 되는 작은 티끌의 기적

쉰을 넘긴 나이에 인생 처음으로 연예인 팬카페에 가입을 하는 말이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가수, 20대, 그것도 트로트 가수의 팬카페에 가입을 한 것이다.

팬카페 가입이 결과적으로 본격적인 연예인 덕질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지만 처음의 목적이 그 이유는 아니었다.


인도에서 11년 동안 살다가 귀국을 했고, 마침 귀국 일주일 뒤부터 방영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 푹 빠져서 매일 시청을 하게 되었고, 엽고 착한, 노래도 잘하는 이찬원이라는 청년에게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이후에 TV도 챙겨보고, 영상도 찾아보고, 포털에 검색도 하며 이찬원 보는 재미로 지내던 어느 날, 이찬원 팬카페에서 좋은 일을 많이 한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열악한 인도에서의 내 삶이라는 것이 자칫 무료하고 불평투성이 일 수도 있었지만, 가난한 인도 사람들을 보게 되면서 상대적인 감사의 마음도 생겼고, 봉사하고 기부하는 보람이 인도에서의 긴 시간을 버티는 힘의 한 부분이 되어 주었었다.


귀국을 했고, 한국 생활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팬데믹으로 외출도 어려웠 사람 만나는 일도 힘들게 되어버렸다.

서서히 무기력해지려던 그즈음에 접한 이찬원 팬들의 기부 기사는 나도 모르게 팬카페 검색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팬카페 가입을 하게 되었고, 팬들이 하는 '내 가수' 응원을 나도 자연스럽게 따라 하게 되었다.

기부에 대한 관심이 결국은 본격적인 이찬원 덕질의 시작이 된 것이다.


팬카페의 다양한 사람들의 글을 접하면서 덕질의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덕분에 우울증이 사라졌다거나, 내향적인 성격이 바뀌었다거나, 건강을 되찾았다거나, 유쾌해지고 밝아졌다거나 하는 이찬원 팬들의 개인적인 일들은 허다했고, 이찬원의 생일이나 데뷔일 등기념일에 팬들이 마음을 보태서 '기부'를 하는 팬덤 형태의 좋은 일들도 많았다.


청각장애인 지원 단체에 최고 2억여 원을 비롯해서 꾸준히 성금을 전달하고 있고, 최근에는 이찬원의 기부 소식을 접한 팬들이 가수를 따라서 수재민 돕기에 1억 6천여만 원을 기부했다.

이찬원의 가수 데뷔 후 3여 년 동안 그의 팬들은 장애인단체, 독거어르신, 소방서, 노인복지회관 등등에  성금을 기부하고 있고, 이찬원 모교에 장학금 후원도 하고 있다.

쌀, 연탄, 김장김치, 생리대 그리고 이찬원이 방송에서 우승을 해서 편의점에 출시된 도시락이나 삼각김밥을 후원하기도 한다. 이찬원이 무대에 오르는 지역축제에서는 그 지역 특산물을  대량 구매해서 기부하기도 하고, 이찬원이 어릴 때 봉사활동을 했던 야구재단에 기부도 한다. 이찬원 팬블로그를 하면서 생긴 해피빈을 팬덤이름으로 저금을 해서 기부하기도 한다.

여러 지역, 다양한 형태의 기부가 '찬스'의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연예인의 팬이 되어서 내 즐거움을 찾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연예인의 팬이라는 소속감이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

비록 나는 푼돈을 모금에 보태지만 그 푼돈의 티끌은 태산이 되어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마음은 있지만 루트를 몰랐거나, 적은 금액을 기부하기가 꺼려졌거나, 기부에 관심이 없었거나 그 어떤 경우였든지 간에 이찬원의 팬이 되고 나서 여러 경로의 기부에 동참을 하는 계기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처음부터 기부에 동참하고 싶어서, 이왕이면 이찬원을 좋아하는 팬의 한 사람으로 같은 마음의 다수의 팬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팬카페에 가입을 했지만, 그 이유 또한 내 티끌이 태산을 이루는 작은 돌멩이 하나가 될 수 있어서 뿌듯하다.


연예인 덕질은 시간낭비, 돈낭비, 감정낭비라고 오해하는 이들이 있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것이 가지는 순기능은 너무 많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을 찾는 여느 취미활동과 다르지 않아서 시간낭비도, 돈낭비도 아니며, 좋은 엔도르핀이 나오는 일이니 감정낭비는 더더욱 아니다.

하물며 사회구성원으로서 '기부'라는 의미 있는 일에 수시로 동참할 기회를 가질 수도 있어서 이만하면 연예인 덕질의 순기능은 차고도 넘친다.


이찬원의 팬이 된 나는 그래서 '이찬원'이 고맙고,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수만 명의 이찬원의 팬 '찬스'들이 감사하다.

지루한 일상에 즐거움을 주는 '이찬원'이 고맙고, 작은 푼돈 하나 얹었을 뿐인데, 수천, 수억의 큰 금액을 기부하게 되는 즐거움을 주는 '찬스'들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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