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5.07
실시간 행복
젊은날엔 젊은줄을
다모르고 사랑할땐
사랑인줄 몰랐었네
노랫말이 그러잖아
근데지금 여기우리
자기하고 사랑으로
낳은자식 함께있어
돌이켜서 아는사랑
추억하며 웃는청춘
그거말고 이자리서
만져지고 전율하는
진짜행복 이건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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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습관 같은 것이다. 나는 서른 한 가지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그런데 한꺼번에 많이 먹지 않는다. 패밀리나 하프갤런 사이즈는 가급적 피하고, 블록에 담긴 걸 사먹거나 여의치 않을 때는 컵 사이즈를 고른다. 보드라운 아이스크림의 질감을 혀끝으로 느끼며 먹는다.
그날 기분에 딱 맞는 아이스크림 맛을 고르면, 추운날 마시는 아메리카노 만큼이나 행복하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아이스크림은 행복의 아이콘 중 하나이고, 행복은 강도보다는 빈도라는 진리를 다시금 확인하게 해준다. 한 방에 센 행복말고 작지만 확실한 나의 행복.
나는 로또를 사지 않고, 비트 코인을 하지 않는다. 그런 걸 하면 스스로에게 '큰 한 방의 행복' 같은 걸 주문하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거대하고 강렬한 행복은 경험할 확률이 낮다. 큰 행복을 꿈꿀수록 나는 아직 행복을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 머무는 것이 되고, 소소하지만 단단한 일상의 행복은 보잘 것 없게 느껴지게 된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한다. 우리는 아이가 '퍼펙트 걸'이 되어 다른 아이들을 압도하길 바라지 않는다. 영어도 잘 하고, 운동도 잘 하고, 교우 관계도 훌륭하고, 수학도 잘 풀고, 유치원 때 중학생이 읽는 책을 소화하는 아이로 만들어 서울대를 보내서 돈을 왕창 벌어서 잘 먹고 잘 살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아이를 꿈꾸지 않는다. 양치 잘 하면 하이파이브, 코 잘 자면 뽀뽀. 그런 것들이 자잘하게 있었으면 한다.
동해 바다만큼 큰 아이스크림통은 내게 필요없다. 끊임없이 왔다가 밀려가는 잔잔한 파도처럼 그때그때마다 즐겁게 한 컵, 그거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