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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수 Sep 30. 2018

늘 하던 게 좋은 사람

18.09.30

평창 허브나라에서 하루를 묵었다. 올해 봄에 두 번 그리고 이번 가을에 한 번, 벌써 세 번째였다. 서울랜드에서 놀고 가느라 아홉시 반에 체크인했다. 흥정계곡 밤공기가 세이지 향과 섞여 서늘하게 올라왔다. 짐을 풀고 늘 하던 대로 욕조에 더운 물을 받았다. 온 가족이 차례로 느긋하게 목욕을 하고, 포도 두송이를 씻어 먹었다. 봉평 입구 세븐 일레븐에서 담아온 산 미구엘, 기네스 드래프트, 아사히, 칭따오 중 나는 산 미구엘을 따고, 다혜는 기네스를 마셨다.


뜨거운 욕실에서 나온 후 마시는 차가운 맥주 한 캔. 여행지에서 행하는 짜릿한 알코올 의식을 마치고 늦게 잠들었다. 여덟 시 쯤 느지막히 눈을 떠서는 아이들 챙겨 허브나라 내부를 걸었다. 로즈마리와 레몬밤 잎사귀를 쓸고 냄새 맡았다. 좀 거닐다 보니 오전 햇살 고도가 높아져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뽑았다.


어느 순간부터 생활이 정례화되고 있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지 못해 방황하던 십대 이십대와 달리 삼십대는 안정적이다. 시간이 갈수록 선택지가 좁아진다. 늘 하던 짓이 늘어나고 대안을 애써 찾지 않는다. 편안하지만 구태에 머무는 게 싫어 책을 읽는다. 몸은 자꾸 기존의 것에 집착하지만, 머리는 다른 세상을 본다.


늘 하던 게 좋은 사람이 꼭 괜찮다고 보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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