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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행 Aug 03. 2021

신갈나무_보부상이 아끼던 깔창나무

Mongolian Oak, 물가리나무, 물갈나무, 돌참나무, 栩

신갈나무

산토끼가 죽어 가면 여우도 슬퍼하오.
금수조차 그러한데 한심하다 우리 세상~



분류

참나무목 > 참나무과 > 참나무속  

학명

Quercus mongolica Fisch. ex Ledeb

개화기

4월, 5월  

분포지역 

한반도 전역, 극동러시아, 일본, 대만, 중국


태재고개에서 불곡산 넘어가는 숲길은 한남검단지맥의 한 구간이다. 검단산에서 북쪽으로 뻗어 나가 한강에서 끝나는 한남검단지맥 본류인 한남정맥은 백두대간 속리산에서 안성 칠장산에서 광교산, 백운산, 관악산, 김포 문수산까지 산줄기를 말한다. 즉 도심에서 가까워 동네 야산 같은 이 길을 계속 따라가다 보면 백두대간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백두대간 속리산부터 계속 걷는다면 소백산, 태백산, 설악산을 가게 되고 삼팔선을 넘을 수 있다면 금강산과 두류산 그리고 마침내 백두산에 오른다. 


불곡산에서 대지산 산줄기를 타지 않고 대신 완만한 숲길 따라 탄천 쪽으로 방향을 튼다면 다소 걷기 편한 길이 나온다. 이 길을 영남길로 일컫는다. 영남길은 과거 영남지방(경상도, 충청도)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던 길이었다. 선비뿐만 아니라 보부상도 봇짐을 메고 팔도를 다니기도 했다. 흔히 장돌뱅이라 불리던 보부상들은 무거운 짐을 지고 산길을 걸어야 했기에 불곡산길처럼 편하고 쉬운 길을 자주 이용했다. 


불곡산 정상. 영남길과 성남누비길 제4구간에 위치한다.


조선시대 일반 백성들은 땅에 얽매여 있어 산 하나 마음대로 넘어보기도 힘든 시대였다. 그 시절 봇짐을 지고 조선 팔도 숲길을 누비며 다닐 수 있는 그들이 한편으론 자유로워 보인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읽어봐도 장돌뱅이는 전국 유람을 다닐 수 있는 한량 같기도 하다. 작품에서 허생원이 산허리를 돌 때마다 보는 풍경은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장돌뱅이는 정작 의지할 곳 하나 없이 부지거처하며 팔도를 떠돌아다니는 신세였다. 장돌뱅이가 부르던 노래를 들어보면 그들이 얼마나 고달프고 처량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사해 안에 사는 사람 서로서로 형제인데, 고을 백민끼리 남남 보듯 할 수 있소.
산토끼가 죽어 가면 여우도 슬퍼하오. 금수조차 그러한데 한심하다 우리 세상
무거운 등짐 지고 이곳저곳 떠돌면서 아침에는 동녘 하늘 저녁에는 서녘 땅
어쩌다 병이 나면 구완할 이 전혀 없네. 사람에게 짓밟히고 텃세한테 괄시받고
언제나 숨겨 두면 까마귀의 밥이 되고 슬프도다. 우리 인생 이럴 수가 어찌 있소!’     


암수한그루이고 꽃은 4 ~ 5월에 피고 암꽃 차례는 윗부분에서 곧추 자란다.


보부상이 자주 걷던 애환의 길 영남길은 신갈나무 천지다. 보부상들이 일부러 신갈나무가 자라는 산길을 골라 걸을 리 없었겠지만, 신갈나무만큼 보부상에게 유용한 나무도 없다. 신갈나무 잎은 보부상들이 신던 짚신 밑바닥에 딱 들어맞는 크기였다. 떡갈나무 잎도 두툼하니 좋지만, 너무 커서 짚신에 들어가지 않는다. 신갈나무 잎이 달걀 모양으로 적당히 커서 짚신과 비슷하다. 여러 장 겹쳐서 신 위에 깔아놓으면 푹신하였다. 잎이 헤지만 사방에 자라난 신갈나무 잎을 따서 다시 갈아 넣으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짚신 밑바닥에 깔창 대신 넣었다 하여 신갈이 나무로 불리다가 신갈나무로 불렸다. 


잎은 어긋나기이나 가지 끝에서는 모여나기한다.


신갈나무는 주로 우리나라 산 능선 대부분을 차지한다. 산 비탈면은 가파른 지형으로 흙의 수분과 양분이 씻겨나가서 비옥하지 않다. 게다가 바람까지 거세서 나무에게 그리 좋은 생육환경은 아니다. 그런데, 신갈나무는 이런 불리한 환경에 자리를 잡고 자손을 번식하여 군락지로 만든다. 참나무중 수목한계선이 가장 높아 산이 높을수록 신갈나무만 남는다. 산꼭대기에 참나무가 있다면 십중팔구 신갈나무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신갈나무는 우리 숲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나무다. 그런 경이로움을 찬양하며 '신갈나무 투쟁기'란 책이 나올 정도다. 저자 차윤정, 전승훈 작가는 이 책에서 


작은 종자 하나에서 얼어붙은 땅을 헤집고 싹을 틔우는 일에서부터 잎을 만들고 줄기를 키우고 뿌리를 키우고 꽃을 만들고 열매를 만드는 어느 것 하나 거저 되는 법이 없으며 나무에게서 일어나는 살 떨리는 삶의 현장들을 인정해야 하고 그냥 참나무가 아닌 신갈나무이어야 했으며.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닌 치열한 투쟁사이어야 한다.

고 말한다.


나무껍질은 암회색이며 일년생가지는 암회갈색이다.


잎끝은 둔하고 밑은 점차 좁아져 귀 모양을 하며 물결모양의 둔한 톱니가 있다.


신갈나무와 같은 참나무 6 종류 구분은 먼저 잎 크기로 구분한다. 크게 세부류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상수리와 굴참 잎은 길고 가는 형태로 이중 굴참은 잎 뒷면에 하얀 털이 있으며 톱니 없이 가시만 있다. 다음 중간 넓은 잎으로 졸참과 갈참은 서로 잎자루가 길고 거꿀달걀형이지만, 갈참 잎 뒷면에 털이 있고 회백색이며 좀 더 크다. 나머지 신갈나무와 떡갈나무 구분하는 것이 좀 어렵다. 

떡갈나무 잎 가장자리 물결이 더 크고 잎도 더 크고 더 두껍다지만, 그것도 떡갈과 신갈이 같이 있을 때 비교하며 구분하는 것이다. 두 나무는 모두 잎 모양이 거꿀달걀의 형태에다 물결 모양의 둔한 톱니도 비슷하고 잎자루도 같이 짧다. 다만 구분한다면 떡갈 잎 뒷면에 갈색 털이 좀 더 있고 나름 덜 길쭉하다는 것인데, 사실 여행자가 산에서 신갈나무 잎을 따서 떡을 싸든 떡갈나무 잎을 따서 신발 깔창에 신든 그것이 지금에서야 시빗거리는 아닐 것이다. 


신갈나무 껍질은 암회색이며 일 년생 가지는 암 회갈색이다.


하지만, 가을이 되면 떡갈나무와 신갈나무는 구분이 명확해진다. 도토리중 깍정이에 털이 있는 것은 떡갈나무고 털 없이 매끈하게 딱 달라붙은 것이 신갈나무다. 신갈나무처럼 깍정이에 털 없이 밋밋한 도토리는 졸참나무과 갈참나무가 있다. 하지만, 나무를 분류하는 것이 사람의 기준으로 나눈 것일 뿐 신갈나무와 떡갈나무의 교잡도 흔히 있는 일이라서 두 나무의 특징이 서로 보인 나무도 많다. 

그런 나무는 떡신갈나무라고 부르며 영문 이름도 떡갈나무(Dentata oak)와 신갈나무(Mongolian Oak)를 합쳐 Dentata x Mongolica hybrid oak로 부른다. 신갈나무가 졸참나무와 섞이면 물참나무가 된다. 이 정도면 나무 구분하는 것이 위미 없다. 자연은 연속적인 스펙트럼 선에서 보이는 것이지 무 자르듯 나뉘는 것이 아닌가 보다. 


신갈나무 도토리는 9월~10월에 성숙한다. 깍정이는 빵모자 모양으로 비늘잎이 있다.


봄이 오면 모든 나무들이 그렇듯 연초록 새잎을 내밀지만, 그중 신갈나무 잎이 더 깨끗하고 새롭다. 그래서 새로운 '신(新)' 자를 갈나무(참나무) 앞에 붙여 신갈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무튼 숲을 거닐 때 참나무 육 형제를 잊지 않게 노래 부르듯 외우는 것이 있다. 

‘맛 좋은 도토리로 유명한 상수리나무, 코르크 마개 굴참나무,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떡갈나무, 제일 작은 졸병 참나무, 그물처럼 얇게 갈라지는 갈참나무, 짚신 깔창으로 쓰는 신갈나무!’ 


전국의 신갈나무는 추위에도 강하여 참나무류 중 고산성 식물로 표고 100∼1,800m에 분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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