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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행 Feb 03. 2021

산딸나무_희생, 십자가 나무

준딸나무, 애기산딸나무, Kousa Dogwood ,  四照花

산딸나무

예수님이 지신 십자가를 만든 나무 산딸나무
산딸나무 꽃말 희생은 십자가에 못 박히고 희생하신 님을 기리는 꽃말

분류                  

산형화목 > 층층나무과 > 층층나무속                      

꽃색  

백색 

학명                  

Cornus kousa F.Buerger ex Hance  

개화기                  

7월, 6월 

분포지역

경기도 및 충청도 이남지역, 일본, 황해도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지식정보]


청계산 국사봉에서 서들산 방면으로 내려가면 가파른 산기슭에 동굴이 있다. 바로 병인박해 새남터에서 순교한 루도비꼬 성지가 있는 둔토리 동굴로 천주교 성지다. 프랑스 랑공에서 태어난 루도비꼬는 지구 반대쪽 이름도 몰랐던 조선에 왔다. 당시 흥선대원군 시퍼런 서슬 아래 천주교인들이 무참하게 죽어나가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운중동 교우촌에서 조선어를 배우며 열심히 전도하다가 박해를 피해 국사봉 산기슭 동굴에 피신했다. 그러나 곧 체포되어 서울 의금부로 압송되어 1866년 3월 새남터 형장에서 처형당했다. 

조선에 온 지 일 년도 안 되었으며 겨우 27살 나이였다. 우리나라에서 순교한 외국인 신부 중 가장 어린 나이였다. 


국사봉 산줄기 비탈길을 위태위태하게 내려가면 기슭으로 동굴이 있다.


깎아지는 흙 비탈면에 있는 동굴은 바위로 되었으며, 그 위로 낙엽이 쓸려 내려왔다. 돌아보니 험준한 산줄기로 둘러싸여 적막했다. 

성 루도비꼬는 한겨울 동굴에서 관군을 피해 공포와 추위로 부들부들 떨었다. 벽안의 젊은이에게 청계산은 너무나 낯설고 험준했다. 더구나 한겨울 음지의 동굴은 추위를 피할 수 없었고, 먹을 것도 구하기 쉽지 않았다. 동굴 안으로 세차게 몰아치는 눈바람을 낙엽으로 막으며 그는 신께 기도드렸었다. 

그 산기슭에 잎사귀 모두 떨군 산딸나무만 무심하게 그의 애절한 기도소리를 듣기만 했다.


둔토리 동굴 안에는 마리아상과 양초, 몇 송이 꽃다발이 항상 있다.

                                    

산딸나무는 기독교인에게 개 같은 나무(Dogwood)로 불린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힐 때 쓰인 나무가 독우드(Dogwood)라 불리는 산딸나무였다고 한다. 꽃잎도 공교롭게도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힐 때의 모습처럼 十자 꽃잎이다. 꽃잎 끝 흰 모양은 손바닥에 박힌 못을, 붉은 열매는 예수님의 피를 상징한다고 한다. 


청계산 둔토리 동굴 주변에 자라난 산딸나무


사실 기독교인에게 십자가는 성스러운 성물이다. 그리고 예수님이 돌아가실 때 십자가로 산딸나무가 쓰였다고 하여 기독교인은 산딸나무를 성스러운 나무로 여긴다. 더구나 꽃잎 모양도 십자가 모양이니 기독교인에게 산딸나무야 말로 기독교를 상징하는 소중한 나무로 생각한다. 그래서 예수님이 돌아가셨을 때 쓰였다고 하여 산딸나무를 개나무(Dogwood)라고 부른다는 말은 이치에 맞지 않다. 

유럽에서 독우드(Dogwood)에 대한 어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산딸나무의 껍질로 개의 피부병을 치료했기 때문에 Dog가 Wood에 붙였다는 것과 산딸나무 목질이 단단하여 나무 꼬챙이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는데, 나무 끝자락을 뜻하는 영어 dag가 dog로 변해 Dogwood로 불렸다는 것이다.


산딸나무 줄기 모습. 거뭇거뭇한 색을 띤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십자가 모양의 꽃 때문에 산딸나무를 정원수로 심는다. 요즘은 아름다운 꽃이 피는 원예종들이 많이 개발되어 무려 34종에 달한다. 특히 미국산딸나무, 꽃산딸나무, 서양산딸나무는 꽃이 아름다워 우리나라 공원이나 정원에 많이 심는다.


이른 봄 산딸나무 잎은 마주나며 수평으로 퍼진다


산딸나무 이름이 서양에서 Dogwood로 불리는 것이 특이하여 산딸나무 이야기를 기독교로 시작했지만, 청계산에서 자생하는 것처럼 산딸나무는 아시아가 자생지이다. 우리나라 전역에도 자생종으로 분포한다. 산딸나무라는 이름도 열매가 딸기처럼 생겨서 산에서 열리는 딸기나무라는 뜻이다. 

도심 공원에서 자주 보던 산딸나무를 산 중에 마주치면 그 반가움이 매우 크다. 특히 세상이 모두 초록 잎으로 무성할 초여름 새하얀 꽃잎으로 뒤덮인 산딸나무를 보는 것은 신기함마저 든다. 

 

산딸나무 잎 뒷면은 누운 털이 있다.


산딸나무는 이웃 나라에서도 많이 자란다. 우리나라가 열매를 강조한다면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꽃잎처럼 생긴 잎을 강조한다. 밤에는 하얀 꽃이 달빛을 받아 더욱 환하게 비추는데 중국에서는 꽃잎이 사방을 비춘다고 하여 사조화(四照花)라고 부른다. 중국의 기서 산해경 편에는 산딸나무를 가리켜 “나뭇결이 검으며 그 빛이 사방을 비추는 나무가 있는데, 이것을 몸에 걸치면 길을 잃지 않았다”라고 서술했다.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 꽃잎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두 장씩 서로 마주 보고 있는 하얀 잎이 흰 두건을 쓴 스님 같다고 하여 산법사(山法師)라고 부른다.                                     


4~5월 잎 조각이 꽃잎처럼 생긴 포(苞)가 꽃차례 바로 밑에 십자 형태로 달린다.


일본에서 부르는 산법사는 일본 승병으로 사무라이와 비슷한 복장을 하고 머리는 하얀 두건으로 두르고 전투에 나섰다. 그리고 산딸나무의 학명 중 종소명 kpusa는 일본 하코네 지방에서 산딸나무를 부르던 방언 '쿠사'에서 왔다. 일본 방언이 산딸나무의 학명으로 사용된 것은 독일 식물학자가 일본에서 이 나무를 채집하여 명명했기 대문이다.

 

6월에 핀 흰 총포 조각이 열리면 마치 하얀 꽃이 핀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만 열매를 기준으로 이름을 지었고 이웃 중국이나 일본, 그리고 서양에서는 모두 꽃잎처럼 생긴 특이한 잎을 기준으로 이름을 지었다. 자생종으로 산딸나무를 보면 우리나라가 나무 이름을 짓는 데 있어서 더 구분하기 더 쉬운 것 같은데 산딸나무 외래종이 들어오면서 나무 이름과 나무 모습의 상관성이 모두 어긋나게 돼버렸다. 딸기 열매가 없는 산딸나무가 들어온 것이다. 미국산딸나무나 꽃산딸나무의 열매는 딸기보다는 작은 타원형 꽃사과 모양의 열매다. 십자가 모양의 흰꽃잎은 그대로인데 열매만 다른 것이 열린다. 중국에선 미국산딸나무(Flowering dogwood)를 기존 부르던 사조화에서 대화(大花)사조화로 부르고, 일본에서는 아메리카산법사로 부른다. 


산딸나무 목재는 결이 아름다워 가구나 조각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우리가 산에서 마주치는 딸기모양의 열매가 열리는 나무를 산딸나무라고 아무리 불러도 식물분류학적으로는 열매보다 꽃과 같이 생긴 큰 포가 있는 것을 특징으로 삼아 큰 포를 가진 층층나무속 나무 모두를 산딸나무라고 부른다. 그래서 딸기 같은 열매가 달리지 않은 미국산딸나무도 산딸나무라고 부른다. 

외국에서 딸기처럼 생긴 열매가 달린 나무가 있다. 딸기나무(Strawbery tree)고 부르지만 엄연히 다른 나무다.   


6월에 청계산 산기슭에는 산딸나무 핀 흰 총포 조각이 마치 꽃처럼 환하게 열린다. 


산딸나무 꽃은 네 장의 잎이 마주보기로 붙어 있다. 가지마다 수많은 꽃이 겹겹이 얹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산딸나무의 잎이 꽃잎처럼 변형된 것으로 꽃이 아님에도 순백색 포엽잎은 마치 꽃처럼 보인다. 사람이 착각하고 벌과 나비도 착각한다.


동그란 꽃차례에 4장의 꽃잎처럼 생긴 꽃바침 잎이 있다.


꽃은 6월 무렵 가지 끝에 무리 져서 핀다. 꽃잎처럼 생긴 흰색 포(苞)가 꽃차례 바로 밑에 십자 모양으로 달린다. 꽃은 4장의 꽃잎과 4개의 수술, 1개의 암술로 이루어져 있다. 


흰색의 꽃바침 잎이 마치 커다란 꽃처럼 보여 벌과 나비를 유혹한다.

                                                 

키는 10m 정도 자라고 가지들이 층을 이룬다. 잎은 마주 나고 4~5쌍의 잎맥이 양쪽으로 나오고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거나 무딘 톱니가 있다. 


익으면 감미롭다는 산딸나무 과육. 생긴 것이 꼭 코로나 19 같기도 하다.

                                                 

우리나라 산기슭이나 산골짜기에서 흔히 자라는 만큼 그늘에서도 잘 자라고 내한성이 강하다. 가을에는 열매가 붉게 익는데, 꽃받침이 씨를 감싸며 과일로 자란다. 사람이 먹을 수 있을 만큼 맛이 있다고 한다. 감미롭기까지 한다는데 생긴 것이 께으름 직하여 차마 맛을 보지는 못했다. 


붉게 익은 열매는 맛이 좋아 사람이 먹을 수 있다.


가을에 붉게 익은 과육은 긴 자루 끝에 열린다. 표면에는 거북이 등 같은 무늬가 보이는데 이는 여러 개의 암술이 붙어서 만들어진 집합과 라고 한다. 속에는 작은 씨앗이 열매에 따라 1~4개씩 들어 있다. 과일을 직접 먹기도 하고 과일주로 담그기도 한다. 


열매가 딸기처럼 생긴 산딸나무


단맛이 있다는 열매는 약효도 있다. 소화불량을 완화하기도 하고 설사를 멎게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가을 산딸나무 단풍
겨울 산딸나무 수형
겨울 산딸나무 가지마다 쌓인 눈
겨울 산딸나무 가지에  꽃 대신 핀 눈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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