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약’을 먹을까, ‘파란 약’을 먹을까

편안함과 도전과 포기는 모두 내 선택이다

by leeks

범죄자를 구속할 때는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앞글에서도 한번 말한 구속 사유를 다시 살펴보자.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이다. 그밖에 필요적 고려사항인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또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이다.

내가 생각할 때 우리가 사는 현실 그 자체가 바로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이다. 우리가 사는 현실은 내가 이곳을 벗어나 뭔가를 하려 하면 나를 원래 있던 곳에 붙잡아 두려 한다. 특히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규모가 크거나 사회에 미칠 여파가 크다면 더더욱 나를 가둬 두려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자. 인류 역사상 성공했다고 누구나 인정하는 사람들은 현실이라는 요원을 피해 멀리 도망쳐서 자신만의 세계를 건설하고 요원이 감히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살았다. 그들은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하루 3~4시간만 자고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대학을 가라. 그리고 더욱 열심히 해서 대기업에 들어가라. 그러면 좋은 배우자를 만날 수 있다. 아이를 낳고 훌륭히 키워라. 어떻게든 죽어라 일해서 뒤처지지 말고 60세까지 버틴 뒤 퇴직하라. 그리하여 남은 인생은 배우자와 함께 여행 다니며 여유롭게 살다 가라.’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이런 교육을 받아왔다. 아니 유치원 때부터일 수도 있다. 너무 지나치다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마흔이 넘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초․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뭔가 다른 짓을 하려 하면 선생님이 어떻게 했는가. 학교 프로그램으로 되돌려 놓지 않았던가. 사회에 나오면 어떤가. 먼저 사회에 나와 있는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사람들이 설치해 놓은 프로그램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벗어나려고 하면 붙잡아 프로그램 속으로 다시 집어넣는다. 그렇게 해서도 잘되지 않으면 포맷한 후 다시 설치한다. 이것이 되풀이되다 보면 더 이상 벗어날 생각을 못 하게 된다. 즉 프로그램 일부가 되어 버린다. 내가 사는 이 사회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가 마치 인류가 처음 나타났을 때부터 설치되어 있던 거로 생각한다. 이 소프트웨어에 변화를 주는 것이 엄청난 두려움으로 몰려온다. 다른 소프트웨어로 대체하는 건 아예 생각도 못 한다. 바로 매트릭스에 갇혀 버린 것이다.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 봐』(위즈덤하우스)라는 책을 쓴 김수영이라는 사람이 있다. 이 여성은 소위 불량소녀에서 성공한 자로 탈바꿈한 사람이다. 초등학교 때 ‘왕따’, 중학교 때 ‘비행 청소년’으로 흔히 말하는 ‘찍힌’ 학생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마음에 새기며 실업고 출신으로 첫 골든벨을 울리고 연세대에 합격했다.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 하는 골드만삭스에 당당히 들어갔다. 하지만 몸에서 암세포가 발견되는 일을 겪기도 했다. 어쨌든 지금은 자신만의 꿈을 꾸며 전 세계를 누비며 멋진 인생을 살고 있다.

이 책에서 김수영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프리칸 네트워크에서 마련한 외부 연사 강연에 가서는 연사의 강력한 연설에 고무되었다. 그 강사는 소수자, 특히 영국에 있는 사회적으로 뒤처진 많은 흑인들이 인종차별 핑계를 댄다며 한탄했다. 하지만 ‘소수’라는 것은 ‘도전’을 의미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결국 성공하는 사람들은 소수이고, 백만장자도 소수이며, 매년 생겨나는 수만 개의 기업 중 살아남는 것도 소수이고, 다수를 지배하는 것 또한 소수라는 것이다. 강사는 이어서 “쉽게 포기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다수가 되겠는가, 아니면 남들보다 앞서가는 소수가 되겠는가”라는 질문을 청중에게 던졌다.
“인종차별 핑계는 집어치워라. 당신을 성공하게 만드는 것도 당신이고 실패하게 만드는 것도 당신이다. 당신을 가로막는 장애 때문에 포기할 것인가, 반대로 그 장애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는 당신이 선택할 문제다. ‘Because’라는 변명의 단어보다는 ‘Despite’라는 도전의 단어를 기억하라.”


매트릭스에 갇혔고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다. 나 자신을 틀 속에 가두어 버리는 것이다. 이를 다른 말로 바꿔 말하면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변화를 거부하고 보수적으로 된다고 한다. 실제로 내 가족이나 친척들만 보아도 나이가 많은 어른일수록 꽤 보수적이다. 가까이는 직장 안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나이 많은 동료들과 이제 갓 들어온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 동료들을 비교해 보아도 알 수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의 경우 새로운 시스템이나 새로운 업무처리 방식을 도입하게 되면 몹시 싫어한다. 이미 있거나 하는 것들에 변화를 주는 것을 싫어한다.


1.4kg밖에 되지 않는 인간의 뇌는 우리 몸 전체 에너지의 20%를 사용한다. 그래서 뇌는 에너지를 최소로 사용하려 한다. 즉 익숙해진 길로만 다니려 한다. 왜냐하면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따위의 오감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그때그때 하나하나 분석하여 이미 저장된 다른 정보들과 비교분석을 거쳐 결론을 내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뇌는 가본 길이 있는 경우에는 그 길로 가려 한다.

우리 뇌 앞쪽에는 전두엽이라는 영역이 있다. 이 영역은 이성적이고 창조적 사고, 논리적 판단 같은 기능을 담당한다. 또한, 충동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사춘기 청소년들이 감정조절을 잘하지 못하는 것도 전두엽이 아직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서 그렇다.

또한, 전두엽은 익숙한 것에 안주하려는 충동을 억제한다. 즉 전두엽은 본디 새로운 것을 원한다. 그런데 뇌의 노화는 이 전두엽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나이가 들면서 전두엽의 기능도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것이 나이가 들수록 변화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트릭스에 갇혀 평범하게 편안히 살아갈지 매트릭스를 벗어나 나만의 삶을 살아갈지는 남이 해줄 수 없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다. 즉 ‘빨간 약’을 먹을지 ‘파란 약’을 먹을지 내가 골라야 한다. 앞서 말한 김수영의 말을 빌려 ‘도전’이라 해도 좋다. 도전하여 매트릭스를 벗어났다가 겪는 힘든 여정을 참지 못하고 다시 매트릭스의 세계로 돌아갈지도 내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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