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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수 Sep 05. 2018

다섯 살 되면 물감 해도 돼?

18.09.05

지난달에 엄마, 아빠 뻗어 낮잠 자는 사이 난리가 났다. 다혜가 머리 아파 먼저 자고, 좀 있다가 내가 눈 감았는데 이십 분 뒤 "으앵" 연재 울음소리가 터졌다. 첫음절을 듣자 말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루에 수 십 번 아이 울음소리를 듣지만 이번에는 명백히 '위험', '경고' 단계의 음성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연재가 파란 물감을 빨고 있었다. 입 주위와 목덜미는 시퍼런 침으로 범벅이 되었고 눈썹과 볼에도 진하게 물이 배었다.


"끄아아!"


비명을 질렀다. 예전에 지나가는 뉴스로 어린이 물감에 독성 물질이 많다는 걸 봤다. 연재가 독을 먹고 있었다. 더구나 이번 사태의 물감은 일반 물감이 아니었다. 뽀로로 색칠 놀이 책을 사면 끼워 파는 부록 차원의 물감이었다. 어린이용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제품도 위험한데 '묶음' 제품은 말해 뭐하나.


"이제 물감은 연우 다섯 살, 연재 세 살 되면 가지고 놀 수 있어. 그 전에는 안 돼."


사실 엄마, 아빠가 동시에 자지 않고 한 사람이 옆에 붙어서 봐 주면 되는데 우리는 물감을 차단해버렸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원천 차단이 답이라고 마음대로 정했다.


"아빠 다섯 살 되면 물감 해도 돼?"


연우가 가끔 묻는다. 물감 놀이가 생각나나 보다. 연우야 미안해, 아빠가 귀찮고 무서워서 그랬어.



#가끔식탁에서팔레트물감씀#색연필크레파스맨날함#스케치북50권단위로구입#색클레이찰흙수시로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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