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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행 Sep 15. 2018

영원한 사랑의 맹세, 연리지 나무

나는 누비길을 걷는다 - 검단산길

서로 다른 뿌리에서 한 몸이 된 연리지 나무


이배재고개를 넘고 내려가는 길은 누비길 두 번째 구간 검단산길 막바지에 다다른다. 검단산길은 첫 구간 남한산성길과 연결되어 청량산 정상의 남한산성을 중심으로  산능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숲길이다. 성남, 광주의 시경계를 넘나들며, 영장산, 불곡산, 법화산으로 뻗어가 한남검단지맥을 형성한다. 

검단산길의 식생 특징으로는 남한산성 도립공원과 군부대의 영향으로 환경 훼손이 심하지 않아 낙엽수림이 잘 발달되어 있으며, 활엽수로는 물오리나무, 참나무류, 산벚나무, 서어나무 등이 숲을 이루고 있고, 초본류로는 맥문동, 으름, 큰꽃으아리, 은방울곷, 용둥굴레, 큰괭이밥, 족도리풀 등이 자생하고 있다. 

검단산길은 한남검단지맥 산능을 걷는 길이라 군데군데 암릉을 만나기도 한다.

능선 암릉구간에는 바위 옆 척박한 땅으로 소나무가 간간이 남아있기도 하는데 검단산길 종점 갈마치고개로 가는 비탈길에는 그 유명한 연리지나무가 있다. 주변에 데크와 벤치가 설치되었고 목재난간으로 연리지나무를 둘러싸 보호하고 있다. 이 연리지 소나무는 약 사십 년 수령의 소나무 두 그루로 중간에 나뭇가지 하나로 이어져 있는 모양을 하고 있는데, 뿌리가 다른 두 나뭇가지가 맞닿아 마치 한 몸처럼 자라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예로부터 연리지는 부부간의 끝없는 사랑을 의미해왔고, 사랑하는 남녀가 연리지 앞에서 맹세하게 되면 그 사랑이 영원한 것으로 믿었다. 

연리지 소나무. 데크로 보호하고 있으며, 검단산길의 상징으로 스탬프인증대가 있다.

그런 기이한 모습과 얽힌 이야기로 사람들이 이 나무를 보기 위하여 종종 찾아오고 옆 철망에는 굳은 사랑의 상징으로 자물쇠가 걸려 있다. 남한산성 지화문을 시점으로 옹성을 돌고 산 정상과 망덕산을 오르내리는 길에서 단연 연리지 나무는 얽힌 이야기로서 검단산길을 대표할 수 있다. 그래서 검단산길 스탬프투어의 상징으로서 연리지나무가 선정된 것이다. 


검단산길 스탬프 - 연리지 소나무


서로 다른 소나무 두 그루가 손을 꼭 맞잡으며 한 몸이 되었다. 한 겨울 찍은 사진으로 온기가 느껴진다.


연리지가 부부간의 지극한 사랑을 뜻하는 말로 쓰이게 된 것은 백거이의 「장한가長恨歌」에서 쓴 시부터다. 장한가 내용은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에 관하여 쓴 글로 첫 부분은 양귀비가 현종으로부터 사랑을 받다가 안녹산의 난으로 죽는 장면이고 둘째는 양귀비가 죽고 난 후 현종의 외로운 시절에 관한 노래이며 마지막인 셋째 장은 죽어 선녀가 된 양귀비와의 현종이 재회하는 이야기다. 연리지라는 말은 셋째 장 마지막 구절 ‘재천원작비익조在天願作比翼鳥 재지원위연리지在地願爲連理枝’에서 나왔다. 비익조가 날개를 짝지어야 날아가는 새고, 연리지는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한 나무로 엉긴 것을 묘사한다. 보고픔과 애달음이 얼마나 강렬한지 비익조와 연리지를 비유하여 상징했다.


고라니 서식지 검단


그들과 이야기하는 도중, 국수나무와 잡목 잎사귀 뒤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인가 내려가 소리 나는 곳을 보았다. 작은 나무 뒤로 고라니가 뻔히 쳐다보고 있었다. 서로 눈이 딱 마주쳤다. 하지만 그놈은 도망갈 생각도 안 하고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몇 미터 바로 앞에서 마주 보니 눈이 커다랬다. 자기 큰 몸집이 엉성한 잎사귀에 가려졌다고 생각했는가 보다. 
순진한가 싶다가도 사람을 이렇게 무서워하지 않으니 명줄이 그리 길지 않을 듯싶었다. 하도 가까이 있으니 고라니 특유의 긴 어금니도 보였다. 사슴과 같은 과이지만 고라니는 머리에 뿔 대신 입에 기다란 송곳니가 자라났다. 잔가지 많은 숲 속에서 뿔이 있다면 나뭇가지에 걸려 도망 다니지 못했을 것이다. 나름 진화하여 뿔 대신 송곳니가 있다. 그래서 유럽에선 고라니를 영어로 뱀파이어 사슴(Vampire Deer)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사슴뿔을 녹용으로 삼았으니 뿔이 안 난 것이 천운일 것이다. 행여 고라니가 놀랄까 봐 숲 속에서 우두커니 서며 그놈이 먼저 물러나길 바랐다. 하지만, 고라니는 멀뚱 거리며 가만히 날 쳐다보기만 했다. 서로 눈싸움을 하다가 고라니 눈망울이 하도 초롱초롱하여 조심스럽게 뒷걸음쳐 일행에게 돌아왔다. 
[나는 누비길을 걷는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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