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에 5학년 온라인 교실이 들어섰다. 4월 16일 온라인 개학을 하면 밴드의 가상 학급이 돌아간다. 매일 출석 점검을 하고 주간학습안내에 따라 실제 학교 시정표와 같은 시각에 수업이 진행된다. 과제가 있고, 평가가 있으며 상담도 한다. 아이들은 집에 있지만, 선생님은 교실에 있다. 6.25 전쟁 중 천막 학교도 학교이듯, 온라인 개학도 개학이다.
건강한 긴장감이 몸을 훑는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도전해봄직하다는 느낌이 든다. 회의실에 모인 동료의 목소리에서 막막함을 찾아볼 수 없다. 비상 시국에 이만하면 분위기 좋다. 즐거운 흐름을 타고 회의가 매끄럽게 마무리되나 싶었는데, 한 대목에서 덜컥 막힌다.
"전화기 없는 애들이나 2G 폰 쓰는 애들은 어쩌지?"
"PC로 접속하거나 학교에서 갤럭시 패드 빌려 가야죠."
"부모님 도움 없이 잘할 수 있을까?"
"익숙해져야 할 텐데요."
한 반에 휴대전화가 없는 아이는 22명 기준으로 1-2명 꼴이다. 본인 기기가 없으니 스마트폰 조작과 앱 활용도가 떨어진다. 온라인 개학은 이런 아이들에게 벌칙이나 다름없다. 부모가 맞벌이하는 집도 손해를 본다. 6교시 동안 화면 앞에 앉아 있는 건 고역이다. 감시하는 선생님도, 얘기 나눌 친구도 없으니 학습 의욕이 떨어진다. 보호자 중 한 명이라도 같은 공간에 머물며 간식 챙겨주고, 밥 먹이고 기운 돋아주면 훨씬 낫다.
모든 아이들에게 동일한 조건을 제공해주는 학교와 달리, 가정은 각자 사정에 따라 학습 환경이 다르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하긴 했지만 온라인 개학의 한계는 분명하다. 누구가에게는 홈스쿨링이 더 나은 교육적 효과를 볼 수도 있다. 교과 별로 전문 강사를 붙이고, 학생 특성에 맞춘 시공간에서 진행되는 교육을 감당할 여유가 된다면 말이다.
현재 공교육이 멈춘 자리를 메우는 건 사교육이다. 재력이 받쳐주고, 자녀를 돌볼 시간과 체력이 충분한 집은 아이를 놀리지 않는다. 미리 교과 진도를 빼고, 고전을 읽히며,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관리를 한다. 어쩌면 일시적으로 급락한 코스피 우량주에 투자할 기회라며 얼마간의 돈을 쥐어주었을 지도 모른다. 공교육 이외에는 그다지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아이들과 점차 격차를 벌린다.
지역 간 차이도 난다. 내가 사는 동해시와 내가 근무하는 삼척시는 강원도 소도시다. 사교육 시장이 작아서 공교육 의존도가 수도권이나 대도시보다 높다. 지금 대치동과 목동, 중계동의 학원가는 불이 꺼지지 않는다. 그 불빛 아래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코로나19 사태는 지방 아이들이 따라오지도 못할 만큼 질주해 버릴 기회가 된다. 방치되는 애들이 PC방과 유튜브를 떠도는 사이 비타민과 프로폴리스를 챙겨 먹은 일군의 아이들은 눈 주위를 가린 경주마처럼 제 갈길을 내달린다.
헌법 3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고 선언한다. 교문이 닫혀 있는 한 위헌 상황은 계속된다. 스마트 기기 무상 대여로도, 데이터 사용료 면제로도 어찌할 수 없는 구조적 어려움이다. 내게 주어진 임무는 잔소리다. 밴드 접속 안 하면 출석하라 몰아세우고, 숙제 안 하면 압박하고, 수업 잘 들으면 칭찬하고, 밥때 되면 반찬 가리지 마라 싹싹 먹으라 댓글로 채팅으로 쫑알거릴 것이다. 담임이 얼마나 짜증 나고 집요한 인간인지 알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