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풀 러닝 릴랙스 러닝

2026.02.24

by 이준수

70퍼센트의 힘으로 편안하게 달렸다. 페이스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40분 정도 뛰겠다는 시간 목표만 품고 나갔다. 시간 목표라고 하니까 왠지 '또 목표를 세우는군?'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상은 그런 감각이 아니다. 속도나 기록 신경 쓰지 말고 달리기 자체에만 의미를 두어보자,라는 다짐에 가깝다.


이번 달리기는 이른바 '마인드풀 러닝 Mindful running', 마음의 안정을 챙기는 달리기다. 마음 챙김 달리기는 힘들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야 한다. 원칙적으로는 코로만 호흡을 해도 편안한 속도로 뛰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태생적으로 이관(유스타키오관)과 비관(비염을 달고 삼)이 좋지 않다. 코호흡만으로는 제약이 많다. 그래서 나의 신체 구조에 맞게 코호흡 반 입호흡 반으로 가볍게 뛰기로 했다.


휴대전화와 이어폰을 두고 나왔다. 시계만 달랑 들고 천천히 뛰었다. 냄비 물이 서서히 끓듯이 타박타박 발을 옮겼다. 뛰다가 조금이라도 힘든 느낌이 들 것 같으면 속도를 낮췄다. 신기했다. 숨이 편해지자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힘들면 나의 상태를 점검하느라 바쁘다. 페이스 확인하랴, 숨 헐떡이고, 자세 흐트러진 곳은 없는지 부산하게 살핀다. 매화가 폈어도 향 맡을 여유가 없다.


어깨에 힘을 빼고 팔도 평소보다 아래로 가볍게 쳤다. 하낫 둘, 하낫 둘. 항상 달릴 때마다 '정말 기분이 좋지만 그래도 달리기는 힘든 취미야'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오, 재밌다.'라는 느낌이었다. 그간 나도 모르게 페이스를 의식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10km를 6분에서 6분 10초 사이 페이스로 뛴다. 내 또래 남성 러너들의 기록에 비해 다소 느린 편이다. 그래서 속도를 높이고 싶다는 욕망에 스스로를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선수가 아니라 달리기를 취미로 하는 사람이다. 멀리 달리면 좋겠지만 꼭 빠를 필요는 없다. 서브 3 풀마라토너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 대신 완주는 하고 싶다.


속도 부담을 내려놓으니 즐거웠다. 신나게 뛰고 멈춰 서니 45분이 흘러있었다. 거리는 6.7km. 두 다리에는 한참 더 달릴 수 있는 기운이 남아있었다. 거친 숨을 토해내지도 않았다. 다 쏟아내지 않는 달리기도 좋구나, 에너지를 머금은 채로 집에 가는 길에 휘파람을 불었다. 유산소 달리기 능력은 천천히 오래 달릴수록 향상된다. 이 원칙이 달리기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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