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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수 Oct 10. 2018

욱하는 아빠 후회하는 아빠

18.10.10

연우는 아침부터 레고를 같이 하자고 했다. 7시 20분, 오늘은 내가 카풀 담당이라 평소보다 조금 일찍 나가야해서 얼른 밥을 먹고 씻는 게 우선이었다. 머리를 감고 나오는 사이, 연우는 어제처럼 놀이터를 만들어 달라고 졸랐다. 반면 13개월 연재는 마냥 웃으며 엄마 쫓아다니고, 아빠 쫓아다니고를 반복했다.


"아빠가 학교 가야해서 나중에 해줄게. 응?" 건성으로 애들 달래며 감색 스웨터를 목에 쑤셔 넣었다. 내가 옷방에 들어가는 걸 보고, 연재가 따라들어오려다가 책방에 펼쳐진 레고를 발견하고 방향을 틀었다.


"연재 만지지마. 내 거야!"

"연재가 들어오려고 해요."

"연재에~ 연재에~"


3단 견제 기술이 발동되기에 연우 심기가 불편해 보였지만, 다혜는 밥하느라 정신없고 나는 베이지색 면바지 입느라 신호를 무시했다. 그러다 기어코 일이 났다.


쾅! "으으으으애애앵!"


연우가 연재 가슴팍을 세게 밀어서 둘째가 뒤통수를 바닥에 찍었다. "쿵!" 소리를 듣는 순간,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우리 부부는 하도 연우가 연재를 밀고 머리를 박게 해서 매번 크게 혼냈다. 며칠 간 잠잠하나 싶더니 연우가 또 동생을 밀쳤다. 깊은 분노가 치밀었다. 다른 부위도 아니고 '머리' 아닌가.


"이녀서어어어억! 왜 밀어어!"


쌍심지를 켰더니 연우가 놀라 "끼아아악!" 괴성을 질렀다. 연재를 안아 달래려 번쩍 들자 연우는 다혜에게 안아달라고 난리쳤다. 평소 같으면 금세 이성을 되찾고 연우를 어루어주며 조근조근 알려주겠지만, 도저히 부드럽고 단단하게 대처할 수 없었다. 연우 울음소리로 가득찬 거실에는 오직 부모의 단호함만 존재했다. 5분 간 이어진 외면.


연우 눈물 0.1L가 뺨을 타고 흐르고 나서야 평정심을 찾았다. 딸들은 모두 엄마에게 안겼다. 윽박지르고 화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 내가 편하니까 무식하게 성질만 부렸다. 고함 두 번 그리고 길고 무서운 표정. 나는 왜 어른이 되지 못할까. 좀 더 괜찮은 아빠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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