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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코끼리 이정아 Nov 06. 2024

3평 정원에 봄이 돋고, 여름이 피고, 가을이 물들다.

겨울을 맞을 준비 중인 내 3평 정원은 노랗거나 붉거나 갈색이거나 혹은 얼룩얼룩한 나뭇잎이 물기란 물기는 모두 날려 보내고, 한없이 마르고 말라서 작은 바람에도 나풀나풀 흩날리고 있다.


한 점 봄 볕에도 꽁꽁 언 땅과 단단한 가지를 뚫고 여린 싹을 돋아내더니, 바람, 뜨거운 태양과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는 예쁜 꽃을 피웠고, 차가워진 밤공기와 따뜻한 낮볕에 어리둥절 적응하느라 애쓴 보람은 알록달록 단풍으로 색을 입었다.


새싹도 예뻤고, 여름 꽃도 아름다웠지만, 가을 단풍은 화려한 마지막 인사 같다.

내 3평 정원의 식물들은 그렇게 봄, 여름을 보냈고, 가을을 지나는 중이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리라 다짐이라도 한 듯이 나뭇잎은 근면하게 나뭇가지에서  분리되고 있다. 쓸고 쓸어도 쌓이는 낙엽을 어찌할 수가 없다.


봄의 정원


차갑고 단했던 겨울의 땅에도 햇볕 한 점의 희망이 찾아왔고, 거센 비바람과 타들어갈 듯한 태양 열기를 견디고 견뎠더니 누구보다 아름다운 성과를 얻게 되었고, 갑자기 찾아온 찬 공기에 적응할라치면 어느새 따가운 볕을 맞아야 했던 인내의 간은 화려함을 선물해 주었다.


시간들을 함께한 내가 본 작은 정원의 식물들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다.


자연도 그럴진대, 자연이 그러할진대 사람이랴.

창조주가 만들고 나서 보기만 해도 심히 좋았다는 사람이랴.

보기만 해좋은 사람 갖은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고, 그 이겨낸 시간만큼 아름다운 모습으로 성장하고, 결국엔 화려한 모습으로 마지막을 준비하는가 싶다.


꽃보다 단풍이 화려하다는 생각은 청년의 시간보다 중년과 노년의 시간이 더 화려할 수 있다는 생각에 미쳤다.

자연이 그러하듯이 인생도 그러할 것으로 믿고 싶다. 견디고 견딘 시간이 결국은 화려한 아름다움으로 마무리되는 것이라 믿고 싶다.

나의 중년과 다가올 노년도 그러할 것이라고.


내 3평 정원은 봄이 돋았고, 여름이 피었고, 가을이 물들고 있다. 겨울로 향하고 있다. 작은 정원의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을 지켜보면서, 매 순간이 빛나는 순간이라 믿으며 살다 보면, 더 빛나는 시간이 맞아줄 것을 믿게 된다.

시련은 사사로울 뿐, 견디고 나면 결국엔 예쁜 꽃과 화려한 단풍을 만들게 될 것이라 믿게 된다.


여름의 정웡


자연의 나이는 겨우 9개월, 봄부터 가을까지인가 싶다. 아직 겨울의 내 정원을 지나보지 않아서, 내가 눈으로 보고 인지한 것은 그러하다. 그렇다면 땅 속에서의 3개월, 가지만 남은 앙상한 모습의 3개월의 겨울은 잉태의 기간일까?


가을의 정원


나에게는 아직 무엇보다 화려한 단풍의 계절이 남아있다. 기온차가 클수록 더 아름다울 그 계절이 기다리고 있다.

내 노년의 시간이 충분히 풍성하고 아름다우려면, 내 중년의  시간이 더 따뜻하고, 더 차가워야 하나보다. 평안뿐만 아니라 시련도 필요한 이유인가 보다.


내 3평 정원의 새싹과 꽃과 단풍이 꼭 내 인생 같다.

나는 지금 화려한 단풍이 되려고 찬공기도, 따뜻한 볕도 지혜롭게 이겨내고, 감사하게 맞이하고 싶다.


다시 봄이 오면 어린아이의 탄생과도 같은 어린 새싹을 보게 될 것이다. 작은 정원을 사랑으로 가꾸다 보면 어린 새싹은 꽃으로, 단풍으로 빛날 것이다.


올해는 겨울의 정원도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겨울을 지낸 내 작은 정원의 내년의 봄이, 여름이, 그리고 무엇보다 가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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