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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Oct 25. 2023

거울을 보고 웃으면 웃음을 만날 수 있다.

나도 그럴까?

정신없이 살다 보면 꼭 어디에서 새는 곳이 있다.

놓치고 챙기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9시부터 하는 5주짜리 특강 수업을 하게 됐다. 우리 동네는 그리 번화가도 아닌데 집 앞 찻길이 유난히 막힌다. 평상시 출퇴근 시간도 아닌 점심에도 막히기 일쑤이다. 그런데 러시아워에 움직이려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하지만 K직장인이 뭔가? 성실성으로는 세계1등 아닌가? 오늘도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알람소리를 껐다. 알람이 한번 울렸을 때 바로 일어나야 한다. 그때 안 일어나면 다음은 시간만 흐를 뿐 일어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오늘도 어김없이 첫 번째 알람소리에 벌떡 일어나는 데 성공했다. 우리 딸 아침에 챙겨줄 것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정작 나는 입에 아침밥 넣을 시간이 없다. 빈속에 아이와 같이 현관문을 나섰다. 오늘도 역시 집 앞부터 차가 막히기 시작한다. '여기가 종로, 명동도 아닌데 날마다 왜 이리 막히냐고?'




무사히 20분 전에 도착했다. 지난번에 10분 전에 도착했다가 주차할 곳이 없어서 애먹은 이후에 항상 20분 전에 일찍 도착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 뭔 일이지? 주차할 자리가 많네?' 그때부터 뭔가 잘못된 것을 캐치했어야 했다. 꼭 지정주차자리가 있는 것처럼 매일 주차자리가 없었는데 오늘 여유가 있다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수업시간에 맞춰서 강의실을 세팅하고 아이들은 기다린다.

'어? 그런데? 시간이 지났는데 아이들이 강의실에 들어오지 않는다.'

뭔가 싸한 느낌이 들어서 강의 스케줄은 다시 들여다봤다.


'아뿔싸!!!!!!!  오늘 수없이 없다.'

학교 일정이 있어서 오늘만 수업이 없다는 것을, 나는 러시아워를 뚫고 학교에 도착한 후, 아이들이 강의실에 들어오지 않고서야 이제야 깨달았다.

'흑~~~~~~~~~~~~~~~~~~~~~~~~~~'


'처음에 몇 번씩이나 스케줄을 확인해서 알고 있었는데, 그냥 오늘 기계적으로 출근을 한 것이다.'

다시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출근한 지 30분 만에 퇴근을 했다.


'난 왜 이럴까?' 아무리 자책을 해도 하늘에만 외칠뿐이다. '어디다 얘기도 못하겠다. 민망하다.'

'흑~~~~~~~~~~~~~~~~~'


빨강머리 앤 책을 읽으면 명대사가 많이 나온다.

'거울을 보고 웃으면 웃음을 만날 수 있어'라는 말이 나온다.




나도 그 말에 따라 거울을 보고 웃는다. 썩은 미소를 짓고 있는 나를 만났다.


'힘내고!!!!!! 실수하니까 사람인 거야. 실수 안 하면 그건 신이지' 라면서 억지로 나를 위로하고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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