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급수 2시간 만에 물이 뚝!

by 이준수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시간제 급수 첫날인 오늘 오후 여섯시부터 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원래는 오후 아홉시까지 나오기로 되어있었으나 여덟시에 방송이 나왔다. 지금 공급할 수 있는 물이 80톤 밖에 남지 않아 물을 끊겠사오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부탁드립니다.


이거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다. 우리 아파트의 물탱크 용량은 506톤이다. 이중 253톤 정도의 물을 26시간 동안 사용해야 한다. 왜냐하면 아파트 물탱크에 물이 차는 주기가 26시간이기 때문이다. 공급 시간대는 하루 두 번. 오전 6시부터 9시, 오후 6시부터 9시다. 철저하게 직장인 출퇴근 시간대에 맞춘 기준이다.


자, 그럼 오늘의 상황을 해석해 보자. 253톤의 물로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을 버텨야한다. 그런데 오늘 저녁 급수를 시작한지 단 두 시간 만에 173톤의 물이 없어졌다. 갑자기 물이 잠겼다. 내일 아침에 남은 팔십 톤을 공급하겠다고 한다. 아침에 출근하는 인구를 고려하면 씻기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어쩌면 삼십 분도 안 되어 물이 없어질 지도 모른다.


다행이라 할지, 쿠팡에서 시킨 페트병에 끼워 쓰는 실리콘 샤워기헤드가 도착했다. 진짜 급할 때는 도저히 땀냄새를 견딜 수 없을 때는 생수로 씻어야 한다. 하나로마트에서 커다란 양동이와 바가지도 샀다. 이건 손 씻거나 설거지 헹굼물을 모아두는 용도다. 이른바 '중하수'로 분류할 수 있는 물로써 변기를 내리기 위함이다.


이제 대변이 아닌 한 소변은 한 번만 누고 물을 내릴 수 없다. 소변은 적어도 두 번 보고 처리해야 한다. 어쩌면 다른 가족에게 양해를 구하고 두 사람이 번갈아 써야 할 수도 있다. 인간의 존엄성은 잠시 내려두어야 한다.


막상 물이 끊기니 막막하다. 물이 끊길 수 있다는 상상과 달리 현실로 닥치니 뇌에서 위기 대응 회로가 저절로 굴러간다. 생존 본능이 인간의 감각의 예리하게 만든다. 대신 피로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느낌이다. 무의식 중에 긴장하는 탓일 것이다. 요강을 가족 인원 수대로 구입한 집도 있다던데 차마 그건 못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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