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 점검을 한다. 선거가 끝나면 바로 온라인 개학이니 오리엔테이션을 겸해 시험 삼아 돌려보는 것이다. 오전 일찍 출석 게시글을 올렸다. 마감시간은 오후 11시 30분. 첫 시도인 만큼 전원 출석을 목표로 하여 마감시간을 넉넉히 넣는다. 적어도 글을 올릴 당시의 판단에는 넉넉하다고 생각했다.
게시물을 올리면 아이들 휴대전화에 밴드 알림이 뜬다. 눈치 빠른 친구는 곧장 접속해서 출석 버튼을 누를 것이다. 그러나 알림을 보지 못하거나 앱 사용에 미숙한 아이가 있을 수 있다. 밴드 출석 참여를 독려하며 학생 전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일부러 학부모님께는 보내지 않았다. 최소 2주는 온라인 등교를 유지해야 하는데, 매번 부모님 신세를 질 수는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담임과 아이들이 구축하고 꾸려나가는 연락체계가 필요하다. 정오 이전에 출석한 인원는13명. 남은 인원은 9명이다. 퇴근까지 시간이 남아 있으니 기다려야 한다.느긋하게 지켜보자고 다짐했으나 나는 왜 밴드 앱을 열댓 번도 더 넘게 들어가 보는가. 숫자는 좀처럼 줄지 않는다. 결국 다섯 명은 교실 전등을 끌 때까지 접속하지 않았다.
"오늘 밴드 출석을 하지 않았더구나. 목요일부터는 출석체크가 필수란다. 안 하면 결석처리가 될 수 있어. 꼭 하렴."
저녁에 미접속 학생에게 문자를 보냈다. 두 명에게는 답장을 받았지만 나머지 아이들은 반응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아침이면 등교하는 일상을 기본값으로 여기며 살았다. 오해였다. 아이들은 학교에 와 주는 거였다. 나는 아이들이 있었기에 교사로서 존재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사이버 교실에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정이 예상외로 스트레스를 준다. 아주 단단해서 절대로 깨어지지 않을 거라 믿었던 전제가 무너지자 당혹스럽다. 개학 당일이 되면 부모님 연락, 개별 전화 상담으로 어떻게든 아이를 스마트 기기 앞에 세워 두겠지만 제자들이 손에 잡히지 않는 느낌이 든다.
나는 아이들 얼굴을 아직 모른다. 어떤 놀이를 좋아하는지, 누구와 친한지 알지 못한다. 아이와 육성으로 말을 섞어본 적이 없으니 이름은 알아도 어떤 감정의 온도나 심상이 떠오르지 않는다. 초등학생과 담임은 관계망 안에서 움직인다. 선생님이 재밌어서, 친절해서, 무서워서 공부한다. 우리에게는 눈을 마주치고, 하이파이브 하며, 시시한 농담을 주고 받는 시공간이 필요하다.
아이도 선생님도 서로 잘 모른 채 출석이나 신경 쓰고 있으니 억지로 엮은 커플 같이 서먹하다. 관계 맺지 못한 3월이커다란 구멍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