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학교의 맛

달고나 뽑기와 얼얼한 뺨

21.10.05

by 이준수

"선생님 성공하면 인증 사진 보내 주세요."


선물을 받았다. 투명한 비닐에 노끈으로 단단히 묶인 달고나 봉지. 현서는 집에서 직접 달고나를 만들었다. 지난주에 달고나 제작 세트를 시켰는데 택배가 늦게 온다고 투덜거리더니 겨우 온 모양이었다. 아이들이 있을 때 뜯으면 난리가 날 것 같아서 짐짓 침착한 척하며 답례로 허쉬 초콜릿 하나를 주었다. 속으로는 뜯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지만, 꾹 참았다.


오늘은 하필 6교시다. 아이들이 모두 사라질 무렵까지 달고나는 서랍 1층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 나는 최후의 아이까지 신발을 신는 걸 확인하고서 살금살금 서랍을 열었다. 삼중으로 묶인 노끈을 하나씩 풀었다. 한 번에 풀리지 않아 힘을 주어 당겼다. 포장은 꽤 꼼꼼하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달고나는 종이 포일에 하나씩 감싸져 있었다. 세심한 배려다.


봉지에 코를 박으니 달달하면서도 코 안쪽 벽을 긁는 듯한 탄내가 어렴풋이 났다. 100원을 내고 문방구 연탄불 앞에서 맡던 냄새다. 재료가 같으니 냄새도 같다. 그런데 나는 뽑기에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국자만 실컷 태워 먹었다. 시커멓게 끈적끈적 달라붙은 설탕 국물. 삼일 굶은 지옥에서도 안 먹을 비주얼이었다. 집 국자도 동생이랑 합심하여 망가뜨렸다.


현서는 내게 두 가지 버전의 달고나를 줬다. 하나는 하트 모양 달고나로 직접 뽑기에 성공한 결과물이다. 테두리가 반듯하다. 원래 이 모양 뽑으면 주인아저씨가 하나 더 주는데 아마 이런 규칙은 모르겠지. 여하튼, 깔끔하게 잘 뽑았다. 다른 하나는 사이즈가 크다. 별 문양이 찍혀있다. 내가 직접 파먹어야 하는 달고나다. 나한테 꼭 성공 인증을 하라고 했는데 로또 1등 당첨되고 인증하세요처럼 들린다. 나는 이런 재주가 없다.


드라마에서 봤던 대로 달고나를 전등 불빛에 비춰 봤다. 이정재가 할 때는 모양이 선명하게 잘 보이는데 내 껀 군데군데 희미할 뿐 잘 보이지 않는다. 역시 뒷면을 혀로 핥아야 하나. 현서가 분명히 '드럽게' 먹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나의 반칙을 미리 예상하고 한 말 같다. 예전에 나는 어떤 형이 뒷면 핥다가 문방구 아저씨한테 뺨 맞고 쫓겨나는 것을 보았다. 지금 생각해도 드럽고 치사한 세계다. 실전이란 그런 것이다.


<기생충>도 그렇고, <오징어 게임>도 그렇고 밖에서 보는 사람은 재밌지만, 안에서 뺨 맞는 사람은 울고 싶다. 혹시 나 이거 별 모양 깨다가 실패하면 어디선가 총알 날아오지는 않겠지. 라이터로 바늘을 지져서라도 성공하고 말겠다. 살아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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