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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행 Jan 07. 2021

흰말채나무_당신을 지켜봐요.

흰말채나무, 홍서목, White horn tree,  紅瑞

흰말채나무


우뭇가사리를 닮은 것처럼 붉은 줄기 나무를 왜 흰말채나무라고 부를까?
가을이 되어야 그 이유를 알았다. 

분류 

산형화목 > 층층나무과 > 층층나무속  

꽃색 

노란색, 백색  

학명 

Cornus alba L.  

개화 

6월, 5월  

분포 

일본, 중국, 몽골; 평안북도, 함경북도 분포, 전국 식재.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원 지식정보]


붉은 줄기 때문에 홍서목이라고 불린다.


흰말채나무를 볼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 

왜 붉고 붉은 줄기를 갖고 있는 나무를 흰말채나무라고 부를까?

해님달님 동화에서 썩은 동아줄을 잡다가 떨어져 죽은 호랑이 핏물을 홍건하게 적신 것은

수수꽃 뿌리가 아니라 흰말채나무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붉은 나뭇가지.

겨울에 더 선명한 붉은 나뭇가지가 인상적이고

한 여름에 줄기마다 풍성한 잎사귀를 보면서 의아했다.


눈이 내린 날 붉은 가지가 더욱 인상적이다.


흰말채나무를 잊고 있다가 다시 흰 눈이 펑펑 내릴 때 흰말채나무를 찾아갔다.

하얀 설경을 배경으로 붉은 가지가 더욱 붉어 흰색과 대비된다. 

잎사귀 없어도 붉은 가지만으로도 겨울 조경으로 맞춤이다. 

게다가 토양을 가리지 않고 관리를 하지 않아도 잘 자라준다니 조경수종으로 훌륭하다. 

하지만 왜 흰말채나무 줄기의 선명한 '붉은색'을 놔두고 왜 '흰' 말채나무가 되었을까?


가지가 노란 노랑말채나무


우연히 노랑말채나무를 보고 난 후 이런 의문은 나무를 작명하는 데 있어 아무런 규칙도 없다는 의심을 갖게 했다. 노랑말채나무는 그 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도 이름을 들으면 어떤 나무인지 단박에 알아챈다. 원예용으로 키운다는 노랑말채나무는 어느 정원에서 자라든 나무를 헛갈리지 않고 찾을 수 있다.

줄기가 노란색이라서 노랑말채나무. 얼마나 분명한 이름인가?

이제라도 흰말채나무를 붉은말채나무라고 부르면 무슨 큰일이 일어날까? 옛날에는 붉은 줄기때문에 홍서목이라고 부르지 않았던가. 혹시 콩이 팥이 되고 팥이 콩이 되나?


우뭇가사리를 닮은 붉은 흰말채나무 가지


한 여름에 초록 잎사귀 사이에서 붉은빛을 띠는 줄기


말채나무는 우리나라 산기슭에서 자생하는 높이 10m의 큰 키 나무다. 나뭇가지가 가늘고 잘 휘어지면서 질기기로 하여 말 채찍질할 때 쓰여 말채찍 나무라고 불렸다. 

흰말채나무 또한 말채찍에 쓰일 정도로 잘 휘어지고 질기지만, 키가 2~3m에 불과하다.

말채나무는 키가 큰 교목이고 흰말채나무는 키가 작은 관목이지만, 식물분류는 꽃과 열매를 기준으로 하기에

키가 크든 작든 모두 층층나무 속에 속한다.

말채나무와 같이 줄기가 낭창낭창 잘 휘어지고 질겨 말채찍으로 쓰였지만, 말채나무가 검은 열매를 맺는데 반해 흰말채나무는 흰 열매를 맺는다. 그래서 이름을 흰말채나무로 지었다. 


산방상 취산꽃차례는 가지 끝에 달리고 지름 4~5cm이다. 


식물분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식물학자 린네는 처음으로 생물의 종과 속을 정의하는 체계를 만들고 이름을 붙일 때 필요한 원리를 만들었다. 특히 1753년 린네의 저서 '식물의 종'에서 식물 학명이 자리 잡게 되면서 모든 식물 이름은 린네의 기준을 따라 작명한다.


흰말채나무의 흰 열매. 다른 말채나무의 열매는 검다.


우리나라 자생종인 흰말채나무가 붉은 가지를 가지고 있음에도 흰말채나무라고 불리는 이유는

린네가 식물분류학의 체계를 잡으면서 흰말채나무의 학명을 Cornus alba L.로 했고

흰 열매 때문에 white라는 뜻을 갖고 있는 alba라는 학명은 붙였다.

이것을 다시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여 흰말채나무라고 이름 지은 것이다.

물론 식물분류학에서 붉은말채나무 (Cornus sanguinea)가 있다. 

흰말채나무와 같이 붉은 가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열매는 검은색이다.

영어 이름은 Midwinter Fire.

쓸쓸한 겨울 정원에 화염이 피어나는 것 같은 이름이다.  


꽃은 5~6월에 황백색으로 핀다.


흰말채나무의 원산지가 우리나라 북한지역과 중국 동북지역, 몽고 등지라는 것도 흥미롭다. 나무가 워낙 추위에 강한 내한성 수종이라 한 겨울 쓸쓸한 정원에 말채나무가 겨울 조경수로 각광받는다.


열매는 8~9월에 백색으로 익는다. 종자는 양끝이 좁고 편평하다.


흰말채나무 줄기는 높이가 3m에 달하고 가지가 밑에서부터 많이 갈라져, 다간성 낙엽 활엽 관목으로 분류된다. 여름에는 나무껍질이 푸른빛을 띠고 가을부터 붉은빛이 돈다. 열매는 늦게까지 남아 새의 먹이가 되고 풍성한 가지는 새가 둥지를 트는데 적당하다. 이런 모든 조건이 흰말채나무가 생태조경으로 많이 활용되는 이유다. 


잎은 마주나기하며 타원형이고 길이 5 ~ 10cm로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다.


생육환경은 토양이 비옥하고 보습성과 배수성이 좋은 사질양토에서 잘 자라고 양지와 음지를 가리지 않는다. 추위에 강하지만, 내공해성과 내염성은 약하다. 중부지방에서 재배하는 경우 종자 대신 휴면지를 잘라 삽목으로 번식한다. 

이번 봄에는 흰말채나무 무성한 가지 중 건실한 놈 하나 분양해서 집 작은 정원에 심으려 한다. 드문드문 보다가 이제는 곁에 두고 보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흰말채나무 가지는 겨울이 돼가면서 붉게 변해진다.


흰말채나무의 꽃말은 

'당신을 보호해드리겠습니다.'

정말 마지막 남은 흰말채나무 두 열매가 나를 지켜보듯 두 눈알처럼 맺혀있다.

당신이 나를 내내 지켜본 것처럼 나도 당신을 지켜보고 있답니다. 


흰말채나무의 꽃말 '당신을 보호해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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