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의 밤

18.01.20

by 이준수

네 살의 밤


머리어깨 무릎할까

발을할까 발꼬락지


머리어깨 귀코배꼽

꺄르르르 이게뭐야


불끈방서 딸과누워

제멋대로 가사꼬아

노래한다 너는웃고

나는웃는 네가좋아

다시노래 시작하네


아빠등을 타고넘고

팔배게를 해달랬다

인형안고 코를판다


코딱지는 왜날주니

웃긴녀석 니가커서

밤에너를 안아줄수

없을적에 오늘밤을

기억할게 사랑해딸



---------------------------------------------------------------------------------------------------------------------------



처음에는 아이를 위해 기록한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시집갈 때 글을 묶어 책 선물로 줘야지 같은 막연한 기분이었다. 의무감으로 시작한 일은 오래 가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의 일상을 남기는 게 너무 좋았고, 다음 날이 기다려졌다. 나는 나를 위해 글 쓰고 있었다.


모든 순간은 일생에 단 한 번 뿐이다. 내가 이해하는 욜로YOLO의 의미는 그렇다. 한 번 사니까 다 질러버려 같은 느낌이 아니라 매 순간이 유일하므로 감사해야하고 조금이라도 더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 온 가족이 오손도손 함께 누워자는 매일매일은 기적이자, 환희다.


나는 좋은 기억과 느낌이 통장 잔고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살면서 힘든 날이 오면 나는 친구와 가족을 떠올린다. 이스탄불에서 보스포러스 해협을 바라보며 먹었던 아이란을 생각하고, 베네치아의 햇살을 느낀다. 괌 해변의 모래사장 온기를 생각하고, 순포습지의 바람을 느낀다.


사람은 밥만으로 살 수 없기에, 평생 나를 지켜주고 일으켜세워 줄 기억을 모은다.

고마워요, 모두들. 덕분에 살아가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번역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