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가는 날도 아닌데 오전 여섯 시에 눈이 떠졌다. 물 나오는 시간이다. 아내와 나는 수면 시간이 약간 차이난다. 아내는 10시 30분 쯤에 잠들어서 다음 날 6시에 일어나고, 나는 11시 무렵에 잠들어서 다음 날 7시에 일어난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패턴 차이다. 성향에 따라 집안 일도 나눠져 있다. 아내는 식사 담당. 나는 설거지와 분리수거, 빨래를 맡고 있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식사 준비를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자기 전까지 해야할 일을 하기만 하면 되는 업무는 괜찮다. 그런데 오늘은 반강제로 눈이 떠졌다. 흡사 군대 생활관에서 여섯 시만 되면 나팔 소리에 뇌가 반응하는 느낌이었다. 척박한 환경은 인간을 비상 모드로 바꾼다.
세수를 하고, 면도를 했다. 샤워기를 틀어 머리를 감았다. 언제 다시 물이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에 손놀림이 괜히 바쁘다. 변기 물을 내렸다. 욕실 소독 스프레이를 뿌려 솔로 한 번 닦았다. 긴 단수 기간에 위생이 걱정이다. 여섯 시에 눈을 뜬 덕에 그래도 사람 꼴은 하고서 출근할 수 있게 되었다. 피곤하기는 하지만 아얘 씻지 못하는 것보다야 백 번 낫다.
일곱시 이십 분 물이 끊겼다. 생수로 양치와 설거지를 했다. 내일 오전 여섯시까지 물 공급은 이제 없다. 저녁은 샌드위치를 사서 먹기로 했다. 설거지가 필요없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계속 외식이다.
주말에는 물이 풍부한 지역으로 숙소를 빌려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동차 대출 상환 금액을 줄여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주말마저 이완하지 못하면 일상의 탄력이 떨어질 것이다. 가뭄은 장기화될 예정이다. 적절하게 균형을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