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으로 냉동피자와 샌드위치를 먹었다. 마실거리는 200ml 짜리 우유팩. 설거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샌드위치는 따로 접시에 덜지 않고 플라스틱 트레이를 그대로 사용했다. 우유도 컵에 따르지 않고 그대로 마신다. 물이 나오지 않는 건 생각보다 고통스럽다. 손씻기, 세수, 머리감기, 샤워는 물론이고 변기처리, 설거지, 코풀기까지 물을 필요로 한다. 집에서 밥을 먹으면 모두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한 설거지 거리가 나온다. 적어도 수저와 작은 앞접시를 씻어야 한다.
우리 집은 일회용품 사용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매일 설거지를 해야 한다. 그런데 수도가 끊긴 집에서 기름기가 있는 식기를 씻는 건 상당히 불편하다. 쿠팡에서 20리터 짜리 약수통을 샀다. 접시 몇 개와 밥그릇, 국그릇 몇 개를 생수로 설거지 해보고는 바로 주문해 버렸다. 간단한 설거지라고 여겼던 것이 2L 들이 생수 세 통을 썼다. 기름기를 키친타월로 닦아도 어쩔 수 없이 설거지 비누 거품을 묻혀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약수통에 물을 미리 받아 두었다가 설거지로 하면 좀 낫다. 그래도 한 번 설거지에 서너 번 물을 위로 끄집어 올려 붓고, 고무장갑을 벗어야 하니 번거롭긴 하다.
아파트의 시간제 급수는 실시간 방송으로 계속 변화 상황을 알려준다. 원래 계획은 오전 여섯시-아홉시, 오후 여섯시-아홉시. 그러나 물이 너무 빨리 떨어져서 오전 여섯시-일곱시 반, 오후 여섯시-일곱시 반으로 바뀌었다. 그랬다가 오전 급수 시간이 너무 이르다는 민원으로 여섯시 반에서 여덟시로 시간이 조정되었다. 시시각각 상황이 변하는 지라 언제 또 기준이 바뀔지 모른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생수를 넉넉히 사놓는 것이다.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개고, 분리수거까지 마친 오후 아홉시. 산책 삼아 하나로마트에 간다. 2리터 생수병 여섯 개 들이 묶음을 버릇처럼 들어올린다. 생수는 식수이자, 생활용수다. 무조건 싼 걸로 산다. 롯데 아이시스가 가장 저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