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한다’가 아니라 ‘하지 않을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의심하자

by leeks

고등학교 때는 ‘공부만 해야 한다, 좋은 대학 가야 한다.’ 대학 때는 ‘자격증을 따야 한다, 토익이나 토플 점수를 잘 받아놔야 한다. 그래야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다.’ 직장에서는 ‘승진하기 위해서는 있는 힘을 다해 일해야 한다, 야근하며 네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줘라, 윗사람이 출근하기 전에 미리 출근하고 윗사람이 퇴근하고 나서 퇴근해야 한다, 될 수 있으면 주말에도 출근하여 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윗사람 말에 절대 ‘안 된다’는 말은 하지 마라, 1년 동안 열심히 일하고 여름에 일주일 동안 해외로 휴가를 가라, 명품 하나 정도는 몸에 걸쳐야 한다, 차는 중형 이상 타야 남들이 무시하지 않는다’ 하는 따위의 말을 많이 듣는다. 그리고 이런 말을 자연스럽게 그냥 받아들인다.

하지만 찬찬히 생각해 보자. 내가 스스로 이 말들이 옳다고 생각해서 받아들인 건가 아니면 남이 내려놓은 결론을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고 따라가는 것인가.

승진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일하면 정말 승진이 잘 되는가? 1년 동안 열심히 일하고 여름에 한 번만 해외여행을 가야 하는가? 내가 가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일 년에 몇 번이라도 가면 안 되는가?

‘해야 한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은 잘 들어보지 못했다.

2005년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에서 스티브 잡스는 “도그마의 덫에 걸리지 마세요.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 사는 것을 말합니다” 하고 말했다. 즉 이 말은 사회에서 정해 놓은 기준에 따라 살지 말라는 것 아닌가.

스티스 잡스의 삶을 들여다보면 다소 자기중심적 사고를 지닌 사람인 것 같다. 아니면 독불장군식이라고 하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의 과감하고 무모할 만큼의 도전정신이 애플이라는 회사를 세계 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는지 모른다. 온갖 실패와 실수를 하면서도 자신만의 믿음을 지키며 ‘세상을 바꾼다’는 오직 한 가지 생각으로 지금과 같은 결과를 이루었다. 바로 자신만의 생각으로 산 대표 인물이라 하겠다.

<세계 1%의 철학수업>(후쿠하라 마사히로 지음, 임해성 옮김, 21세기북스)에서 ‘철학적 사고란 정답이 없는 문제에 관해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교육에 대해서도 말하는데, 프랑스 고등학교 시험에서는 “자유와 평등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하고 묻지만 우리 시험에서는 “○○주의를 제창한 사상가는 누구인가” 하는 의도한 정답만을 고르라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따라서 ‘정답은 하나다’는 의식이 깊이 잠재해 있기 때문에 자신과 다른 생각은 오답 또는 반대의 대상이라는 식으로 느끼게 되고 이는 상대를 부정하거나 비난하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사회가 정해 놓은 답만을 억지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 현실인지 모른다. 지금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나이 든 세대가 만들어 놓은 기준이 마치 모두 정답인 것처럼 요구하는 세상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받아온 교육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양성이란 것을 모르고 살았다. 1번부터 4번까지 가운데 맞는 것을 고르거나 틀린 것을 고르는 문제를 풀었다. ‘무엇 무엇에 대하여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하는 문제가 아닌 ‘이 사건은 몇 년도에 일어난 사건인가요?’ 하는 문제를 풀었다.

국어 시간에 시(詩)를 읽고 문제를 풀었다. 내가 느낀 대로 답을 쓰면 틀리다고 배웠다. 정해진 답이 있단다. ‘시’란 것이 읽는 사람에 따라 달리 느껴지는 것 아닌가. 한 사람이 느끼는 것과 천 명, 만 명이 느끼는 것이 똑같다면 그것은 ‘시’가 아니라 사실을 다룬 역사나 과학이 맞을 것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 그래야 잘 산다’ 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직장생활 20년을 넘게 하다 보니 ‘대학 간판’과 ‘잘 사는 인생’과는 그다지 관련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처럼 내 부모에게 들었던 말들은 틀린 그것으로 생각하면서도 내 자식들에게는 ‘그건 잘못됐다’, ‘그건 그렇게 하면 안 된다’ 하는 식으로 내 생각을 억지로 요구했다. 내 생각은 마치 다 옳은 것처럼, 내 부모가 나에게 한 것처럼, 모순된 삶을 살았다.

일터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선배들로부터 아니면 조직에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는 것들이 과연 이 시대와 그리고 이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관과 들어맞는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자꾸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내 후배들에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의심하자. 지금 내가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것이 남의 생각대로 사는 것은 아닌지, 굳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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