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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행 Jan 14. 2023

물푸레나무_물을 푸르게

쉬청나무, Korean Ash ,  水精木

물푸레나무 

검은 숯내에 푸른 물을 더하면

분류 

물푸레나무목 > 물푸레나무과 > 물푸레나무속

학명 / 꽃말

Fraxinus rhynchophylla Hance / 겸손

다른 이름

쉬청나무, 水精木, Korean Ash, Retuse Ash


탄천에 와서 걷기를 좋아한다. 식사하고 남는 시간 짧은 시간이라도. 삼십 분 남짓 빠르게 걸으면 상적천과 합류되는 지점까지 갔다 올 수 있다. 상적천은 청계산에서 흘러온다.

탄천은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온 한남정맥이 할미산성에서 검단지맥으로 분기되어 법화산과 불곡산, 영장산, 남한산성, 검단산과 한강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에서 시작된다. 탄천의 발원지 수청(水靑)동 옛 이름은 물푸레울로 깨끗한 물이 흘러 물푸레나무가 집단으로 서식하였기 때문에 물푸레울이라 불렸다. 수청동은 인접한 법화산에서 큰물을 이룬 동네란 뜻의 덕수(德水)동과 합쳐져 청덕동으로 불린다. 


상적천과 합류되는 탄천. 어느 가을날.


옛날에 숯내라고 불렀던 탄천은 용인시 수청동에서 발원하여 여러 지천과 합류되어 서울 한강으로 흐른다. 특히 청계산 청정한 계곡에서 흘러온 맑은 물과 합쳐진 후 더 큰 물결이 된다. 

한 번은 마음먹고 탄천에서 상적천 따라 올라 발원지까지 가기로 한 적 있다. 서울공항 담벼락을 타고 흘러가는 상적천을 거슬러 올라가면 고등동을 지나 대왕저수지를 만나고 옛골 방면으로 꺾이는 물길을 따라가면 청계산 어둔골에 접어든다. 


청계산 계곡 맑은 물


숲에 나무가 우거져 항상 어둡다는 어둔골 계곡은 여느 산 못지않게 기암괴석과 시원한 폭포를 볼 수 있다. 물 또한 투명하다 못해 연녹색을 띤다. 물속에 두 손을 담그면 시원한 감각으로 물에 손을 담근 줄 알겠다. 특히 널찍한 바위 신선대는 주변 절경이 뛰어나 신선대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이곳에서 발을 담그던 옛 선비들이 맑은 물에 갓끈을 씻고 흐린 물에 발을 씻었듯 유유자적할 수 있다. 물소리에 박자를 맞춰 노래 한 곡조나 뽑을 수 있겠다 싶다.


상적천 발원지 물푸레나무 군락지


그렇게 물소리 따라 물을 거슬러 올라가면 망경대 오르는 길 중턱에 물길은 끊기고 대신 샘이 용 솟는 곳에 다다른다. 바로 상적천 발원지이자 탄천과 합류되어 한강에 이르는 물의 시작이다. 이 수원지는 탄천의 발원지가 물푸레마을로 불렸던 것처럼 여기도 물푸레나무가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다. 

물푸레나무는 물 맑은 계곡이라면 어디든 쉽게 볼 수 있다. 물을 좋아하고 습한 토양에서 뿌리는 새로운 줄기를 곧장 잘 만들어 계곡가에 금세 큰 나무가 여럿 자란다. 물푸레나무는 나무껍질에 흰점이 얼룩져 있는 것으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처음에는 가로 큰 무늬가 누가 흰색 물감으로 나무줄기에 발라놓은 줄 알았다. 한두 점 흰색 반점이 잿빛 바탕의 나무와 대비가 되어 독특한 얼룩무늬로 보인다. 


물푸레나무 흰색 반점이 잿빛 바탕의 나무와 대비가 되어 독특한 얼룩무늬가 보인다.


나뭇잎 또한 아까시나무처럼 새의 깃 모양으로 작은 잎이 5장에서 7장까지 양쪽에 붙어난다. 모두 마주 보기로 잎이 달리는데 여러 잎 중 가지 끝 잎이 가장 크다. 그리고 새로 자란 가지에서 꽃대가 나온다. 비슷한 잎을 가진 나무로 들메나무가 있는데, 들메나무는 잎자루에 붙은 잎 크기 모두 같다. 그리고 작년 묵은 가지 끝에서 꽃대가 나온다. 


물푸레나무 열매는 길이 2 ~ 4cm 되는 시과로서 날개는 피침형 또는 긴 피침형이다.


물푸레나무과에는 키가 큰 들메나무 말고도 쇠물푸레나무가 있다. 청계산에는 쇠물푸레나무를 물푸레나무보다 더 많이 볼 수 있는데, 쇠물푸레나무는 잎이 작고 좁으며 대부분 작은 나무로 자라는 까닭에 작을 소(小)를 붙여 쇠물푸레나무라 부른다. 곤충 날개와 같이 뾰족하고 기다란 모양의 씨앗도 물푸레나무 씨앗 절반 크기다. 가을에는 나무 밑으로 씨앗이 수북하다. 


물푸레나무 껍질에 띄엄띄엄 흰 반점이 있다.


물푸레나무 가지를 잘라 물속에 휘저으면 푸른 물감이 풀어지듯 물이 푸른색으로 변한다. 꼭 이른 봄에 가지를 잘라 껍질을 벗겨내야 푸른 물이 나온다. 물푸레나무는 물을 푸르게 하는 나무라는 뜻으로 한자로도 수청목(水靑木)이라 한다. 옛날 파랗게 변한 물에 붓을 적셔 화선지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옷감을 물들기도 했다. 


이른 봄 물푸레나무 햇가지에서 나온 새잎


그동안 보았던 나무들 이름이 때죽나무, 쥐똥나무, 버즘나무, 말오줌나무 등 아무런 미학적인 관점 없이 마을 어귀에 굴러다니는 개똥 부르듯 나무 이름을 하찮게 지은 것이 못내 아쉬웠던지라 물푸레나무라는 이름을 듣고 참 반갑고 예쁘게 이름을 지었다고 생각했다. 

알고 보면 고운 우리말로 지은 예쁜 나무 이름도 많다. 수수꽃다리 이름도 푸근하고, 히어리는 이국적이고, 그중 남쪽 지방에서 자란다는 다정스러울 만큼의 나무란 뜻의 다정큼나무는 꼭 보고 싶다. 굳이 나무뿐만 아니라 하늘에서 내리는 비만 해도 이르는 말이 수십 가지 되며 오래오래 내리는 궂은비나 싸라기처럼 포슬포슬 내리는 싸락비, 실처럼 가늘게 내리는 실비, 빗발이 보이도록 굵게 내리는 발비 등 자연을 묘사하는 우리말은 참 섬세하고 예술적이다. 



물푸레나무는 단단하다. 옛날에 사람들을 매로 벌을 줄 때 물푸레나무로 곤장을 만들어 엉덩이를 때리곤 했다. 목질이 단단한 데다가 탄성도 좋아 곤장을 때리면 볼기짝에 나무가 착착 감겨 엉덩이 가죽이 터지고 극심하게 아팠다. 한때 인정 많은 임금이 물푸레나무 대신 덜 아픈 버드나무나 가죽나무로 바꾸라고 했지만, 매로써 기강을 세운다는 대신들의 만류로 다시 물푸레나무로 애꿎은 백성의 곤장을 쳤다. 

지금도 물푸레나무는 가구 재료로 사용되며 오래 쓸수록 더 멋스럽게 느껴져 고급수종으로 취급받는다. 흔히 가구점에서 애쉬(Ash)로 만든 고급 식탁은 세월이 지나도 깨지거나 갈라지지 않는다고 소개한다. 덕분에 우리 집 식탁도 물푸레나무 수종으로 만든 가구다. 


나무껍질은 세로로 갈라지고, 흰색의 가로무늬가 있고 일년생가지는 회갈색이다.


물푸레나무는 우리나라 어디를 가나 산속의 크고 작은 계곡 주위에 있다.


북유럽의 신화에서 물푸레나무는 하늘과 땅 지구를 이어주는 신령스러운 나무로 생각한다. 토르의 아버지 오딘이 심었다는 물푸레나무는 위그드라실로 부르며 우주를 뚫고 솟아있다. 오딘이 물푸레나무에서 지혜를 얻어가며 신이 인간을 만들 때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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