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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행 Jul 26. 2021

팥배나무

Korean Mauntain Ash, 물앵두나무, 甘棠

팥배나무

팥배나무 꽃말은 매혹.
꽃이든 열매든 산속에서 어여쁜 모습으로 손짓을 한다.

분류

장미목 > 장미과 > 마가목속  

꽃색

백색  

학명

Sorbus alnifolia (Siebold & Zucc.) C.Koch  

개화기

5월, 6월  

분포지역 

한반도 전역, 중국 동북지역, 극동러시아, 일본


숲길을 걸으면 나무마다 제각기 다른 특징들이 눈에 띈다. 참나무는 도토리 열매를 보고 상수리인지 굴참인지 참나무 종류를 알아보고, 소나무와 잣나무는 바늘잎 숫자로 구분한다. 나무껍질이 떨어지는 물박달나무와 자작나무는 어느 나무가 더 누더기 옷을 기워 입었는지를 보고 서로를 알아본다. 잎모양이든 줄기껍질이든 열매 모습이든 나무마다 서로 다른 특징이 있기 마련이다.  

그중 팥배나무는 잎사귀나 꽃이든 아니면 열매나 나무껍질이든 다른 나무로부터 팥배나무를 골라낼 수 있는 점이 많다. 자주 접할수록 그런 차이점은 점점 분명하게 눈에 들어오고, 그러면 비로소 나무가 무성한 숲 속이라도 팥배나무를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원산지라서 영어로는 Korean Mauntain Ash로 불리는 팥배나무. 그 나무를 숲 속에서 알아보는 기쁨은 무척 크다. 


우리나라 숲에 많이 자라난 팥배나무


여름 숲 속은 서로 다른 종류의 나무라도 나뭇가지마다 비슷비슷한 잎사귀들이 짙은 녹음을 드리운다. 아무리 늦게 피는 꽃이라 해도 초여름이면 꽃잎이 다 떨어지고, 가을 전이니 나무의 열매가 맺기 전이라 나무의 구분은 오로지 나뭇잎과 줄기뿐이라 나무를 서로 구분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나무가 저 나무 같고 저 나무가 이 나무 같다. 


팥배나무 돌출된 잎맥의 간격이 거의 일정하다.


팥배나무는 조금만 친숙해지면 한 여름에도 그 나무를 쉽게 알아볼 수 있다. 팥배나무 잎은 색이 진하고 잎맥이 뚜렷하며 간격도 일정하게 주름져 있다. 잎맥이 일정하다는 묘사가 다소 추상적이지만, 일본에서 저울눈나무라고 불릴 정도로 잎맥 간격이 정확하게 돌출되어 구분되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잎맥이 뚜렷하다는 것만 가지고도 팥배나무를 찾을 수 있다.    


이른 봄 팥배나무의 가지에서 새싹이 움트고 있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타원상 달걀꼴 모양이다.      

                   

팥배나무는 사시사철 볼거리를 주는 나무다. 늦봄 팥배나무는 산속에서 가지 끝에 편평한 하얀 꽃을 무더기로 피어낸다. 팥배나무의 꽃은 가지 끝에 6 ~ 10개의 꽃이 달리는 편평꽃차례다. 하얀색 꽃 지름은 1cm이고, 꽃받침조각과 꽃잎이 각각 5개씩 있고, 수술은 20개 정도이다.


꽃 모양은 편평한 모양의 꽃차례로 가지 끝이 달린다. 

                                           

초여름 파란 잎사귀에서 많은 꽃을 피어 내니 팥배나무는 숲 속에서 단연 눈에 띈다. 팥배나무 꽃잎은 이른 봄 귀룽나무 못지않게 나무 위로 새하얗게 피어난다. 팥배나무는 15m 넘게 쭉쭉 뻗어 자라나는 키 큰 나무다. 그래서 숲 속에서 거닐다 보면 팥배나무 꽃들이 머리 위로 뭉게구름처럼 피어난 것도 모르고 걷기 일쑤다. 가끔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눈이 부신 것이 햇살 때문인지 하얀 꽃잎 때문인지는 나도 모른다. 


지름 1cm 정도의 백색 꽃은 가지 끝에 6 ~ 10개 달린다.


팥배나무 꽃은 많은 꿀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벌들이 꽃 사이사이 붕붕 헤집으며 바쁘게 꿀을 채취하느라 정신없다. 벌들이 수고로움을 끝내면 꽃마다 파란 열매가 알알이 생긴다. 가을로 접어들면 열매는 차츰 붉게 익어간다. 이제 산새들이 팥배나무를 차지할 시간이다. 나뭇가지마다 무더기로 피어난 붉은 열매는 겨울까지 욕심부리지 않아도 될 만큼 풍성하게 열린다. 팥배나무는 곤충과 날짐승들에게 아낌없이 베풀 줄 아는 나무다.


백색의 꽃받침조각과 꽃잎은 각각 5개씩이다.


열매는 타원형이며 초록색을 띠다가 가을에 붉게 물든다.


사계절 중 팥배나무를 다른 나무와 구별할 수 있는 시기는 아무래도 가을날이다. 늦서리 맞을 때까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붉은 팥알 같은 열매를 보고 비로소 팥배나무인 것을 알아볼 수 있다. 다른 나무들은 가지만 앙상하여 삭정이 같아 보일 때 팥배나무는 가지마다 알알이 맺은 붉은 열매로 인하여 생명력이 넘친다. 한 겨울 눈이 내려도 팥배나무 붉은 열매는 하얀 눈 속에서 작은 전구를 켜놓은 듯 아름답게 보인다. 색도 진해서 붉은색이라는 표현보다 코발트색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듯하다. 


가을에 황적색으로 열리는 열매는 관상 가치가 높다.

                                   

팥배나무 이름 중 '팥'은 가을에 붉게 여무는 열매가 붉은팥을 닮았기에 '팥'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다. 그러면 '배'라는 이름은 과일 배를 말하는 것일까? 사실 '배'라는 이름은 늦봄 꽃차례가 여러 층으로 하얗게 필 때 꽃잎이 배나무 꽃을 닮았다고 하여 들어간 이름이다. 

헛갈리게도 팥배라는 이름에는 팥의 열매와 배나무의 꽃이 합쳐져 지어진 이름이다.  차라리 다른 식물과 비교하여 단어를 차용하려면 꽃이든 과일이든 동일한 요소를 대상으로 삼았으면 이해하기 쉬웠을 텐데 작명에 있어서 뭔가 아쉽다. 



가을 아름답게 물든 팥배나무 단풍


비슷한 이름의 팥꽃나무는 키가 다 자라도 어깨까지 올라오지 못하는 관목인데, 팥꽃나무의 꽃은 '팥'의 꽃과는 다소 다르다. 팥꽃이라는 이름은 나무의 꽃이 피어날 때 꽃 색깔이 팥알과 비슷한 코발트 색이라서 팥꽃나무라고 붙여졌다. 

이런 식물명에 대한 아쉬움이 팥배나무 하나일까? 흰말채나무는 붉은 나뭇가지고, 만리화는 향기가 나지 않는다. 물론 흰말채나무는 말채나무 중 흰 열매를 맺기에, 만리화는 만리 밖에서도 꽃을 볼 수 있기에 그렇게 불린다고 하지만 뭔가 아쉬움은 남는다.

누구는 그 작은 열매를 따서 먹어봤더니만 배맛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팥 모양의 열매가 배맛이 난다고 하여 팥배나무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 말이 참말인지 이번 가을 팥배나무가 아름답게 익을 때 꼭 맛을 봐야겠다. 열매에서 배맛이 난다면 팥배나무는 팥 모양의 열매가 배맛이 나서 팥배나무인 것이다.  

하얗게 눈 덮인 겨울 산속에 붉은 열매는 새들이 찾기 쉽다.


팥배나무 열매는 지름이 1cm로 붉은색으로 익으며 9월 중순 ~ 10월 초에 성숙한다. 열매는 작아도 초겨울 늦게까지 나뭇가지에 남아 겨울을 나는 텃새들에게는 귀중한 식량이다. 크기도 작거니와 시큼한 맛도 사람들 입맛에는 맞지 않아 산속 날짐승과 들짐승이 독차지할 수 있다. 

문득 여름에 배꽃같이 하얀 꽃이 피면 팥배나무를 알아보고, 가을에 팥같이 붉게 익은 열매로 산속에서 팥배나무를 알아보면 될 것 같다. 된다. 


하얀 눈에 파묻힐 때까지 나뭇가지에 남아있는 팥배나무


산에서 잘 자라는 팥배나무는 수형이 아름답고 나무 등걸도 회색빛 깨끗하고 반듯하게 자라나 요즘 공원에서도 조경수로 많이 심는다. 단정한 용모로 사시사철 다양한 색의 꽃과 열매로 계절이 바뀌었음을 알려주는 팥배나무가 조경수로 각광받는 것은 당연하다.  한 나무에게서 이렇게 다양한 볼거리를 줄 수 있는 나무도 그리 많지도 않다.


꼿꼿하게 자라나는 팥배나무 줄기에는 흰점 무늬가 특징이다. 

                                       

팥배나무와 친해지면 한 겨울에도 나무를 알아볼 수 있다. 팥배나무 껍질은 회갈색이고 흰점 무늬가 뚜렷하여 다른 등걸이 거친 나무들과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팥배나무와 더욱 친해지면 나뭇잎과 꽃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멀리서 보아도 그 수형만으로도 팥배나무를 알아볼 수 있다.


팥배나무 꽃말이 '매혹'인 것도 사계절 내내 나무가 갖고 있는 아름다움 때문이다. 꽃이 특출 나게 아름답거나 열매가 탐스럽다면 그 계절에만 눈길이 갈 것이다. 하지만, 팥배나무는 만날 때마다 한결같이 매혹적이다. 굳이 어느 한 특징을 잡기 힘들지만, 그런 부분적인 요소들이 모두 잘 어울려 전체적으로 아름다움을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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