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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행 Nov 27. 2022

귀룽나무_구룡이 된 나무

구름나무, 구룡나무, European bird cherry

귀룽나무

귀룽나무 꽃말은 사색이란다.
헝클어진 나뭇가지는 보기만 해도 머리가 더 복잡한데...

분류 

목련강 > 장미목 > 장미과 > 벚나무속  

학명 

Prunus padus L.

다른 이름

구름나무, 귀롱나무, 구룡나무, 귀롱목, european bird cherry                   

                  



 인릉산에서 헌인릉 내려다보면 좌측에 구룡산이 우측으로 대모산이 솟아있다. 지리적으로 보면 백두대간과 한남정맥을 거쳐 청계산에 갈라져 나온 산줄기가 인릉산까지 뻗쳐서 대모산을 마지막으로 한강에서 구룡산이 끊어지는 모양새다. 그 구룡산과 대모산 사이에 왕릉이 자리를 잡고 있다. 헌인릉이다. 

헌인릉은 조선 3대 임금 태종의 능인 헌릉과 제23대 임금인 순조의 인릉을 합쳐서 헌인릉이라 한다. 수백 년의 세월을 두고 조상과 자손의 능이 나란히 조성된 셈이다. 인릉산 명칭은 인릉의 조산이 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헌인릉이 같은 장소에 있기에 인릉산은 태종의 무덤인 헌릉의 조산이 되기도 한다.


인릉사에서 내려다본 서울 전경. 좌측이 구룡산, 우측이 대모산이다.


대모산의 이름은 애초 할미산이었다. 그 유래는 산세가 늙은 할미의 구부러진 등과 같다고 하여 붙여졌다. 그러다 조선 세종 시대에 태종의 헌릉을 모시면서 할미보다는 어미라 부르는 것이 낫다고 하여 대모산(大母山)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대모산에는 성화초등학교 학생들이 생태교육으로 야생 꽃을 자주 탐방한다는데 대모산에서 할미꽃을 찾아냈는지 모르겠다. 할미꽃은 우리나라 야산에 잘 자라고 줄기가 꼬부라지고 꽃이 피면 머리가 하얗게 센 모습 때문에 아이들도 할미꽃을 보면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원산지라 학명도 ‘Korean pasque flower’다. 할미산이 대모산으로 고쳐 부르듯이 할미꽃도 노고초(老姑草)로 불린다. 하지만, 정감이 있는 것은 할미꽃이다. 굶주린 할머니가 셋째 손녀딸을 찾아가다가 집 앞을 두고 쓰러져 그 넋이 산골짜기에 핀 꽃이라 더욱 그렇다. 


줄기는 높이 10-20m다. 잎은 어긋나며, 도란형 또는 타원형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톱니가 있다.

                                                    

대모산 왼편으로 구룡산이 보인다. 구룡산은 말 그대로 아홉 마리의 용이 하늘로 승천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는 열 마리 용이 승천했다. 그 모습을 보고 한 여인이 소리 지르며 놀라기에 용 한 마리가 떨어져 죽고 아홉 마리만 하늘로 올라간 것이라 한다. 그리고 떨어져 죽은 용은 물이 되어 양재천이 되었다. 구룡산에 구룡이란 말을 붙이려면 아홉 마리 용의 등처럼 산줄기가 굽이굽이 요동치기를 반복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니, 그냥 땅이 움푹 팬 모양의 구렁텅이에서 구룡이 나온 말 같다. 

실제로 다른 지역의 야트막한 산중 종종 구룡산이 있는데 예전에는 구렁산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우리나라 산 중 유독 구룡산이 많은 이유는 부처님이 태어나셨을 때 하늘에서 아홉 마리 용이 내려와 부처님 몸을 씻겨주고 땅에서는 연꽃이 올라와 부처님 발을 떠받쳤다는 설화 때문이다. 


귀룽나무 어린 가지를 자르면 냄새가 나고 잎이 올라온 5월에 꽃이 하얗게 핀다.


그러고 보니 인릉산에서 구룡산을 내려다볼 때 구룡나무로 불리던 귀룽나무에서 바라본 것도 참 우연치곤 기가 막힌 우연이다. 물론 귀룽나무는 우리나라 산이나 계곡 어디에든 흔하게 자라는 나무다. 야트막한 산기슭에서 깊은 산골짜기에서 흔하게 자라기 때문에 어느 산이든 귀룽나무는 쉽게 볼 수 있다.

게다가 귀룽나무 특징을 몇 가지만 알면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 일단 나무는 20m까지 자라는 키가 큰 나무며 숲에서 겨울을 끝내고 다른 나무들이 슬슬 봄맞이할까 싶을 때 이미 귀룽나무는 잎이 돋아나 숲을 연한 초록빛으로 물들게 한다. 그래서 귀룽나무는 숲에서 가장 부지런한 나무로 알려져 있다. 


다른 나무보다 일찍 봄맞이하는 귀룽나무


귀룽나무 잎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고 하지만, 어린잎은 매콤한 맛이 있어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한다. 나뭇가지는 길게 늘어뜨려 바람이 불 때마다 버드나무처럼 일렁인다. 잔가지가 많고 기다란 나뭇가지가 밑을 향해 살랑이면서 잎이 버드나무보다 넓은 타원형에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면 귀룽나무다. 그래서 귀룽나무를 보면 실타래가 엉켜 있다는 표현을 많이 한다. 


전국의 산 계곡 주변에 흔하게 자라는 낙엽 큰키나무 귀룽나무


봄에 새순이 제일 먼저 돋는 것 말고도 아까시나무처럼 하얀 꽃을 풍성하게 피워 내는 것을 보고 귀룽나무를 알 수 있다. 꽃은 봄볕이 완연해진 4월 새 가지 끝에 총상꽃차례로 찔레꽃과 비슷한 하얗게 피어난다. 귀룽나무도 찔레처럼 장미과에 속하고 지름 1cm인 꽃이 10cm 되는 이삭에 다발로 피어나고 그것이 나무 전체를 뒤덮는다. 아까시나무도 아니면서 꽃이 새하얗게 다발로 나무를 덮고 꽃향기가 진하다. 그 모습이 마치 하얀 꽃이 뭉게구름과 같다고 하여 구름나무라고 부르다가 귀룽나무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 북한에서는 여전히 구름나무라고 무른다. 


봄에 제일 먼저 새순이 돋는 귀룽나무

                                                                                                                                  

꽃은 4-6월에 새 가지 끝의 총상꽃차례에 모여 달리며, 흰색이다. 


6월에는 버찌처럼 동그랗게 생긴 열매가 검은색으로 익어 간다. 봄에 벌들에게 향긋한 냄새가 나고 달콤한 맛이 나는 꿀을 많이 선물했다면, 가지마다 알알이 맺힌 검은색 열매는 새들에게 보시한다. 

그래서인가? 영어 이름은 ‘European bird cherry’다. 


귀룽나무 꽃차례는 길이 10-20cm이며, 20-30개의 꽃이 달린다.

                                        

귀룽나무 열매는 핵과이며, 둥글고, 지름 6-8mm, 검게 익는다.


귀룽나무 이름이 구룡목(九龍木)에서 왔는데, 나무줄기와 가지가 아홉 마리 용들이 용틀임하는 것 같아서 구룡나무로 불렸다고 한다. 풍수지리적으로 용은 물을 뜻하고 비가 올 때 하늘로 올라가므로 물줄기가 떨어지는 폭포 중 구룡폭포 이름이 많다. 귀룽나무는 용의 무엇을 상징하여 그런 이름을 가진 것일까? 하늘 높이 하얀 꽃을 피워 내 하얀 구름 같아 구름나무에서 왔다는 말이 제일 그럴듯하다. 물론 양재천 구룡산은 구렁산에서 온 것이 맞고.


한 겨울 잔가지 많은 귀룽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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