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부분 같은 프로그램 안에서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배우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 ‘매트릭스’를 보았을 것이다. 인간의 기억마저 인공지능이 입력하고 삭제하는 세상이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상현실의 세계, 매트릭스다. 그 안에서 인간들은 흔히 하는 말로 재배된다. 태어나기 전 이미 삶이 정해져 있다. 그곳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비밀요원이 벗어나지 못하게 막는다는 내용이다.
사건을 수사할 때 피의자를 구속하는 세 가지 사유가 있다.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이다. 그밖에 구속사유를 심사하는데 필요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도 있다. 바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이다―말이 되게 어렵다. 법률과 관련된 말이 좀 쉽게 바뀌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말이다.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는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을 때’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는 ‘증거를 없애거나 없애려고 할 때’로,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는 ‘도망치려고 할 때’로 말이다. ‘필요적으로 고려해야’도 ‘반드시 생각하고 헤아려 보아야 할’로 바꾸면 더 쉽게 이해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매트릭스 영화로 돌아가 보자. 모피어스라는 사람은 매트릭스를 벗어나 인류를 구원해줄 영웅 ‘그’를 찾아 나서고 마침내 ‘네오’(키아누 리브스)를 찾아낸다. 모피어스는 요원들이 잡고자 하는 주요 범인이다. 바로 매트릭스를 위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빨리 그를 잡아 구속시켜야 한다. 구속사유는 충분하다. 모피어스는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다. 게다가 이미 매트릭스를 벗어나 도망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모피어스가 네오를 매트릭스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것은 매트릭스 입장에서 보면 자칫 매트릭스가 무너질 수도 있는 중대한 상황이다.
그럼 내가 사는 현실을 살펴보자. 먼저 나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일주일을 7일로 정해놓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일을 하고, 주말에는 쉬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1년 대부분을 힘들게 일하고 여름에 일주일 정도 휴가를 간다. 물론 요즘엔 사계절 모두 휴가를 가긴 하지만. 나는 이처럼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프로그램에 따라 살고 있다.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에서 도망치려고 하면 어떻게든 붙잡아 이 프로그램 안에 구속시켜 놓으려 한다.
영국에서 삼십 대 초반의 백만장자이자 오백 채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하는 데 성공한 롭 무어는 『레버리지』(롭 무어 지음, 김유이 옮김, 다산 3.0)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당신은 잠자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는 데 사용한다. 놀고, 탐험하고, 창조하고, 나누고, 배우고, 사랑하는 시간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는 데 사용한다. 그것은 균형이 아니라 스스로 부여한 노예의 삶이다. 당신은 자녀가 그런 삶을 사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당신은 스스로 그런 삶을 받아들이는가. 주말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일주일 내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어떻게 ‘균형’이 될 수 있는가. 오랜 시간 동안 싫어하는 일을 하고, 짧은 시간 동안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어떻게 ‘균형’이 될 수 있는가.
평일 근무와 주말 휴가는 사회가 규정한 것이다. 오전 여덟 시에 근무를 시작하고 오후 여섯 시에 끝내는 것은 기업이 규정한 것이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규정한 것이다. 한 달 동안 일하고, 한 달 후에 급여를 받고, 모든 세금과 보험료를 선불로 빼앗기는 것은 정부가 규정한 것이다. 당신은 사회와 타인이 규정한 시스템에 따라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가.
딱 나와 맞아떨어지는 내용이다. 내 주위 사람들 대부분과도 맞아떨어진다. 아침 7시도 되지 않아 출근하는 사람들, 적어도 아침 8시쯤에는 대부분 출근한다. 그리고 야근한다고 밤 9시까지 사무실에 남는다. 어떤 때는 밤 10시까지 남는다. 7시에 출근하려면 집에서 6시 반 정도에 나왔을 테고 밤 9시에 퇴근하여 9시 반에 집에 들어간다고 치면 24시간 가운데 집에 있는 시간은 9시간이며 사무실과 길바닥에 버리는 시간은 15시간이다. 심지어 주말에도 출근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는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가? 당신은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