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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행 Oct 14. 2021

산수유나무_그늘도 노랗게 물든다

산채황, 山菜黃, 실조아수, 實棗兒樹

산수유나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지는 않아도
눈발을 맞으며 봄은 왔다고 외치는 나무.

분류

현화식물문 > 목련강 > 층층나무목 > 층층나무과 > 층층나무속  

서식지

숲 가장자리, 산사면  

학명

Cornus officinalis Siebold & Zucc.  

분포

중부 이남(식재), 중국                                 


지하철역 8호선과 남한산성으로 올라가는 길은 왕복 6차로 수정로다. 러시아워 대에는 서울로 출퇴근하려는 차들로 붐비는 도로지만, 차도 양 옆 인도는 한산한 편이다. 한때 창곡중, 창곡여중, 영성여중이 모여 있어 어린 학생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인도를 메우기도 했지만, 갈수록 학생들이 줄어들더니 3개 학교가 1개 학교로 줄어든 이후로 왕래하는 사람이 부쩍 줄어들었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그나마 있던 학생들도 등교하는 날이 적어서 인도에서 사람 보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산성역에서 남한산성까지 가로수로 심은 산수유나무. 봄을 알린다.


자동차들만 바삐 지나가는 도로지만, 어릴 때부터 걷던 길이라 모든 환경이 정겹다. 특히 가로수로 심은 산수유나무는 지나갈 때마다 한 번씩 어루어 만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걸을 때마다 산수유나무를 지나칠 수 없었던 것은 나무가 계절마다 저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갖기 때문이다. 

특히 이른 봄, 개나리가 채 꽃망울 피기 전에 산수유나무는 제일 먼저 노란 꽃망울을 앙상한 가지에서 부풀어 올린다. 봄은 언제 오는 것인지 찬바람이 제법 불던 수정로를 걸을 때마다 생각했는데, 비로소 산수유 노란 꽃망울을 보고서야 봄이 온 것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노란 꽃이 붙어있는 산수유 나뭇가지를 꺾어 그녀에게 건네며 봄소식을 알리곤 했다. 


3월 이른 봄에  꽃이 피는 산수유나무. 대론 늦은 눈에 파묻히기도 한다.


성급하게 봄을 먼저 알리려 했는지 간혹 늦게 내린 눈에 여린 꽃망울이 파묻히기도 한다. 그래도 제법 추운 겨울날에도 잘 견디는 산수유나무는 추위를 무릅쓰고 기어이 꽃을 '펑'하니 터뜨리듯 피워내고 만다. 노란색 꽃잎 4개로 이루어진 사판화 수십 개가 모여 산형 꽃차례를 이루며 피는 모습이 마치 노란 불꽃이 터지는 것 같다. 꽃차례 받침 조각과 수술도 꽃잎과 같이 각각 4개씩이다. 

꽃 모양이나 피는 시기가 생강나무와 비슷하지만, 나무껍질이 비늘 조각 같이 지저분하게 벗겨지므로 산수유나무는 줄기로 금세 알 수 있다.

 

3~4월에 잎보다 먼저 노란색 꽃이 산형 꽃차례를 이루며 핀다.


산수유나무는 키가 제법 크게 자라난다.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며, 추위에도 잘 견뎌 우리나라 어디든 잘 자라 난다. 삼국유사에서도 산수유나무에 얽힌 재미있는 설화가 있다. 신라시대 경문왕은 귀가 당나귀처럼 길었는데 이를 아는 사람은 왕의 두건을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는 죽을 때까지 비밀을 지키다가 죽기 전에 도림사 대나무 숲에 들어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며 외쳤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그 소리가 울렸다고 한다. 그러자 화가 난 왕이 대나무를 싹 베어버리고 그 자리에 심은 나무가 바로 산수유나무라고 한다. 


3~4월에 잎보다 먼저 노란색의 20~30개가 산형 꽃차례를 이루며 작게 달려 핀다.

        

요즘은 공원에도 산수유나무는 조경수로 많이 심는다. 토양을 가리지 않고 수형도 번듯하고 이른 봄에는 노란 꽃이 어여삐 피고 가을에는 빨간 열매가 아름답게 열리니 관상수로 제격이다. 더구나 성장함에 있어서 토양이나 기후 환경에 크게 구애받지 않아 시공성도 좋아 조경회사에서도 일부러 많이 심기도 한다.

산수유나무를 군식으로 심으면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모습이 장광이다. 매년 산수유 축제가 열리는 지리산 기슭 구례 산동마을은 1000년 전부터 산수유가 자라난 고을이라는데 수천 그루의 산수유나무에서 노란 꽃이 피면 지리산은 노란 꽃망울에 푹 잠기게 된다. 


꽃차례 받침 조각은 4개이고 꽃잎과 수술도 각각 4개씩이다.


꽃이 지기 시작할 때 댓잎 같은 잎이 서로 마주난다. 어릴 때는 밋밋하게 뾰족하지만, 커가면서 잎은 제법 달걀꼴 모양이 된다. 산수유 잎은 나물로 먹기도 한다. 

나는데 길이 4~12cm, 나비 2.5~6cm의 달걀꼴이나 타원형 또는 달걀 모양의 댓잎 피침형으로서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끝이 뾰족하며 밑은 둥글다. 앞면은 녹색이며 윤기가 있고 누운 털이 약간 난다. 뒷면은 연한 녹색이거나 흰빛이 돌며 맥 위에 갈색의 털이 촘촘히 난다. 측맥은 4~7쌍이다. 잎자루는 길이 5~15mm이고 털이 있다.

잎은 마주나며, 난형 또는 긴 난형으로 끝이 날카롭게 뾰족하다.

                            

주문진 시골집에 자라난 산수유나무. 꽃이 질 무렵 잎이 피어난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며 잎 앞면은 녹색, 털이 난다.

                                                

완연한 여름이 오면 산수유나무 열매는 녹색에서 붉게 익기 시작한다. 8월에 길이 1.5cm쯤 되는 긴 타원형의 핵과가 빨갛게 익는데 그 속에 단단한 씨가 들어 있다. 산수유나무의 산수유는 바로 이 열매를 뜻하는 말이다. 수유(茱萸)는 수유(茱萸)나무(지금은 쉬나무)의 열매를 말한다. 그 과실로 기름을 짜서 호롱불에 사용했다. 산에서 자라는 산수유(山茱萸)는 기름을 짜는 대신 약재로 사용했다. 

수유라는 이름 앞에 산(山)이 붙어 있지만, 사람들이 재배하며 키우는 나무라 산에서는 볼 수 없다. 씨를 발라낸 열매를 솥에 쪄서 잘 말리고 약재로 쓰거나 차로 달여 마시기도 한다.


열매는 핵과이며, 긴 타원형, 길이 1.0-1.5cm, 붉게 익는다.


예로부터 한약재로 사용한 산수유 열매는 동의보감에서 간과 신장을 튼튼히 하고 원기를 돋는 정력제로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산수유나무로부터 약재를 얻기 위해 집 근처에 심었다. 구례의 산수유나무도 척박한 산간지대 사는 사람들이 농사짓지 못하니 산수유나무를 심어 열매를 팔아 생계를 이어갔다. 그들 중에는 자식들까지 공부시켰다고 하여 대학나무라고도 한다. 


8월에 1.5cm쯤 되는 긴 타원형의 핵과가 달려  빨갛게 익는다.


빨갛게 익은 열매를 산수유라고 한다.


한 겨울 늦게까지 남아있는 열매는 새들에게는 귀중한 식량이 된다.

한 겨울 눈이 펑펑 내릴 때까지 나뭇가지에 남아있는 산수유. 김종길 시인은 그래서 "성탄제"라는 시에서 

바알간 숯불이 피는 어두운 방에서 어린 목숨이 애처로이 잦아들 때 그의 아버지는 약재로 구해온 알알이 붉은 산수유를 이렇게 노랬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함박눈을 맞을 때까지 가지에 매달린 산수유. 하얀 설경에서 붉은색 열매는 강렬하다. 


산수유나무의 꽃말은 영원불멸의 사랑. 

하얀 설경에서 강렬하게 붉은 산수유 열매를 보노라면 그 정열적인 색때문이라도 사랑은 영원불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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