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행 Jan 16. 2021

자귀나무_가슴이 두근거려요

자귀나무, 소쌀밥나무, Silk Tree ,  夜合樹

자귀나무

자귀나무의 꽃을 아름답게 보면 실크트리(Silk tree)가 되고,
처녀귀신의 풀어헤친 머리카락으로 보면 귀신나무가 된다.

분류

장미목 > 콩과 > 자귀나무속  

꽃색

보라색  

학명

Albizia julibrissin Durazz.  

개화기

7월  

분포지역 

중국, 대만, 인도, 네팔, 일본; 경기도, 충청남북도[국립수목원 국가생물 지식정보]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나무에 핀 것을 본 적이 없다. 

핑크빛 비단실이 촘촘하게 꽂힌 꽃송이는 다분히 이국적이라 발걸음 멈추고 오래 보게 된다.

눈길을 거두고 제 갈길 어렵게 만드는 꽃은 맡아보지는 않았지만, 꽃에 향기가 가득한가 보다. 

벌도 꽃에서 떠나질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불리는 이름보다 먼저 영어로 나무를 배웠다. 

Pink Silk tree.

처음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꽃이 핀 나무를 보고서 즉감적으로 수긍했다.


자귀나무의 영어 이름 실크트리는 실크모양의 아름다운 꽃에서 기인한다.


실크모양의 꽃술이 공작이 화려한 깃을 펼치는 것처럼 아름다워 '실크트리'라는 이름은 작명이 참 잘되었다고 생각한다. 학명 'Albizia julibrissin' 또한 페르시아어로 비단 꽃이라는 뜻이다.

자귀나무의 또 다른 영어 이름 'Mimosa tree' 도 해가지면 활짝 펼쳐졌던 잎사귀가 마주 보며 접히는 모양이 미모사 잎과 같다고 하여 붙여졌다. 이 또한 나뭇잎의 특성을 잘 반영된 이름이다.


자귀나무의 잎은 밤에는 미모사처럼 마주 보며 접힌다.


자귀나무는 예로부터 불리는 이름이 많았다.

낮에는 활짝 펼쳐진 잎이 밤에는 서로 마주 보며 잎사귀가 닫힌다. 그래서 남녀가 안고 자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하여 야합수(夜合樹)라고 부르기도 했다. 합환수나 합혼수 역시 이름만 다를 뿐 같은 뜻이다.

자귀나무는 콩과 식물이다. 열매가 콩처럼 열리는 데 바람에 이 열매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래서 여자들의 수다와 같다 하여 여설수(女舌樹)란 이름도 있다.

또 다른 재미있는 이름도 있다. 소가 지나가면 꼭 자귀나무 잎을 훑고 지나갈 정도로 좋아해서 소쌀밥나무라고도 부른다. 


밤에는 잎사귀가 모아지는 특징 때문에 합환목, 야합수라고 불린다.


동양권에서는 자귀나무의 아름다운 꽃보다 재미있는 습성을 가진 잎에 초점이 맞춰져 이름이 지어졌다. 낮에 활짝 펼쳐진 잎이 밤에는 모아지는 특성을 더 강조하여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합환(合歡, ねむのき)이라고 부른다. 


윗 사진 밤에 닫힌 잎, 아랫 사진 낮에 열린 잎. 


그러면 우리가 부르는 자귀나무는 어디에 어원을 두고 있을까?

처음 이름을 듣고도 갸우뚱하게 하는 나무. 자귀나무. 

서양에서는 아름다운 꽃 모양을 두고서 실크트리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 모양이 처녀귀신 머리 풀어헤친 것 같이 보여 자귀나무라고 부르는 것인가?


공원 조경수로 많이 심어진 자귀나무. 특이한 나무껍질은 약재로 사용된다. 


자귀나무의 어원을 나무의 쓰임새에 따라 문자 그대로 해석한 것도 있다. 자귀나무가 나무를 깎는 목공 연장인 '자귀'를 만드는데 쓰인다고 하여 자귀나무라고 불린다는 것이다. 

또 다른 어원으로는 우리나라도 중국이나 일본처럼 같은 동양권이기 때문에 밤만 되면 정확하게 잎이 모아져 잠을 잔다고 생각하여 자는 시간을 귀신같이 맞춰서 자귀나무라고 불린다고도 한다. 


이른 봄 움트는 자귀나무 새싹


자귀나무의 또 다른 어원으로는 시집가는 나무라는 뜻의 좌귀목(佐歸木)이 점차 음운이 변해서 좌귀나무, 자괴나무를 거쳐 자귀나무로 변해진 것이라고 한다. 이 또한 밤에 꽃이 오므라들어 합쳐지는 것이 시집가서 신혼 첫날밤 한 이불을 덮고 자는 모양이라고 생각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부부의 금실을 위해서 자귀나무를 집안에 심기도 했다. 


숲에서 만난 자귀나무. 특이한 잎 모양이 금세 눈에 띈다.
자귀나무 잎


밤이 되면 잎이 모아지는 특성을 식물의 '수면 운동'이라고 한다. 수면 운동을 하는 식물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잎의 잎자루에 불룩하게 튀어나온 엽침 중 위에는 잎을 펴는 세포가, 아랫부분에는 잎을 굽게 하는 세포가 있어 빛의 자극으로 각각 팽압 운동을 한다. 이때 엽침 세포에 수분이 빠지면 팽압이 감소하여 수축작용으로 잎이 닫히고 반대로 수분이 공급되면 팽압이 증가하여 잎이 열린다.  

                                   

꽃은 6~7월 가지 끝에서 총상꽃차례처럼 달린다.


자귀나무가 이처럼 수면 운동을 하는 이유가 있다.

첫째, 더위를 좋아하는 나무이기 때문에 밤에 잎의 표면적을 작게 하여 열을 적게 발산하기 위함이고

둘째, 잎을 모아서 바람에 피해를 받지 않을 수 있고

셋째, 잎을 모으면 나방이나 밤벌레의 침입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꽃은 암수한꽃이고 6~8월에 개화한다.


꽃은 가늘고 긴 수술이 여럿 모여 부채꼴 모양을 한다. 수술의 꽃받침에는 흰색이고 수술머리 쪽으로 갈수록 분홍색이 진해진다. 향기가 은은하고 달콤하여 벌들이 자주 찾기 때문에 양봉업자에게 중요한 밀원수이다.


깊어가는 가을 하늘 자귀나무 한쌍이 서로 의지하며 지키고 있다. 


잎은 줄기에 하나씩 달리는 것이 아니라 아까시나무처럼 작은 잎들이 모여서 하나의 가지를 만들고 이들이 다시 줄기에 달린다. 잎사귀는 길이 2-7 cm 정도이다. 자귀나무 열매도 콩과 식물이니만큼 아까시나무처럼 긴 콩 꼬투리가 열린다. 겨울에 보면 아까시나무와 헛갈린다. 다만 가시가 있고 없고를 가지고 구분할 수 있다.


한 겨울 채 떨어지지 않은 잎 위로 눈이 쌓였다.


자귀나무의 꽃말은 가슴의 두근거림.

꽃을 보면 어느 누가 가슴을 두근거리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신혼 첫날밤을 상상하게 만드는 이름 자귀나무

겨울 지나 다시 여름이 오면 

자귀나무의 찬란한 꽃을 다시 기대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강나무_수줍은 사랑의 고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