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똑같죠 뭐

나를 노예로 만드는 각본에서 탈출하자

by leeks

나는 전에, 지금도 가끔은 그렇지만 누가 “요즘 어때” 하며 안부를 물어보면 “맨날 똑같죠 뭐”, “뭐 있나요. 매일 그렇죠” 하고 대답한다. 그런데 이 말 뜻을 가만히 생각해 보자. ‘맨날 똑같다’는 말은 특별하거나 특이한 것 없이 내 하루를 이루고 있는 요소들이 날마다 같다는 뜻이다. 예전에 하던 말이 생각난다. “나는 학교, 집, 도서관 밖에 모르던 모범생이었어.” 지금은 집, 사무실, 집이다. 단지 그 가운데 조금 바뀐 게 있다면 퇴근 뒤의 일정이다. 집, 사무실, 회식,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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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경찰 출신 작가인 클레어 맥킨토시가 쓴 『I SEE YOU』(클레어 맥킨토시 지음, 공민희 옮김, 나무의철학)란 소설이 있다.

런던에 사는 40세 여성 조 워커는 어느 날 퇴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신문을 보다가 광고란에서 자신과 닮은 얼굴을 발견한다. 광고에는 어떤 설명도 없이 한 여성의 얼굴 사진과 전화번호, 웹사이트 주소만 적혀 있다. 주변에서는 조와 닮은 얼굴일 뿐이라며 안심시킨다. 하지만 매일 다른 여성 사진이 신문 광고에 실리고 그들이 하나씩 범죄로 희생된다.

이 책의 섬뜩한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당신은 매일 판에 박힌 듯 살아 항상 정해진 길로만 다니지. 그 사실을 당신만 알고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 소설 속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광고에 등장하는 여성은 매일 바뀌었고 나는 그 여성들을 다시 보았다. 텔레비전 아침 뉴스에서, 신문 1면에서. 치명적인 범죄를 당한 채로. 내 불안감은 점점 커졌다.”, “그날부터였다,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뒤쫓고 있다고 느낀 것은.”


정말 섬뜩하지 않은가. 누군가 내가 움직이는 것을 모두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보다 끔찍한 것은 없을 것이다.


내 일주일 과정을 보자. 날마다 같은 시각 아파트를 나와 같은 도로를 달리며 사무실로 가고, 또 같은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온다. 심지어 달리는 차선도 거의 같다. 다른 누구는 날마다 같은 시각 지하철의 같은 칸을 타고 같은 장소에 내려 같은 계단을 오르고 같은 길을 걸어 회사에 가고 집에 돌아온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엄청난 두려움을 느꼈다. 특히 딸을 키우는 처지라 더욱 그랬다.

그러나 내가 이 글에서 말하려는 것은 누구나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걸 말하려는 게 아니다. 물론 범죄를 미리 막기 위해 되풀이되는 흐름을 바꿀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시간을 달리하고, 움직이는 길을 바꾸는 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여기선 그런 변화를 말하는 게 아니다. 삶의 변화를 말하고 싶다. 법정 스님이 그랬던가. 삶에 변화가 없으면 인생은 이미 녹슨 것이라고. 내가 두려웠던 것은 삶에 변화가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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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제이 드마코가 쓴 『언스크립티드(UNSCRIPTED)』(엠제이 드마코 지음, 안시열 옮김, 토트)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지은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당신을 노예로 만드는 각본에서 탈출하라. 삶, 자유 그리고 기업가 정신을 펜으로 삼아 조작된 각본을 새롭게 쓰라. 인생의 황혼이 찾아와서 타임머신을 꿈꾸게 될 때를 기다리지 마라.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라.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게는 신선한 충격 그 이상이었다. 세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 주었다. 먼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실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솔직히 자백하라고 한다. 그리고 그 문제가 무엇인지, 세상이 나를 틀 속에 가두고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들을 자각하라고 말한다. 그런 뒤 그 자각을 바탕으로 비전을 세우고 강력히 실행하라고 충고한다.


‘맨날 똑같죠 뭐’는 분명 뭔가 문제가 있다. 그게 무엇인지 자각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비전을 세우고 포기하지 말고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나를 노예로 만드는 각본에서 탈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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