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9.27
하루 9시간을 잔다. 의도적으로 그런 건 아니고 9시 반에 애들 재우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겨서 그렇다. 잠자는 시간이 아까워 저녁 식사 후 커피 마시던 생각을 하면 나도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늘 하루가 짧았다. 하고 싶은 것들로 목록이 끝도 없이 뻗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냥 해가 뜨고, 해가 지는 24시간에 만족한다.
나는 하루에 몇 가지만 지켜지면 행복하다. 커피 한 두 잔, 달콤하거나 짭잘한 군것질 간식, 한 시간 정도 글쓰는 시간, 그때그때 기분이나 취향따라 읽을거리, 오십분 내외 산책 코스, 팔굽혀 펴기 4세트. 맛있는 메인 요리... 뭐 적다 보니까 꽤 되는데 막상 살아보면 거창하지 않다. 또 세계 어디를 가든 삶의 양식을 지킬 수 있어 좋다.
강원도 동해시나 이탈리아 피렌체나 이준수의 일상은 비슷하다. 마찬가지 이유로 달 나라 여행을 선호하지 않는다. 써놓고 보니 십 몇 억을 들여 달나라 여행 신청서에 서명 쉽게 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취향이 그렇다는 얘기다. 감히 예측컨대, 세부항목 몇개가 바뀔 지라도 매일 할 수 있는 간단한 루틴을 돌다가 죽을 것 같다.
오늘도 이만하면 하루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