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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행 Apr 05. 2022

봄은 무슨 색일까?

초록? 노랑? 빨강? 하양?

봄은 무슨 색일까?


당연히 초록색이지. 

겨우내 얼었던 땅에서 연한 새싹이 움트며 보여준 색이 초록색이니까.

누렇게 말라죽은 줄만 알았던 잔디밭에는 누런 잎 사이사이 연녹색 새잎이 삐죽이 내밀고 말이야.

얼었던 시냇가에 아름드리 버드나무 낭창낭창한 줄기에도 초록 새잎이 알알이 맺혀있잖아.

어디 그뿐인가? 꽃사과 갈색 마른 가지에 봄이 오면 제일 먼저 초록색이 감돌지.

봄을 신록의 계절이라고 하는 이유가 봄의 색은 초록색이기 때문이야.

신록의 계절이 오면 어느 시인의 말 마따라 연초록 꽃받침이 햇살에 세수를 해.

탄천 버드나무
꽃사과나무 새잎


그런데  신록[新綠]이란 말이 국어사전에는 '늦봄이나 초여름'에 새로 나온 잎의 연한 초록빛 아닌가?

모든 산하에 신록이 감돌면 이미 완연한 봄이야. 곧 여름을 맞이할 채비 하는데 초록이 봄을 상징한다니 이미 철 지난 색이 아닌가? 


더구나 나무가 모두 낙엽을 떨구는 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지. 소나무나 전나무 같은 상록수는 어쩌고? 한겨울에도 늘 푸른 초록색을 잃지 않는데 말이야. 굳이 바늘잎을 가진 침엽수를 말하지 않아도 우리 곁에 상록수는 가까이 있었지. 회양목의 작지만 짙은 초록 잎과 사시사철 초록색을 잃지 않는 사철나무까지.

한 겨울 회양목 


봄은 흰색이야. 

매서운 겨울이 끝나고 곧 따뜻한 봄이 올 것을 알리는 나무가 매화나무 아니겠어? 늦은 꽃샘추위에도 꼿꼿한 선비처럼 하얀 꽃을 터뜨리지. 순백색의 꽃잎은 선비들이 입던 새하얀 무명옷을 떠올라. 그리고 목련을 떠올려봐. 아직 코끝이 서늘할 때 새하얗고 커다란 꽃을 뭉글뭉글 피어내잖아. 모두 부플라서 새파란 하늘 새하얀 구름으로 떠올를 것 같아. 

그리고 벚나무를 생각해. 해마다 봄이 오면 우리나라 모든 가로수에는 벚나무 새하얀 꽃으로 장관을 이루지. 봄이야 말로 순백의 계절이야. 

하얀 목련 꽃잎
탄천 벚나무
하얀 매화나무


아닌데. 이제 갓 추위를 벗어난 계절이 봄이야. 꽃샘추위는 아직 봄이 아니라고 시샘하여 두터운 옷을 아직 입고 있다고. 그런데 가지마다 피어난 하얀 꽃은 마치 마른 가지에 엉겨 붙은 눈덩이 같아. 

지난겨울 추위에 나뭇가지마다 하얗게 얼어붙어 눈처럼 된 서리를 떠올려봐. 매서운 겨울바람이 나무를 훑고 갈 때마다 가지는 하얀 상고대가 되었지. 

사람은 새벽에 눈 예보가 있는 날이면 상고대를 보러 일부러 산 정상에 올라. 순백의 겨울을 만끽하려는 거지. 그런데 상고대를 연상시키는 새하얀 색? 그건 봄을 알리는 색이 아니야.

한겨울 소나무 솔잎가지마다 붙은 눈송이


그래 봄은 붉은색이다.  

메마르고 무채색이었던 겨울산에 제일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는 것이 진달래니까. 한 주 두 주 산비탈에 자라는 진달래가 꽃잎을 활짝 펼치면 산은 온통 울긋불긋 붉게 물들지. 하늘까지 청명하면 붉은색은 파란 바탕에 더욱 선명해져. 어디 진달래뿐일까? 빨간 튤립은 에버랜드 봄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지. 공원이나 가로수 화분마다 심어진 튤립들이 이른 봄에 제일 먼저 붉은 꽃을 피워내면 사람들은 봄이 왔음을 실감해. 그리고 매화 중 홍매화야 말로 이른 봄에 피는 진짜 매화꽃이지.

 

붉은 홍매화
인릉산 붉은 진달래


봄은 경탄해마지 않을 아름다운 변화의 시간. 생명이 스프링처럼 새롭게 움트는 계절. 하지만 봄은 너무 짧고 곧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지. 붉은색은 정열. 피같이 붉은 장미의 꽃송이가 활짝 피워낼 때 여름은 무슨 색이라고 답하려고 하는지. 봄을 붉은색이라고 말하면 여름이 오면 답을 내놓은 게 너무 궁색해지지 않지 않은가?

우리의 감정을 모두 쏟아내지 말자. 시작은 왕성해도 절정은 아니니까. 우리의 기운을 모아서 때가 되면 떨쳐내자. 그리고 튤립이 빨간색만 있는 것도 아닌데. 노란 튤립이 얼마나 선명하고 예쁜지 기억하지 않는가?

한 여름 붉은 장미


내 생각에 봄은 노란색이야. 

해마다 겨울이 끝나가면 제일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는 꽃이 무엇인지 살펴봤지. 산에서는 노란 생강나무 꽃이고 공원에는 노란 산수유나무 꽃이야. 그리고 일주일 있다가 산에는 붉은 진달래가 피고 공원에는 하얀 매화꽃이 피더라. 

오랫동안 산수유나무에 노란 꽃망울이 달리면 나는 꽃가지를 툭 꺾어 봄이 왔음을 알려주곤 했어. 

그리고 탄천을 걸어봐. 천변 가득 노란 개나리 꽃이 가득 피어난 것을 보게 될 테니까.

노란색이야말로 봄의 색이라고 나는 생각해.

남한산성 생강나무
분당중앙공원 산수유나무
탄천 노란 개나리
노란 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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