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eks May 30. 2019

기분 좋은 과거만 기억해요

축복받은 자는 망각하는 자이다

  “제 인생 철학 하나를 배우세요. 기분 좋은 과거만 기억하는 거요.” 

    

  이 문장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서 가져온 문장이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는 ‘축복받은 자는 망각하는 자이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기분 좋은 일보다 좋지 않았던 일들을 떠올리며 산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나 부정적이고 나쁜 기억이 다른 기억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도대체 왜 그럴까? 아마도 이것은 인간이 진화를 통해 그렇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감상하고, 아름다운 꽃을 보고 감탄하는 것보다 언제든 나를 덮칠 수 있는 사자, 호랑이, 곰 같은 맹수를 주의하는 것이 훨씬 중요했기 때문일 수 있다. 죽지 않으려면 나를 위협하는 게 무엇인지 계속 기억해두고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것을 피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위험에 처했을 때 어떻게 했는지를 배우고 기억해야 했다. 이렇게 인간은 생존을 위해 좋은 것보단 나쁜 것을 더 잘 기억하도록 진화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축복받은 사람은 기억을 쉽게 잊어버리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자연재해나 맹수 같은 것들이 내 생존을 위협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게 아니다. 아마도 돈이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일지도 모른다. 돈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장에서 쫓겨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윗사람에게 혼났던 기억, 동료와 다투었던 기억, 보고서를 잘못 썼던 기억 같은 것들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다. 이 모두가 회사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옛날 사자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계속 기억해두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기억을 지우기는 쉽지 않다. 아니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고 노력도 하지 않으면 더 힘들어질 것이다. 빅터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 ‘미래의 목표를 찾을 수 없어서 스스로 퇴행하고 있는 사람들은 과거를 회상하는 일에 몰두한다.’고 했다. 과거를 돌이켜 좋지 않은 기억을 하는 이유가 미래의 목표가 없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이런 사람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술자리 대화를 잘 들어보면 답이 나온다. 건강․사랑․우정․성공․비전․행복 같은 긍정의 단어가 대화 주제가 되어야 하는데 질병․가난․미움․질투․의심․시기․실패․과거․불행 같은 부정의 단어가 대화 주제가 된다. 내 주위에도 술자리에서 이렇게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과 함께 자리에 있으면 나도 그렇게 된다. 그래서 난 이런 사람과는 될 수 있으면 함께 자리하지 않으려 한다.     

  제인 오스틴이 말한 대로 새로운 인생 철학을 가져야 한다.

  ‘기분 좋은 과거만 기억하는 거요.’ 

  일부러라도 기분 좋은 일만 기억해서 얘기하는 것이다. 누군가 미움, 실패 같은 말을 꺼내면 바로 대화 주제를 돌려야 한다. 그것이 앞으로 살아갈 날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방법일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 사람들은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만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