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사교육비 부담을 한 번쯤 고민해봤을 것이다. 부부교사인 우리집만 해도 초등학생 둘 사교육비로 칠십 만원 이상이 나간다. 아직 학년이 어려서 그렇지 한 해 두 해 시간이 지나면 액수는 더 커질 것이다.
최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 자녀의 월평균 사교육비가 1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 발표 수치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렇다면 왜 사교육비가 이렇게 높아지는 걸까? 공교육을 강화한다고 해서 사교육비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자.
학벌주의와 노동시장의 연결고리
한국 사회에서는 학벌이 고용 안정성과 연봉에 큰 영향을 미친다. 상위권 대학 졸업생들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취업할 가능성이 높고, 사회적 인맥을 형성하기에도 유리하다.
이런 구조 속에서 부모들은 자녀를 상위권 대학에 보내기 위해 사교육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학벌을 따지지 않고 능력 위주로 사람을 뽑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학벌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면 더 나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대학 서열에 따른 사회적 격차가 크다 보니, 부모들은 '좋은 대학' 진학을 위해 자녀를 조기 교육에 몰입시키게 된다. 공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 사교육에 의존하는 것이다.
상대평가와 제한된 기회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상대평가로 운영된다. 상위권 대학의 입학 정원이 한정적이다 보니, 성적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교육은 '희소한 위치재를 차지 하기 위한 전쟁'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더 나은 성적을 얻기 위해 학부모들은 사교육을 선택한다.
현재 학부모 세대는 자신의 학창 시절 입시 경쟁을 직접 경험했다. 학벌 중심 사회 구조 속에서 성공을 경험한 부모들은 자녀에게도 같은 길을 권한다. 주변 학부모들의 사교육 참여를 보며 불안감을 느껴 사교육을 더 많이 시키기도 한다.
거대한 산업을 이루고 있는 사교육 시장
사교육 시장은 이미 대형 산업으로 성장했다. 대형 입시 학원, 유명 강사, 온라인 강의 플랫폼은 학부모의 불안감을 자극하며 마케팅을 펼친다.
"선행 학습이 필요하다", "특정 강사가 성적을 올려준다"는 광고가 대표적이다.
사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해 일부 부모들은 노후자금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자녀의 성공이 곧 자신의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해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부모의 미래를 희생하는 선택일 수 있다.
사교육비 부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공교육 강화만으로는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사람들은 어차피 한 줌도 안 되는 좋은 일자리를 갖기 위해 모든 자원을 쏟아부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적으로 들리겠지만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절실하다. 꼭 특정 직업군이나 대학군에 속하지 않아도 자존감을 지키며 먹고 살 수 있는 사회 같은 꿈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극단적 경쟁 시스템은 모두를 지치고 불행하게 만들기에 최적화 되어 있다.
학벌 중심 채용문화가 아닌 역량 중심의 채용 방식 도입, 대학 서열 완화로 '대학교 입학'에 목숨걸지 않기, 안정적인 연금 및 노후 보장 시스템으로 서로의 급을 나누고 긴장의 칼날을 세우지 않아도 되는 인생.
우리는 언제쯤 소모적 갈아넣기를 멈출 수 있을까. 행복하지도 않고 효율도 좋지 않은 이상한 사회 가동 체제에서 이득을 누리를 집단과 계층이 있기에 이 구조가 유지되는 것은 아닐까.
아마도 그 집단과 계층은 경제력과 사회문화정치적 영향력이 클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절대 다수의 사람이 힘겹게 살아가야만 하는 다수희생 구조가 억지로라도 돌아갈 수 없다.
새 학기 시작하면 수업 준비나 열심히 해야겠다, 학부모님들께서 학원비 한 푼이라도 덜 쓰실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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