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마, 말!

18.08.09

by 이준수

하지마, 말


연재앓던 중이염이

가라앉은 모양이다


약먹고서 삼일만에

언니한테 까불까불

스티커를 잡아채고

머리카락 당겨본다


지난며칠 언니라고

연우역시 고생했다


엄마몰래 가끔동생

쥐어박고 밀어줘야

자기놀던 장난감을

지키는데 못그랬다


기운차린 연재와서

예전처럼 방해하니

뽀로로를 사수하랴

신경다시 곤두섰다


내장난감 만지지마


동생얼굴 밀치고서

아빠눈치 살살본다


아빠안돼 하지마말


아무말도 안했는데

잔소리좀 줄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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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에게 늘 미안하다. 나와 아내의 유일한 아이로 사랑을 독차지하던 연우는 두 돌이 갓 지난 무렵에 언니가 되었다. 우리의 관심은 더 어리고, 더 약한 둘째에게 조금 더 가게 되었고 큰 아이는 혼란에 빠졌다. 당연히 독점인줄 알았던 모든 장난감과 책은 동생과 함께 쓰는 물건으로 바뀌었고, 심지어 양보해야 했다.


우리는 아이가 언니 노릇을 해 주길 바랬다. 아이가 동생을 잘 챙기고, 웃으면서 물건을 양보해 주기를 기대했다. 큰 아이는 고맙게도 우리의 말을 잘 따라 주었는데 가끔 동생이 미운지 쥐어 박았다. 우리는 큰 아이가 동생보다 겨우 24개월을 더 산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둘째가 울면 큰 아이를 혼냈다. 아이가 알아 듣지 못하는 논리로 잔소리하는 부모 자신을 합리화했다. 첫째는 겁을 먹고 울먹거렸는데 나는 그럴 적마다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눈물을 쏟고도 큰 아이는 엄마 옆에서 쌔근쌔근 잤다. 어느새 키가 커서 다리 끝이 엄마의 절반을 훌쩍 넘겼다. 이렇게 잘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난 무얼 바라기에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일까. 아이 볼에 뽀뽀하고 이불 덮어 안아준다. 사랑해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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