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성공하면 인증 사진 보내 주세요."
선물을 받았다. 투명한 비닐에 노끈으로 단단히 묶인 달고나 봉지. 현서는 집에서 직접 달고나를 만들었다. 지난주에 달고나 제작 세트를 시켰는데 택배가 늦게 온다고 투덜거리더니 겨우 온 모양이었다. 아이들이 있을 때 뜯으면 난리가 날 것 같아서 짐짓 침착한 척하며 답례로 허쉬 초콜릿 하나를 주었다. 속으로는 뜯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지만, 꾹 참았다.
오늘은 하필 6교시다. 아이들이 모두 사라질 무렵까지 달고나는 서랍 1층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 나는 최후의 아이까지 신발을 신는 걸 확인하고서 살금살금 서랍을 열었다. 삼중으로 묶인 노끈을 하나씩 풀었다. 한 번에 풀리지 않아 힘을 주어 당겼다. 포장은 꽤 꼼꼼하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달고나는 종이 포일에 하나씩 감싸져 있었다. 세심한 배려다.
봉지에 코를 박으니 달달하면서도 코 안쪽 벽을 긁는 듯한 탄내가 어렴풋이 났다. 100원을 내고 문방구 연탄불 앞에서 맡던 냄새다. 재료가 같으니 냄새도 같다. 그런데 나는 뽑기에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국자만 실컷 태워 먹었다. 시커멓게 끈적끈적 달라붙은 설탕 국물. 삼일 굶은 지옥에서도 안 먹을 비주얼이었다. 집 국자도 동생이랑 합심하여 망가뜨렸다.
현서는 내게 두 가지 버전의 달고나를 줬다. 하나는 하트 모양 달고나로 직접 뽑기에 성공한 결과물이다. 테두리가 반듯하다. 원래 이 모양 뽑으면 주인아저씨가 하나 더 주는데 아마 이런 규칙은 모르겠지. 여하튼, 깔끔하게 잘 뽑았다. 다른 하나는 사이즈가 크다. 별 문양이 찍혀있다. 내가 직접 파먹어야 하는 달고나다. 나한테 꼭 성공 인증을 하라고 했는데 로또 1등 당첨되고 인증하세요처럼 들린다. 나는 이런 재주가 없다.
드라마에서 봤던 대로 달고나를 전등 불빛에 비춰 봤다. 이정재가 할 때는 모양이 선명하게 잘 보이는데 내 껀 군데군데 희미할 뿐 잘 보이지 않는다. 역시 뒷면을 혀로 핥아야 하나. 현서가 분명히 '드럽게' 먹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나의 반칙을 미리 예상하고 한 말 같다. 예전에 나는 어떤 형이 뒷면 핥다가 문방구 아저씨한테 뺨 맞고 쫓겨나는 것을 보았다. 지금 생각해도 드럽고 치사한 세계다. 실전이란 그런 것이다.
<기생충>도 그렇고, <오징어 게임>도 그렇고 밖에서 보는 사람은 재밌지만, 안에서 뺨 맞는 사람은 울고 싶다. 혹시 나 이거 별 모양 깨다가 실패하면 어디선가 총알 날아오지는 않겠지. 라이터로 바늘을 지져서라도 성공하고 말겠다. 살아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