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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행 Sep 18. 2021

쪽동백나무_잃어버린 추억을 찾아

옥령화, 白雲木, 玉玲, Fragrant Snowbell

쪽동백나무

쪽동백나무 아래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둥근 나뭇잎은 마치 비눗방울이 떠다니는 느낌을 준다.
마치 잃어버린 추억을 떠오르게 하듯...

분류

감나무목 > 때죽나무과 > 때죽나무속  

꽃색

백색  

학명

Styrax obassia Siebold & Zucc.  

개화기

6월, 5월  

분포지역 

우리나라 함경남도와 전라남북도를 제외한 전국 분포, 중국, 일본.


경기도 성남(城南)이라는 지명은 삼국시대부터 불려진 이름이다. 성(城)의 남(南) 쪽 마을, 즉 남한산성의 남쪽이라는 뜻으로 우리말과 한자음을 섞어 '성나미'로 부르기 시작한 것에서 유래한다. 남한산성은 신라 문무왕이 쌓은 주장성이라는 설과 백제 온조왕이 쌓은 위례성이라는 설이 갈려 있지만, 삼국시대에 축조된 것은 사실이고 그만큼 마을의 역사는 깊다. 1973년에 시로 승격한 성남은 서울의 위성도시로서 신생도시가 아니라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유구한 역사를 가진 고장이라는 뜻이다.

성남은 단대천이 발원하는 남한산성 남문 아래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성의 남쪽 중에서 특히 해가 잘 비추는 양지쪽에 위치하여 양짓말이라 부른 동네는 양지동이라 불렀다. 성남에서 둥그란 해가 가장 잘 비추는 양지바른 곳이라 할 수 있다. 그곳 양지쪽 숲에서 둥그런 해를 닮은 잎을 가진 나무, 쪽동백나무 군락을 찾았다. 


양지체육공원 자연관찰원 데크로드


식물을 분류할 때 잎이 나는 모양과 잎 종류, 모양에 따라 다양하게 나뉜다. 잎차례에 따라 어긋나기, 마주나기, 다발나기 등으로 나뉘고, 잎 종류에 따라 홑잎, 겹입으로 분류한다. 잎모양으로는 타원꼴, 달걀꼴, 장상형, 피침꼴, 바늘꼴, 심장꼴, 마름모꼴, 극형, 둥근꼴 등 다양한 잎 모양이 있고, 쪽동백나무는 둥근꼴의 잎모양을 갖고 있지만, 가지각색의 나뭇잎 중 둥근 해 모양을 가장 닮았다. 양지동 마을을 상징하는 나무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서로 엉켜있는 두 쪽동백나무가 서로 안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


양지동 산기슭에 양짓말이라는 이름답게 해 모양을 닮은 쪽동백나무 군락이 있는 것도 흥미롭지만, 산비탈에 군락을 지을 수밖에 없는 사실을 발견했다. 두 그루의 쪽동백나무가 서로를 애틋하게 안으며 자라난 것이 필시 여기 동산의 아담과 이브였겠다. 그 주변으로 두 나무의 자손인 듯한 쪽동백나무들이 무더기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필시 이 두 나무에게서 잉태한 열매들이 산비탈을 굴러 어느 아늑한 곳에 뿌리를 내려서 군락을 이룬 듯하다.


쪽동백나무 껍질은 검은색이며 매끈하고 곧게 자란다.

                                           

쪽동백이라는 나무 이름은 옛 아낙네들이 머리를 쪽질 때 사용했던 동백기름을 대신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동백은 남쪽 일부 지역에서만 자랐고 쉽게 구할 수 없다보니 일반 서민들은 산속 흔하게 자라는 쪽동백나무 열매로 기름을 짜서 동백기름을 대용했다. 쪽동백나무라는 이름은 머리를 쪽질 때 사용한 동백기름에서 유래한 것이라기보다 '쪽'이라는 접두어가 '작은'이라는 뜻으로 동백보다 작고 기름의 품질도 다소 낮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파보다 작은 쪽파, 박보다 작은 쪽박 등을 떠오르면 동백보다 작은 쪽동백이라는 이름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쪽동백나무의 껍질은 매끈매끈하고 허물 벗듯 쉽게 벗겨진다.


쪽동백나무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나무다. 키는 대체로 5~7m 정도로 자라나 산비탈 관목과 교목의 중간 크기 정도로 자라난다. 때죽나무와 생강나무와 함께 쪽동백나무는 흔하게 볼 수 있고 동백을 대신하여 기름을 얻을 수 있는 나무다. 


겨울과 봄에 보는 쪽동백나무는 때죽나무와 비슷하여 쉽게 구분할 수 없다. 잎이 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쪽동백나무 줄기는 색이 진하고 매끈하면서도 재질이 단단하다. 1년생 가지는 뱀이 허물을 벗듯 수피를 벗는 특징이 있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에서 목공예를 할 때가 종종 있는데 그때 자주 쓰이는 나무가 쪽동백나무다. 겉은 진한 색이지만, 속살은 하얗고 광택이 나서 나뭇가지로 공예품을 만들면 작품 수준을 떠나 예쁘게 보인다. 

쪽동백나무 잎은 어긋나기 하며 타원형 또는 달걀형의 원형이다.


때죽나무의 꽃과 비슷한 쪽동백나무 꽃. 때죽나무 이름은 Snowbell.


쪽동백나무의 하얀 꽃은 5~6월에 피며 모양은 여러 꽃들이 조롱조롱 꽃대에 달려 있는 모습이다. 서양에서는 향기로운 꽃이 눈처럼 하얗게 종처럼 매달려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라서 'Fragrant Snowbell'로 부른다. 서양에서는 쪽동백나무의 꽃에 더 관심을 가졌다면, 중국에서는 열매의 모양에 더 관심을 가졌으며, 옥처럼 아름답다고 하여  ‘옥령(玉玲)’이라 했다. 일본에서는 잎을 더 주목했다. 둥글고 넙적한 잎이 층층이 자라는 모습을 보고 ‘백운목(白雲木)’이라 했다. 쪽동백나무의 학명 중 obassia(아바치아)는 때죽나무가 일본어로 치샤(チシャ), 쪽동백나무는 때죽나무보다 잎이 더 크기 때문에 ‘큰 잎 때죽나무’란 뜻으로 오오바치샤(大葉チシャ)를 소리 나는 음가 그대로 쓴 것이다. 우리나라는 열매의 유용성을 보고 짝퉁 동백나무라는 뜻으로 쪽동백나무라 불렀으니 심미적 관점에서는 다소 유감스럽다.


쪽동백나무 꽃부리는 지름이 2cm이고 5개로 깊게 갈라지며, 5 ~ 6월에 개화한다.


쪽동백나무 꽃은 새 가지의 끝이나 잎겨드랑이에서 꽃대가 나와 포도송이처럼 꽃차례로 수십 개 핀다. 하얀 꽃잎은 5개로 깊게 갈라져 있고, 수술 10개, 암술 1개다. 꽃이 때죽나무 보다 더 많이 열리고 향기도 좋아 꿀벌이 많이 몰려든다. 외국에서는 쪽동백나무와 비슷한 때죽나무 꽃을 보고 눈처럼 하얗게 종처럼 매달려있다고 해서 'Snowbell'이라 부른다. 그리고 같은 때죽나무과 쪽동백나무의 꽃도 눈처럼 하얗게 종처럼 매달려 있지만, 꽃이 더 많고 향기가 더 짙어 향기로운 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Fragrant Snowbell'로 부른다.


산에서 보는 쪽동백나무의 나뭇잎은 오동나무 다음으로 큰 잎이다. 어떤 잎은 크기가 30cm에 이르기도 한다. 


쪽동백나무는 때죽나무과에 속하고 꽃과 열매가 서로 비슷하다. 다만 잎사귀는 완연히 차이가 나 둥글고 커다란 잎을 가진 쪽동백나무는 이른 숲에서 보면 구름처럼 둥글게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모습이다. 크기도 커서 산에서 만나는 나뭇잎 중 오동나무 다음으로 떡갈나무 잎과 그 크기가 비슷할 것 같다.  


군락을 이루고 있는 쪽동백나무 아래 들어서면 둥근 잎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쪽동백나무 일본어는 백운목(白雲木). 하얀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한 나뭇잎


옥령화로 불리기도 하는 쪽동백나무 열매는 타원형으로 9월에 녹색빛을 띠며 익어간다. 조롱조롱 매달려 있는 열매가 귀엽다. 손으로 훑으면 종소리가 날 것 같다. 때죽나무의 열매는 독성 물질이 있어서 짓이겨 물에 풀어놓으면 물고기를 때로 죽일 수 있지만, 쪽동백나무 열매껍질에는 독성 물질 대신 떫은맛이 나는 타닌 성분이 들어 있다. 


쪽동백나무 열매로는 기름을 짜 아낙네 머릿기름과 호롱불 기름으로 사용했다.


열매에는 타닌 성분 말고 영양분이 많은 단백질과 지방유 등을 함유하고 있어 가을 산새들의 좋은 먹이가 된다. 떫은맛이 나는 타닌 성분 때문에 곤줄박이 같은 새들은 쪽동백나무 씨앗을 흙에 묻어두고 타닌 성분이 줄어들 때 파내어 먹기도 한다. 새가 깜박하고 잊어버리면 씨앗은 이듬해 싹이 돋고 또 다른 쪽동백나무로 커간다. 


가을에 물드는 쪽동백나무의 나뭇잎


산속 쪽동백나무 널따란 잎사귀 아래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둥근 나뭇잎을 볼 수 있다. 

잃어버린 추억을 떠오르게 하듯 비눗방울이 하늘 위로 올라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련한 추억에 젖게 만드는 쪽동백나무 넓은 잎. 숲길 산책 중 쪽동백나무 아래 그늘을 지나면 꼭 하늘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옛 기억을 떠올리며, 옛 추억에 빠져들며 발걸음을 멈춘다. 


겨울이 다가오기 전 쪽동백나무 물든 나뭇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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