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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코끼리 이정아 Apr 14. 2023

평생 처음 써 보는 언어가 생겼다.

재미있는 덕질용어

어쩌다 보니 이 세계에 발을 들였고, 이 세계에서 사용하는 생소한 말을 사용하 되었다. 이 세계라 함은 트로트 가수 덕후들이 모인 덕질의 세계를 말한다.


오십 대, 이 세계에서는 적지도 많지도 않은 그냥저냥 중간 연령대인 것 같다. 적은 나이는 아니어서 꾀를 부리기하고, 많은 나이라고도 할 수 없어서 뒷짐 지고 있기뭣한 연령대이다. 이삼십 대, 더 넓게는 사십 대들의 세계였던 곳에 오륙십 대 이상, 많게는 칠팔십 대까지도 같은 생각으로 모인 특별한 세계에 내가 살고 있다.


이 세계에이들만의 특별한 언어가 있다. 이름하여 '덕질용어'이다. 이곳에 들어온 이상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사용하는 언어들이다. 모르면 불편한 언어들이다.

언어라는 것이 생각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인데 속해있는 곳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모른다는 것은 그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뿐더러 그곳에 재미를 붙이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해외에서 그 나라 말을 몰라서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강산이 여섯 번째 변하는 것을 코앞에 두고 있는 평생에 처음 들어 본 말들이 다. 우리나라 말은 맞는데 누구나가 알아듣는 통용어는 아니다. 젊은 덕후들이 온라인상에서 사용하는 생소한 언어를  배우게 되었고, 사용하게 되었다.


'덕질', '덕후' 정도까지는 들어본 말이다. '덕주, 덕, 탈덕, 늦덕, 성덕, 최애, 머글, 취켓팅, 피켓팅, 포도알, 덕계못, 예판, 현매, 스밍, 숨스, 포카, 공카, 공계, 예판, 초동, 음방..' 대충 생각나는 것이 이 정도이다.

무슨 말인가 싶은 단어들이 소위 덕질용어들이고 덕질의 세계를 모르면 알 수 없는 말들이다. 어감이 일단 젊다. '인별, 짹, 얼굴책, 너튜브'등의 단어는 만든 센스가 귀엽기까지 하다.


언어라는 것이 생활하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터득이 되는 것처럼 가수 덕질을 하다 보니 문맥상 이해가 되어서 저절로 그 뜻을 알게 된 용어들이 많다. 새로운 언어의 뜻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의 쾌감이 이 세계에도 있었다.


몰랐다고 해서 사는데 어떤 불편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세계만의 생소하고 특별한 말들을 알게 되어서 재미있는 건 사실이다. 따로 배우거나, 그 세계에 살지 않으면 이해가 안 되는 일종의 외국어 느낌의 단어들이다.


이 세계를 알지 못했다면 평생 몰랐을 말이고, 사용할 일도 없었을 그런 단어들이다. 모르고 살았다고 결코 억울할 일도 아니지만 알고 나니 다른 사람들은 가지지 못한 특별한 것을 나는 가졌다는 뿌듯함이 생길 지경이다. 그 언어들을 사용할 때마다 내 세포들도 그 젊은 단어들처럼 팔닥팔닥 생기를 되찾는 느낌을 받는다.


덕질용어, 내 평생 처음 써보는 언어이지만 입에도 착착 붙고 재미도 있다. 무엇보다 그 언어를 사용할 때는 확실히 젊어진 것만 같다.

이쯤 되면 내 '덕주' 이찬원이 여러모로 나의 비타민이 틀림없다.


현재 나는 3개 언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어, 인도 영어, 그리고 덕질어(?)이다.

한국어는 모국어여서 가장 잘하는 언어이고, 인도 영어는 우리 딸들이 실력을 인정한 살아남기 위한 용감한 한국 아줌마의 브로큰 언어이고, 덕질어는 이찬원의 팬이 되어서 새롭게 알게 된 신기하고 재미있는 언어이다.


인도에 가서 다시 살려면 4년 동안 사용을 안 해서 많이 잊어버린 인도 생활영어도 다시 배워야 하고, 이찬원 덕질을 계속하려면 모르는 덕질어도 더 배워야 한다. 이 나이에 웬 언어 공부 풍년인지 모르겠다.


인도 생활영어(?)는 가서 부딪히며 살다 보면 다시 배우게 될 것이고, 덕질어는 이찬원 탈덕을 하지 않는 이상 새로운 말을 자꾸 배우게 될 것이다.


누구나 사용하는 통용어는 아니지만 인도 타밀나두식 브로큰 영어도, 줄임말이 넘치는 덕질어도 습득해서 사용하는 즐거움이 있다. 내가 사는 세계가 더 재미있어지는 계기가 된다.


"스쿨 고잉 마담?", "포도알은 보였는데 취켓팅에 실패했어!"

한동안 내가 들어야 할 말들이고, 나는 거뜬히 알아듣는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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