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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행 Aug 07. 2018

전나무길, 생강나무길, 산초나무길

나는 누비길을 걷는다 - 검단산길

테마가 있는 숲길 전나무길, 생강나무길, 산초나무길


검단산 정상에서 망덕산 가는 길은 해발 50m 내외의 산 능선을 따라가는 숲길로 지세는 험하지 않고 완만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길이다. 편하게 걸을 수 있으니 숨이 가쁘지 않고 비로소 주위도 천천히 둘러볼 수 있는 여유도 있다. 험궂은 산세의 숲길은 발목 접히지 않게 돌을 골라내며 조심스럽게 걷느라 땅만 쳐다보아야 한다.

검단산에서 망덕산 가는 길은 능선을 따라 호젓하게 걸을 수 있다. 

망덕산으로 가는 길은 가파르게 오르지도 급하게 내려가지도 않는다. 호젓한 숲길을 걸으면서 마음은 한가롭고 가벼워진다. 가끔 길을 가로막는 바위가 나타나면 옆으로 비켜가면서 참나무 숲 속을 걷는다. 크게 볼 것도 없어서 발걸음을 멈출 필요 없이 온전히 숲 속 걷는 행위에 집중할 수 있다. 그리고 숲 속을 걷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정신을 맑게 할 수 있다. 도심 속의 스트레스는 숲 속에 들어섰을 때 이미 사라졌다.


독일의 100년 역사의 크나이프 요법은 식물요법을 통하여 자율신경계에 자극을 주고 정신의 안정을 개선시키는 요법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신카이 노리토시는 ‘산림욕의 효과는 음이온과 기압, 적당한 습도를 느낄 수 있는 기온, 신선한 숲 향기, 산소 농도가 높은 공기의 흐름이 합세하여 사람의 오감을 자극하기 때문에 온다.’고 하였다. 이런 요소가 자연과 사람을 동화시켜 쾌적한 감각을 느끼게 해준다. 또 신카이 박사는 ‘피톤치드와 같은 식물의 향기, 새들의 지저귐, 숲 속의 고요나 바람소리, 시냇물 소리, 나뭇잎 사이로 새어드는 햇살, 높은 산소농도 속 음이온, 녹색을 중심으로 한 숲의 색채, 기분 좋은 습기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풀어준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 주변에 시선을 뺏기지 않고 걷는다는 것은 좀 무료한 것은 사실이다. 기암괴석도 없고 늠름한 노거수도 없이 길은 계속 이어진다. 

만약 도심에 있었다면 높은 빌딩이나 커다란 광고판으로 내가 어디쯤 있는지 알 수 있는 이정표가 되는데 숲에서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늘 아래 참나무만 빼곡한 숲 속에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어떻게 설명해 줄 수 있을까? 하늘의 변화무쌍한 구름 중 양털 모양의 구름 밑이라고 할 수 없고 수피가 거칠고 잎사귀 반쯤 떨구어진 어느 커다란 상수리나무 앞이라고도 할 수 없다. 당최 이정표로 삼을 지물이 없다. 어쩌면 숲에 들어왔으니 그동안 번잡하게 부딪혔던 세상이랑 잠시라도 단절될 기회일 수 있겠다. 그러면 낯선 환경에 들어선 경험이 무척 감사하다. 
[나는 누비길을 걷는다 中]
길은 숲속사이로 깊이깊이 들어가기만 한다.

그래서 길에다 이름을 붙였다.

신기하게도 참나무 육형제만 알면 숲은 참나무 밭이지만, 거기서 나무를 더 알게 되면 숲은 풍요로운 공간이 된다. 무작위의 작위만큼 경이로운 것도 없다. 전나무야 식목일에 맞추어 길가에 심었다지만, 생강나무와 산초나무는 숲길 주변으로 일정 간격 자기들 만의 군락지를 이루었다. 나무 종류마다 좋아하는 환경이 가지각색이다. 그래서 대부분 나무들은 자기들끼리 한 곳에 모여 사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이렇게 숲길 따라 자기 영역을 차지하며 군집을 이룬 것이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니다. 누비길은 그 숲을 통과한다. 그래서 길에 이름을 붙였다. 


전나무 숲길

                                                                                

 

검단산에서 망덕산 가는 길 중간에는 수백 미터에 걸쳐서 전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길 주변 식목일에 맞추어 심은 것으로 길을 안내하고 있다. 자생한 수목은 아니지만, 전나무들이 길 양옆으로 마중 나온 것이 반갑다. 사람 키만 한 나무지만 그래도 심은지 십수 년은 족히 넘었으며, 크면 30~40m까지 곧게 자란다. 

전나무의 유래는 나무에서 흰 젓이 나와서 젓나무라고 부르다가 젖나무라고 하다가 음이 변하여 전나무라고 부른다. 같은 침엽수 중 소나무나 잣나무는 잎이 가늘고 길지만, 전나무는 잎이 짧고 촘촘하여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소나무와 잣나무의 구별은 소나무는 바늘잎이 2개가 한 묶음이고 잣나무는 5개가 한 묶음인 것이 특징이고, 소나무 중 리기다소나무는 잎이 3개씩 난다. 전나무는 짧은 잎이 하나씩 따로따로 난다.

전나무 숲길

                                                       

아파트 단지내에서도 조경수로 전나무를 많이 심는다. 상록성의 짧은 삐침 잎이 특징이다. 
상록침엽교목. 높이 40m, 지름 1.5m. 잎은 상록성의 선형이고 우리나라에 원래부터 있었던 전나무는 추운 지방을 좋아하는데, 주로 이북의 고산지대와 고원지대에 자라고 있다. 남쪽 지방에는 일본전나무가 심어지는데 일본에서 건너온 이 나무는 따뜻한 곳을 좋아한다. 목재의 색이 모래알같이 희고 깨끗하다 하여 사송(沙松)이라고도 불리는 이 전나무는 대표적인 음수로 그늘에서 더 잘 자라며, 어려서는 자람이 매우 느리나 심은지 10-15년이 지나면 자람이 왕성해져서 대량 재생산이 가능한 수종이다. 종자결실은 풍흉이 심하여 5-7년마다 풍년이 드는데 천연갱신이 잘된다. 전나무는 나무의 줄기가 밋밋하고 가지의 퍼진 모습이 아름답고 품위가 있어 조경수로도 많이 심고 있다.  나뭇결은 대체로 통직하고 나무갗은 거칠고 윤이 나며 가볍고 연하며 향기가 강하고 산미가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정보, 한반도 생물자원 포털(SPECIES KOREA)]  

산초나무 숲길 

전나무 숲길을 지나면 다음으로 마중 나온 산초나무 숲길을 볼 수 있다.

산초나무는 줄기에 가시가 있고 어긋나게 나 있다. 옛날에는 가시가 있는 산초나무를 집 주변에 심어 울타리 대용으로 삼았다. 산초나무는 냄새가 강하게 나는데 이 특징으로 여름철 모기 퇴치제로 많이 사용되었다. 산초나무의 향에는 모기가 싫어하는 산시올(Sanshool) 성분이 있다. 그리고 남쪽 지방에는 산초나무 열매를 가지고 음식이나 양념에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산초의 어린싹은 생선요리에 쓰여 잡내를 없애는 데 사용한다. 

특이한 것은 열매와 나무껍질에 독성이 있어 민물가에서 잎이나 열매를 달인 즙을 물에 풀면 물고기가 마비되어 물 위에 뜨므로 물고기를 쉽게 잡을 수 있다. 이렇게 산초나무는 쓰임새가 많았다.  

 

산초나무 숲길에는 작은 관목의 산초나무를 많이 볼 수 있다.
산속에 산초나무가 무더기로 자라난 것을 보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전국의 산과 들에 흔하게 자라는 떨기나무로 중국과 일본에도 분포한다. 줄기는 곧추서며, 높이 2-5m다. 줄기에 가시가 어긋나게 달린다. 잎은 어긋나며, 작은 잎 13-21장으로 된 깃꼴겹잎, 냄새가 강하게 나고, 잎줄기에 좁은 날개가 있다. 작은 잎은 잎줄기 위쪽에서는 마주나지만 아래쪽에서는 조금 어긋나게 붙으며, 타원상 피침형,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다. 꽃은 7-8월에 암수딴그루로 피며, 가지 끝의 원추꽃차례에 작은 꽃이 많이 달리고, 연한 녹색이다. 꽃받침과 꽃잎은 각각 5장이다. 수꽃에는 수술이 5개 있다. 열매는 삭과이며, 익으면 터져서 검은 씨가 드러난다. 약용으로 쓰인다.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정보, 한반도 생물자원 포털(SPECIES KOREA)]  

생강나무 숲길

산초나무 숲길을 지나면 다음으로 마중 나온 것이 생강나무 숲길이다. 망덕산 오르는 비탈길에 산기슭부터 생강나무가 자라났다. 봄에는 철쭉나무와 같이 꽃을 피워 숲길을 빨갛고 노랗게 만든다. 생강나무는 가끔 산수유나무와 혼돈하는 경우가 있는데, 꽃이 피는 시기가 이른 봄이고, 모두 노랗게 꽃이 피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에서 봄철에 만나는 노란 꽃의 나무들은 거의 생강나무다. 산수유나무는 대부분 조경수나 가로수로 도심에서 볼 수 있다. 

어린 생강나무. 하트모양의 잎사귀와 크라운 모양의 잎사귀가 나란히 피어났다.
참나무가 많은 산등성이의 수목 중에서 간간이 잎이 세 손가락 모양과 닮기도 하고 하트 모양 같기도 한 나무들이 보였다. 잎도 살짝 노랗게 물들었다. 잎이 세 개로 나누어진 잎사귀가 보여 그 나무가 무엇인지 예은 씨에게 물어보았다. 
나중에 그녀는 다시 마주친 나뭇잎 모양을 스마트폰으로 찍더니 검색을 몇 번 하고 생강나무라고 일러주었다. 이름 그대로 잎을 비비면 생강 냄새가 난다고 하여 생강나무라고 했다. 옆에서 사진을 보니 봄에 핀 생강나무 꽃이라 했다. 산수유나무와 똑 닮았다. 창곡동 올라가는 가로수로 산수유나무가 심어져, 추위가 물러날 때 노란 꽃들이 피어나면 봄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생강나무 꽃도 이른 봄에 노란 꽃이 피었다. 그러고 보니 그 가로수가 생강나무인지 산수유나무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여태 꽃망울 진 산수유 가지를 하나 툭 부러뜨려 봄이 왔다고 건네주었었는데 그게 생강나무였다면 기억이 잊힐 것 같았다. 더 알아보니 다행히도 산수유나무가 맞았다. 산성폭포 앞에서 보게 되는 가로수는 빨간 열매가 열렸는데 생강나무 열매는 검은 알갱이였다. 
[나는 누비길을 걷는다 中]
어릴 땐 하트모양, 자라선 삼지창 모양의 생강나무 잎. 살면서 까칠해지는 것일까?

                                                                                            

전국의 산기슭 양지바른 곳에 자라는 낙엽 떨기나무로써 중국, 일본에도 분포한다. 잎은 어긋나며, 심장형 또는 난형으로 가장자리는 밋밋하거나 3-5갈래로 크게 갈라진다. 꽃은 3-4월에 잎보다 먼저 암수딴그루로 피며, 꽃대가 없는 산형 꽃차례에 달리고 노란색이다. 화피는 6장이다. 수꽃에는 수술 6개, 암꽃에는 암술 1개와 헛수술 9개가 있다. 열매는 장과이며, 9월에 검게 익는다. 외래식물인 층층나무과의 산수유나무와는 달리 산에 저절로 자라는 자생식물이다. 동백나무 또는 동박나무라고 부르기도 하며, 어린 가지와 잎에서 생강 냄새가 난다. 씨앗으로 머릿기름을 짜서 쓴다.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정보, 한반도 생물자원 포털(SPECIES KOREA)]  



교목 아래 숲길에서 샛노란 금불초를 만나는 것처럼 반가운 것도 없다. 


키 큰 나무가 햇살을 가리는 숲길에서 샛노란 금불초 서너 송이가 반긴다. 우리나라 산과 들에 비교적 흔하게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이라서 그동안 눈길이 가지 않았지만, 누비길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꽃이다. 

금불초(金佛草).  부처님의 미소를 닮았다고 하여 금불초라고 불리는 노란 꽃은 숲길에서 찾을 수 있는 소확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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