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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코끼리 이정아 Dec 05. 2023

인도! 반가움의 유효기한, '겨우' 한 달.

인도에 다시 와서 살기 시작한 지 이제 겨우 3개월이 지나는 중이다. '겨우'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는데 '겨우' 3개월이면 된다는 사실이 놀랍기 짝이 없다.


다시 온 인도는 한 달 만에 반가움이 익숙함이 되었고, 설렘은 무감각이 되어버렸다. 한 달 동안은 시간이 그렇게 빨리 가더니, 어느 순간부터 첸나이의 시간이 느리기만 하다.


남편이 다시 인도에 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비자를 만들고, 비행기 티켓을 끊고, 가방을 눌러 쌀 때만 해도 내 설렘과 기대가 이렇게 빠르게 식게 될 줄은 몰랐다.

창이 공항 환승지에서 첸나이 사람들의 무리를 봤을 때의 반가움이, 마중 나온 남편을 찾아서 걸었첸나이 공항에서의 두근거림이, '겨우' 한 달 만에 사라져 버릴 줄은 몰랐다.

남편이 구해놓은 집으로 향하던 비 내리는 차창 밖의 익숙하면서 낯설었던 거리의 풍경들에 이렇게 빨리 흥미가 떨어질 줄 몰랐다. 빗줄기 사이의 어두운 밤풍경에 눈을 떼지 못했던 그날의 두근거림이 '겨우' 한 달 만에 없어질 일인가 말이다.


한 달 동안은 반가웠다. 한 달 동안은 설레었다. '겨우' 한 달 동안은 내 그리움과 마주해서 좋았다.

4년 만에 다시 만난, 사춘기 두 딸을 키웠고, 내 갱년기와 맞서 싸우며 치열하게 보냈던 지난 11년의 인도는 한 달 만에 반가움의 최고치의 정점을 찍고 빠르게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기대감과  설렘과 반가움은 서서히 사라지고 어느새 익숙함의 농도가 진하게 차오르고 있다.

여행이 아닌 인도에서의 생활의 간은 점점 더디게 흐르고 있다. 처음 한 달 동안의 시간과 같은 시간이 아닌 것만 같다.


처음   동안의 다시 온 인도의 시간은 얼마나 빠르고 바빴던가?

공기에 스며든 인도 냄새도, 혼잡하고 시끄러운 길거리 풍경도, 알록달록 여인들의 전통 옷차림도, 슈퍼의 익숙한 진열대와 특유의 향도, 야채가게의 풍성한 열대과일들도, 강한 억양의 이 도시의 말투도, 인도 음식들도 너무 그리웠고 반가워서 한 달 뒤면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야 하는 인도 여행객인 마냥 바쁘게, 열심히 두 번째 인도를 경험하며 돌아다녔었다.


그러기를 한 달, 더 이상 내 휴대폰의 카메라는 매번 자동차 창밖을 향하지 않고 있고, 이유 없이 이 도시를 돌아다니는 일도 없어졌다. 그저 집에서 한국 유튜브나 보고, 냇플릭스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일이 더 흥미로워졌다.


매일 내 시야에 들어오는 우라집 거실 뷰(인도 첸나이 마을 풍경)


반가움의 유효기한은 딱 한 달이었다.


기대가, 설렘이, 그리고 반가움이 옅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빨리 이 나라, 이 도시에 적응했고, 스며들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는 한 달 만에 다시 4년 전의 내 모습으로 돌아갔다. 익숙해서 편한 다소 지루하기까지 한 인도 첸나이의 교민이 된 것이다.


반가움의 유효기한이 한 달이었다면 익숙함의 유효기한은 무한대일 것이다. 그 무한대의 유한한 시간을, 언젠가 다시 떠날 이 나라, 이 도시를,  익숙해서 편한 이 도시를 언제나처럼  잘 살아가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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