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마스크를 사지 않았다. 신종플루 걸려 고생한 기억이 있어서 KF94 한 장에 4500원 할 때 가격 보지 않고 가족 전체가 쓸 수량을 쓸어 담았다. 재고를 세어보니 성인용과 아동용이 각각 서른 장 정도 남았다. 본래 계획 대로라면 마스크를 계속 쓰면서 약품통을 비워야겠지만, 등교 개학이 코 앞으로 닥친 마당에 계획 변경은 불가피하다.
코로나19는 백신과 치료약이 없다. 현재 신규 확진자 추이가 잠잠하지만 대구와 경북의 사례에서 보듯 집단 감염에 의한 환자 폭증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이태원 클럽 발 감염도 아직 파악 중 아닌가. 학생은 레고 피규어가 아니다. 한결 같은 표정으로 제자리에 서 있지 않는다. 지금도 학교를 제외하고 대부분 시설이 정상 운영 중이다. 개학 후 무증상자와 경로를 알 수 없는 감염을 막기 힘들다. 더구나 등교 개학은 사회 활동 전면 허용이라는 시그널을 주어 사람들 간 교류의 기폭제가 된다.
현장에서 이런저런 걱정들이 나오니까 행정기관에서 땜빵 공문을 뿌린다. 창문을 1/3 열고 공기 순환장치를 켜는 것은 괜찮다, 자가 진단 시 컨디션 안 좋으면 교사에게 연락하고 학교 안 나와도 된다 같은 수정 지침이 내려온다. 그런데 그간의 경험과 관료 시스템의 특성상 사고가 터지면 아래쪽으로 책임이 전가될 확률이 높다. 일단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여러 (수행 불가능한) 지시와 예시를 (임시방편으로) 공표하고, 디데이 줄어들기를 기다리다가 바통을 학교에 넘긴다. 무적 치트키 '학교장 재량'으로.
그런데 학교장 수준과 역량이 복불복이다. 운 없으면 반에 사고 터지고, 민원 들어오고, 담임이 덩달아 병 걸려도 윗선의 보호는커녕 비난과 외면, 책임 소재 운운에 시달려야 한다. 교사들 몸 사린다고 비난하지 마라. 나도 막상 담임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내가 나를 지키지 않으면 멘탈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너무나도 많았다. 학폭 터지니까 학부모한테 무릎 꿇고 사과해서 빨리 무마하자는 사람, 학교도 고령화가 진행되어 오십 대 이상 기저질환 보유 교원이 많은데 누구도 언급하지 않는 상황, 지킬 수 없는 지침이 빼곡한 매뉴얼. 괜히 명퇴 신청이 폭증하고, 교권 보호 변호사가 성업 중인 게 아니다.
등교 개학을 나의 힘으로 막을 수 없다면 교실 소독하고, 집에 있는 자식들 마스크나 사련다. 그게 현 상황에서 합리적인 선택이니까. 아내와 나는 모두 교사이니 감염되지 않도록 정말 조심해야 한다. 학생과 우리 가족, 서로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