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2
언제부터인가 매일 체온을 잰다. 가족 모두가 수시로 측정하는데 37도 언저리만 가도 긴장감이 확 오른다. 발열 증상으로 분류될 수 있는 37.5도 이상부터는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 코로나19는 혼자 아프고 마는 병이 아니기에 더욱 조심하게 된다. 학교에서도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안내를 거듭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우리 모두 건강을 지켜요. 손 씻기, 얼굴 만지지 않기, 다중 이용시설 출입 자제 아시죠? 의심증상이 있을 시 꼭 연락 부탁드려요." 같은 상투적 멘트를 성실하게 적어 보낸다. 만일 자녀의 고열 증상이 확인되면 학교에 등교할 수 없고, 병원 방문 후 격리 시간을 가지게 된다. 아이가 집에서 밥 먹고, 온라인 수업 챙겨 듣고, 약도 복용하려면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기가 아파도 못 쉬는 맞벌이 가정에서 자녀 돌봄을 위해 일터에 안 나가는 건 무척 어려운 선택이다.
요즘은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코로나19 확진자 가족은 물론이거니와 기타 관련 증세만 있어도 사정을 말하면 재택근무나 짧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죽을병 아니면 출근하고, 아파도 학교 나가서 아파야 되는 줄 아는 한국 사회의 큰 변화다. 지금은 좀 줄었지만 개근상 못 받으면 큰일 나는 줄 아는 학부모님도 여전히 계신다.
나는 가끔 아파도 조퇴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본다. 집에서 돌보아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위험하게 혼자 있느니 차라리 급식 나오는 학교에서 밥 먹고, 보건실에 누워있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플 때 쉬지 못하는 문화는 돌봄을 끊임없이 외주화 시키고, 무리한 근로를 보편의 기준으로 만들어 몸을 상하게 한다. 나는 야간 돌봄을 제공하는 학교가 아니라, 가족과 저녁밥을 함께 먹을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
아프면 쉬고, 내 가족이 아프면 그 곁에 있기 위해 쉰다. 이걸 강제로 전 국민이 경험해 봤다는 게 코로나19가 던진 뜻밖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