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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ks May 16. 2019

그 어떤 고통도 모두 지나간다

그래서 그가 더 사랑스럽고 사랑하고 싶다

  사실 내가 이 글을 쓰는 진짜 이유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어서다.
  ‘그 어떤 고통도 모두 지나간다.’ 

    

  이 글은 위지안의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란 책에서 가져온 문장이다. 지은이 위지안은 1979년에 태어났다. 환경 경제를 공부하기 위해 노르웨이에 유학 갔다가 이른바 ‘노르웨이 숲’에 온통 마음을 빼앗겨 ‘숲에 미래가 있다’는 비전을 세운 채 중국으로 돌아와 서른 살에 세계 100대 대학인 상하이 푸단대학교에서 교수가 되었다. 하지만, 2009년 10월 말기 암 판정을 받았다. 죽음을 앞둔 마지막 5개월 동안 길지 않은 인생을 되돌아보며 이 글을 쓰기 시작했고, 2011년 4월 19일 새벽 3시에 이 세상을 떠났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그 어떤 고통도 모두 지나간다’는 말 다음에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인다.

  ‘이별? 지나간다. 마음의 상처? 지나간다. 실패? 다 지나간다. 설령 불치병이라도 모두 다 흘러가는 구름이다.’

  서른 살 나이에 말기 암 판정을 받고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산다는 게 어떤 기분일까? 엄청난 고통 속에 며칠을 더 살지 몇 달을 더 살게 될지 모르는 채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마흔 가운데를 넘어선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 

  내게도 같은 상황이 일어난다면 나는 서른 살 이 친구처럼 대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남보다 승진이 뒤처지고, 남보다 가진 게 덜하고, 남보다 작은 집에 살고, 남이 무심코 던진 말에 상처를 입고 혼자 끙끙거리던 날들이 생각났다. 하지만, 그러한 시간 뒤에 지금 내가 이곳에 서 있다. 모두 지나갔다. 나를 처음 보는 사람은 내가 그러한 과거가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지금 이 자리에 당당히 서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같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게 인생이니까. 기쁨과 슬픔과 즐거움과 고통이 함께 있는 게 인생이기 때문이다.

     

  백 년도 못 살면서 언제나 천 년의 근심을 품고 사는 게 사람이란 말이 있다. 만일 내가 내일 죽는다면, 아니 몇 달 뒤에 죽는다면 어떨까? 승진? 필요 없다. 돈? 필요 없다. 고급 외제 차? 필요 없다. 넓은 집? 필요 없다. 남이 내게 던진 말? 필요 없다. 나에게 해를 끼쳤던 사람에게 복수? 필요 없다. 삶의 끝자락에 서 있는 사람에게 이러한 것은 하잘것없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목숨보다 귀중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럼 무엇이 필요할까? 내가 찾아낸 답은 바로 ‘사랑’이다. 내가 눈을 감을 때까지 내 옆에 있어 줄 가족, 친구들의 사랑. 바로 그게 가장 필요한 것이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 잔잔한 웃음을 지으며 눈을 감을 수 있는 건 바로 돈, 권력, 명예가 아니라 내 곁에 나를 사랑해 주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에 지금 내 곁에 있는 그가 더 사랑스럽고, 더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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