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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코끼리 이정아 Apr 06. 2024

소음에 무던한, 축제에 진심인 인도인들

인도에 처음 왔을 때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바로 소음이었다. 십 수년을 살았어도, 다시 와봐도 적응이 쉽지 않은 것 또한 다채로운 인도의 소음이다.


공항에서 집까지 가던 3~40분 동안의 자동차 경적 소리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낮이고 밤이고 짖어대던 유기견 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고, 침대 머리맡 창틀에 앉아서 깍깍 울어대던 까마귀 소리에 강제 새벽 기상을 해야 했다.

어느 동네를 가든지 앵앵거리며 울려 퍼지던, 그들에게는 경건할 힌두교 템플의 가늘고 높은 인도 전통악기 음악 소리에 머리가 지끈거렸고, 수시로 들리던 이웃의 기도소리와 음악소리 또한 적잖은 스트레스였다. 도로 위 장례행렬의 악기 소리는 낯선 문화였고, 매일이 특별한 날인 것처럼 들리던 폭죽소리는 철컹철컹 가슴을 내려앉게 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 나라만의 소음이 있다. 바로 축제날의 음악소리이다.

여러 사람모여서 사는 아파트에 휴일에 가끔 들리는 쩌렁쩌렁 신나는 음악소리는 아파트 창문을 마치 대형북인양 광광 두드린다.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신나는 음악소리이겠지만, 집 안에서 쉬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더한 소음이 있을까 싶다.


11년 동안 살다가 귀국을 했고, 4년 만에 다시 인도에 돌아왔다. 여전한 다양한 소음이 내가 이 나라에 살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다시 돌아온 인도, 남편이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공항도 가깝고, 회사도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아파트를 구해놓았다. 

첸나이 사람뿐만 아니라 인도의 여러 다른 도시 사람들이 입주해서 살고 있는 이 아파트는 주민 커뮤니티 활동이 굉장히 활발하다. 그래서인지 아파트 주민들끼리 모여서 다양한 축제를 즐긴다.


축제날이 되면 어김없이 음악소리와 폭죽소리가 아파트 외벽을 두드리고, 소리는 우리 집 실내로 들어와서 더 크게 공명을 일으킨다. 그 때문에 도무지 편히 쉴 수는 없는 휴일이 된다. 집에서 고통을 겪느니 구경이나 해보자 싶어서 하는 수없이 내려가 보게 된다.


내가 다시 인도에 온 이후로 지금까지 굵직한 축제가 네댓 개 정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우리 아파트 인도 사람들은 그 축제를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랄라 명절(Kerala Festival)이 그랬고, 가네쉬 생일(Ganesh chaturth)이 그랬고, 최근의 홀리 축제(Holi Festival)가 그랬다.

인도의 가장 큰 명절인 '디왈리(Dwali)' 때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태국 여행 중이었다.


이곳 첸나이는 일 년 내내 더운 도시여서인지 평상시에는 크게 활기차 보이지도 않고, 흥이 많아 보이지도 않는데 축제가 시작되면 어디서 그런 열정과 흥이 나오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물론 주민 전체가 참여하지는 않지만 축제 때만 되면 아파트가 들썩들썩 난리가 난다.


'케랄라 명절' 때는 케랄라주에서 전통 연주팀까지 초빙해서 아침부터 종일 먹고 놀고, 밤늦도록 음악을 틀어놓고 춤추며 아파트가 떠들썩했지만 축제에 참가하지 않은 아파트의 첸나이 주민 누구 하나 불만을 말하지 않았다.

'가네쉬 생일' 때는 악기 연주소리가 휴일 아침 내내 아파트를 울리며 퍼레이드를 했지만 힌두교인이 아닌 어느 누구도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다.

남인도 첸나이에서는 많이 하지 않는 북인도 축제인 '홀리 축제날'에도 음악소리가 온 아파트를 울려대고, 춤추느라 잔디가 모두 짓밟히고, 색가루가 아파트 정원을 지저분하게 물들였지만 누구도 개의치 않았다.

'디왈리' 때는 그 자리에 없었어도 어떤 상황이었는지 지난 여러 해 동안의 경험으로 충분히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종일 전쟁이 난 이 폭죽 소리가 나라 전체를 덮었을 것이 림없다. 집으로 돌아오던 길목의 결코 싸지 않은 폭죽 잔해들이 또한 그 광경을 말해주었다.


인도인들,

그들은 소음을 견디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듯하다. 그렇지 않고는 일 년 내내 도로 위의 경적소리, 템플의 음악소리, 이웃의 기도소리, 유기견과 까마귀의 울음소리, 폭죽소리, 음악소리 등등 그 많은 소음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 같다.


인도인들,

그들은 축제를 위해서 사는 사람들인 듯하다.

그렇지 않고그 많은 축제 때마다 그렇게도 돈을 써가며 열정적이게 놀 수는 없을 것 같다.



홀리 축제(Holi Festival)


케랄라 축제(Kerala Festival)


가네쉬 생일(Ganesh Chaturt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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