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도 돌아보지만 내 주위도 돌아봐야 할 때
보유(소유)효과란 말이 있다. 일단 어떤 물건이나 상태(지위, 권리 등)를 보유(소유)하게 되면 그에 대한 애착 때문에 그것을 갖고 있지 않을 때보다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가치를 넘어선 가치를 부여하게 되는 효과를 말한다. 중고자동차를 사고팔 때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된다. 사려는 사람은 객관적인 시각에서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지만 팔려는 사람은 자신이 소유한 자동차는 뭔가 더 특별하다는 생각으로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뭔가가 내 손안에 들어오고 나면 그 뒤에는 내놓기가 쉽지 않게 된다.
<부자가 되는 정리의 힘>(윤선현 지음, 위즈덤하우스)에서 지은이는 물건을 비우는 기준으로 필요, 시간, 기분, 가치, 공간 다섯 가지를 말한다.
지금 하는 일과 연관되었는가(필요), 사용하기 위한 시간을 낼 수 있는가(시간), 즐거움 또는 설렘을 주는 물건인가(기분), 나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는 물건인가(가치), 보관할 공간이 있는 물건인가(공간), 하는 것이다.
소유효과와 물건을 비우는 기준 다섯 가지를 바탕으로 내 주변을 둘러보았다. 1년간 한 번도 찾아보지 않은 물건이 수두룩했다. 너무 오래되어 입지 않는 옷들, 가전제품을 샀을 때 따라온 이상한 전선들과 설명서,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입던 옷, 장난감, 아이들이 그렸던 그림 같은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어떤 것은 추억이고 어떤 것은 진짜 없어도 되는 것들이었다. 1년간 한 번도 찾지 않은 물건들은 앞으로 1년간 찾을 일이 없을 테고 그러면 앞으로 10년간, 평생 찾을 일이 없는 물건일 것이다. 그래서 모두 처분했다. 일부는 기부단체로 일부는 재활용 쓰레기로 보냈다. 그랬더니 집안 수납공간이 여유가 생겼고, 다른 공간도 더 넓어졌다. 그러니 마음도 상쾌해졌다. 아직도 정리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 가진 것이 적을수록 고민도 걱정거리도 사라진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누군가 전에 나에게 말한 적이 있다. 백 가지를 가진 사람은 백 가지를 걱정하며 살지만 한 가지를 가진 사람은 한 가지 걱정만 하면 된다고. 정리를 해보니 딱 맞는 것 같다.
생각을 조금 더 해봤다. 필요, 시간, 기분, 가치, 공간이라는 기준을 사람에게도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것이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 필요한 사람인가, 그 사람에게 시간을 내야 하는가, 나에게 즐거움, 설렘을 주는 사람인가, 그와 함께 있으면 나의 가치를 떨어뜨리지는 않는 사람인가, 나의 공간을 내줄만한 사람인가, 하는 것이다.
인간관계를 위한 밑바탕으로 삼아도 될 기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 사람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나에게 즐거움과 설렘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스트레스만을 주는 사람이라면, 나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정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올 때면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지만 이렇게 내 주변 사람도 정리하는 것이다. 그러면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 만나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을 억지로 만나느라 시간을 쓸데없이 낭비하지도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