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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코끼리 이정아 Oct 03. 2023

인도에서 배우는 요가는 어떨까?

인도에서 다시 살기 시작한 지 한 달 하고도 열흘이 지나고 있다.

인도에서 다시 살게 되리라는 것을 상상도 못 했던 지난 3,4년 동안 혼자서 생각하던 것이 있었다. 생각이라기보다는 후회되는 몇 가지가 있었다.

'10년도 넘게 인도에서 살았으면서 그때는 아직 40대였는데 나는 요가를 배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라는 후회였다.


다시 살게 된 인도이다. 그러니 후회되었던 몇 가지 중의 하나인 요가를 배워보기로 했다.


구글 검색을 해보니까 집 근처에 요가학원이 생각보다 많았다. 우리나라 태권도 학원만큼 되는 것 같았다.

가까운 곳 위주로, 여자 강사 위주로, 평점이 괜찮고, 실내가 비교적 깨끗하고, 너무 심한 힌두교 분위기는 아니었으면 하는 곳 위주로 찾았다. 그런데 적당한 요가학원 찾는 일이 그리 녹록지 않았다.


사진과 평점은 온전히 믿을 것이 못 되었다.

너무 지저분하고, 도롯가의 시끄러운 곳이었고, 너무 비싸거나 온라인 수업만 가능했고, 괜찮다 싶은 곳은 거리가 너무 멀었다.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았지만 빈자리가 없어서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차선의 요가학원에 등록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남자 강사라는 것이 좀 걸렸지만 거리, 환경, 가격 모두 무난한 곳이었다. 그런데 첫 수업을 받기로 한 전날 저녁에 전화가 왔다. 강사가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당분간 학원 문을 닫아야 한다고 했다.


인도에서 요가 배우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가 싶어서 낙담을 하려는 그때에 대기 명단을 올려놓은 곳에서 연락이 왔다. 자리가 났다며 오겠냐고 했다.


요가 학원을 찾아서 돌아다닌 지 한 달 만에 집에서 도로만 하나 건너면 되는 가까운 곳에, 인도 첸나이의 전형적인 풍경의 주택가 골목 안에, 조용하고 공기도 좋은 곳에, 요가 선생님도 괜찮고, 깨끗한 환경의 딱 마음에 드는 요가학원에 등록을 하게 되었다.


주 3일에 1000루피부터 2500루피, 3500루피, 8000루피까지, 가는 곳마다 환경도 수강료도 각양각색이었던 요가 학원들이 너무 많은 우리 동네에서 토, 일요일, 휴일을 외하고 매일 수업이 있는데 2000루피인 이 요가학원은 가격도 싸지만 요가 선생님도 무척 마음에 드는 곳이다. 대충이 없고 엄격하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드는 곳이다.


여성질환이 있거나, 불임 여성들이 주로 찾는 곳이었다. 래서 젊은 여자 수강생이 거의 대부분인 곳이다. 그런 곳에 외국인도 나 혼자이고, 나이도 내가 제일 많다. 다른 수강생들의 거의 엄마 뻘이다.

그래서 요가 선생님이 나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다.

"Ah Lee!, Slow Slow, You are fifty five!"


쉰다섯에 처음 해보는 요가가 한국이 아닌 인도에서 시작하게 된 것은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요가 종주국에서 처음 접하게 되는 요가는 아무래도 의미가 다른 것 같다.


연기 냄새와 맛살라 끓는 냄새가 코를 간지럽히고, 딸그락딸그락 스테인리스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다가 이내 새소리, 강아지 소리, 템플의 종소리, 바람소리, 빗소리가 열린 창문으로 귀와 마음에 들어오고, 천장의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리는 이곳은 인도 가정집 주택이다.

에어컨도 없는 거실에서 네댓 명의 젊은 인도 여자들 사이에 내가 있다. 요가 선생님의 인도식 영어 발음과 가끔 섞이는 타밀어가 정겹게 들린다.

내가 인도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오감으로 느끼며 배우는 요가는 특별하고 특이한 경험임에 틀림없다.


내 나이가 강사의 관심의 대상인 '피프티 파이브'이기 때문에 동작이 어려워질수록 따라 하기가 힘들겠지만 인도에 사는 동안은 꾸준히 해 볼 생각이다.

내 관절과 근육과 호흡과 멘털 컨트롤 기능이 '피프티'정도가 되기를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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