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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수 Sep 24. 2018

명절에는 아버지랑 정치 얘기

18.09.24

나는 지금껏 세 번의 대선 투표에 참가했다. 공교롭게도 투표한 후보의 성씨가 모두 같았고, 동생과 늘 뜻이 같았다. 그에 비해 아버지는 김영삼, 이회창, 이회창, 이명박, 박근혜, 안철수를 뽑은 울산 보수 토박이였다. 그럼에도 가장 좋아하는 정치인을 노무현으로 꼽고 늘 소주 한 잔 걸치고 싶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니셨다. 그래서 뭔가 보수의 탈을 쓴 노빠 느낌이 났다.

그런 이군호씨의 아들 이준수는 아버지와 반대로 걸었다. 대학대 신문사 생활을 하며 투쟁판을 취재하고 빨간색 기사를 썼다. 집에 와서 있는대로 알렸지만 아버지는 개의치 않았다.

아버지는 동아일보와 한국일보를 동시에 구독했고 나는 경향신문과 시사인을 봤다. 아버지는 여전히 노무현과 문재인을 은근히 지지했지만 선거철마다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후보 사무소에 상주했다. 동생과 내가 강하게 압박하면 너희는 지식인이니 소신껏 살라 하실 뿐이었다. 나는 끝내 이해하지 못 할 지역 정치 인맥 세계가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절대로 박근혜 석방하라고 외칠 수 없듯 아빠도 절대로 사실 진짜 꼴통 보수가 아니라고 외치지 못한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 우리 부자는 만나기만 하면 서슴없이 북한, 미국, 국회, 청와대를 꺼내는데 불편함이 없다.

지금도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아버지는 자유총연맹 지역 분회장이다. 아버지가 막걸리를 마시며 고백하길, 서울 단체행사에 버스를 타고 갔는데 차마 양심에 찔려 태극기를 들지 못했다고 했다. 멀찌감치 떨어져 커피잔을 홀짝이며 아들 딸 손녀를 떠올렸단다. 아빠는 확실히 보수계의 엑스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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