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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ks Feb 20. 2019

내가 누군가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람을 안다는 것

  문득 어떤 사람을 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생각하지만, 그 생각 중에서 표현되는 것은 너무나 적다.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정보가 실종된다. 우리는 사람들의 생각 중에서 단지 그들이 표현하는 것만을 알 뿐이다.  

  이 문장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에 나오는 글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여기서 ‘길’은 길이를 나타내는 말이다. 사전을 보면 ‘한 길’은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여덟 자 또는 열 자 정도라는 뜻이고, 또 하나는 사람의 키 정도 길이라고 한다. 앞 뜻으로 보면 ‘한 자’가 30cm 정도이니 ‘한 길’은 2.4m 또는 3m 정도 된다. 천 길 낭떠러지라고 하면 엄청나게 긴 낭떠러지가 된다. 아무튼, 이처럼 알 수 없는 게 사람이란 얘기다.

      

  우리는 많은 사람을 만난다. 태어나면서 부모와 형제를 만나고, 어린이집을 시작해 학생 때는 선생님과 같은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고, 같은 동네에 사는 형, 동생, 오빠, 누나를 만난다. 대학에 가면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에 나오면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도 있고, 인연을 맺고 오래 관계를 맺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죽을 때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만나는 사람을 판단하고 심판한다. 누구는 착하고, 누구는 나쁘며, 누구는 똑똑하고, 누구는 멍청하다는 식으로. 또 저 사람은 나보다 뛰어나고, 저 사람은 나보다 못하다는 식으로. 얼굴이나 겉모습만 보고 돈이 많아 보인다거나, 버르장머리 없는 재벌 3세 라거나 하는 식으로 단정해버리기도 한다.

  레프 톨스토이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사람은 강물처럼 흘러가는 존재여서 매일 그 모습이 다르다.
멍청한 이가 똑똑해지고 악한 이가 선해지는 것이다.
우리의 심판은 과거를 바탕으로 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의 그 사람은 이미 달라져 있게 마련이다.     


  즉, 우리가 어떤 사람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건 그 사람의 과거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과거란 그 사람이 한 행동이나 내뱉은 말이다. 그 행동이나 말은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의 행동이나 말은 여러 생각 가운데 일부만 표현된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말처럼 우리는 그 일부 표현된 걸 가지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평가하고, 판단하고 심판을 내린다. 그렇다면 내가 내린 판단이 얼마나 정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또 그렇게 판단한 근거를 대라고 하면 뭐라 말할 수 있을까?     


  이제는 나이가 어느 정도 들다 보니 보지 못했던 어릴 적 학교 친구들을 만나는 기회도 많이 늘어난다. 어릴 때 내가 보았던 그 친구들이 아니다. 그 친구들이 바뀐 건지 나의 기억이 잘못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코흘리개가 어엿한 어른이 되어 있기도 하고, 까칠했던 친구는 점잖은 사람으로 바뀌어 있다. 어렸을 때 내가 내린 판단과 지금 내리는 판단이 다르다. 

  직장에서도 남들이 뭐라 뭐라 판단을 했던 사람과 실제 함께 근무해 보니 듣던 말과는 다른 사람인 경우가 너무도 많았다.

  빙산의 일각이라고 하던가. 바다 위에 드러나 있는 빙산은 물 밑에 감춰져 있는 부분과 견주어 보면 너무도 작다.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감히 내가 누군가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또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말해도 괜찮은 걸까?

  빈 수레가 요란하단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얕은 계곡물은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깊은 바닷물은 소리가 없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음료는 혀끝까지 나온 나쁜 말을 내뱉지 않고 삼켜버리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남을 평가하고, 심판하듯 다른 사람도 나를 평가하고 심판한다는 걸 마음속에 새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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