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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Dec 11. 2023

아들의 양복을 산 날

내 눈이 잘못됐나?

아들이 대학 졸업반이 됐다.


아들이 크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직도 엄마인 나한테는 어린아이였나 보다.

입사 시험을 처음 본 곳에서 필기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때까지도 나는 아이가 이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점점 깨닫지 못했었나?


이제 면접을 보러 가야 하는데, 양복이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부랴부랴 면접시험에 맞춰서 아들, 나, 아이 아빠 셋이서 아들의 양복을 사러 갔다. 아들과 쇼핑을 가는 건 정말 오래간만의 일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아들은 혼자만의 시간만을 원하지 부모와 어디를 가려고 하지 않았다. 한두 번 가자고 했는데, 약속이 있다고 또는 시간이 없다는 얘기를 들은 후 어느 순간부터는 자연스럽게 아들에게 물어보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아들은 아들 데로 우리는 우리데로 살았다.


하지만 자신의 필요로 양복을 사러 가자고 하니, 아들은 냉큼 좋다고 했던 것이다.

아들과 해본 쇼핑을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중, 고등학교 때 몇 번이 전부였던 것 같다. 아들과 같이 걸으니, 왠지 마음이 든든했다.


이 날따라 쇼핑센터의 사람들은 왜 이리 많은지? 다들 주말에 쇼핑센터에서 시간들을 보내는 모양이다. 남성양복을 파는 가게로 들어갔다. 남편은 주차하느라 조금 늦게 올라오는 중이었고, 아들과 나 둘이 가게에 들어갔다. 점원이 권하는 양복을 하나, 둘씩 아들은 입어봤다. 내 눈에는 모두 괜찮아 보였다. 나는 아들이 양복을 입고 나올 때마다 뭐가 더 괜찮은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건 사실이었다. 모두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내 눈에는 모두 다 잘 어울렸다.)





우리 둘 다 어떤 걸 골라야 할지 모르고 있을 때, 남편이 가게로 들어왔다. 아들의 모습을 본 남편은 나한테 눈짓을 했다. '이 가게에서 나가자'라고 말이다. 아들은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 가게를 우리는 나왔다. 가게에서 나온 남편은 '그게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냐?'며 우리들한테 반문했다. 


아들은 엄마가 괜찮다고 하니까 '괜찮은가 보다'라고 생각했고, 나는 정말 모두 '괜찮아' 보였다. 남편은 엄마인 나는 객관성을 잃었으니, '아빠하고 결정해야겠다'라고 얘기했다. 나도 남편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으로 들어간 다른 가게에서 입어보고 산 양복이 내가 보기에도 훨씬 좋아 보였다.

'아들아, 언제 이렇게 컸니? 이제 정말 장가가도 될 나이가 됐나 보다.'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딸은 '결혼 안 하고 엄마하고 산다, '라고 지금도 말한다. 하지만 아들은 한 번도 그렇게 얘기한 적이 없다. '어떻게 하면 집에서 빨리 독립할 수 있을까?'를 지금도 열심히 궁리하고 있다. 그래서 취직도 빨리하고 싶어 한다. 한때는 대학을 졸업하고 난 후 취직준비를 하겠다고 해서, 내가 어이가 없었지만 이제 빨리 나가고 싶어 하는 걸 보니까, 그만큼 큰 것이 대견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


아이들이 독립해서 한 인간으로 혼자 설 수 있을 때까지 뒷바라지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들에게 나의 역할은 거의 끝나가는 것 같다. 그렇다고 서운해할 필요는 없다. 아이가 힘들 때 잠깐 쉬어갈 수 있는 그늘은 계속되어 줄 것이다. 혼자만의 길을 간다고 해도 서운해하지 말자! 아들은 아들의 인생을, 나는 나의 인생을 서로 독립적으로 살다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잠깐 쉬어갈 수 있는 그늘이 되어주면 족하다.


새로운 인생 앞에 선 '아들아~ 사랑한다! 그리고 너는 엄마의 자부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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